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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한국 축구의 구세주가 되어라

 

'손세이셔널' 손흥민(21)은 불과 몇 개월전까지 한국 대표팀의 백업 멤버였다. 지난 3월 26일 카타르전 이전까지 A매치 12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하지만 카타르전에서 종료 직전 버저비터 골을 쏘아 올리며 한국의 기적 같은 2-1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내내 답답한 공격을 반복했던 팀의 위기를 구한 것과 동시에 한국은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탄력을 받게 됐다.

 

손흥민은 카타르전 결승골을 통해 대표팀에서의 입지가 향상됐다. 6월 A매치 3경기 중에 2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던 것. 아직까지는 확실한 주전이라고 할 수 없으나 백업 멤버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손흥민의 완전한 대표팀 주전 도약'을 원하고 있다. 대표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원톱 문제를 해결할 옵션으로 꼽는 사람도 적지 않다. 손흥민은 현 소속팀 레버쿠젠에서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 뛰고 있으나 함부르크 소속이었던 지난 시즌 몇몇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아 골을 터뜨렸던 경험이 있다.

 

그런 손흥민은 20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2골을 터뜨리며 함부르크의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틀며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1000만 유로, 약 148억 원)를 기록했다. DFB 포칼컵을 포함한 2013/14시즌 3경기에서 2골 1도움 기록하며 앞으로의 밝은 미래를 예감케했다. 분데스리가에서 성공적인 나날을 보내는 그는 최근 홍명보호에 처음으로 발탁됐다. 홍명보호는 출범 이후 4경기 동안 1골에 그쳤으며 여전히 믿음직한 원톱이 없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구세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글쓴이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손흥민 골 결정력, 유럽 무대에서 통했다

 

손흥민이 축구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은 2010년 여름이었다. 함부르크의 유소년 선수였던 그는 프리시즌 9경기에서 9골 넣으며 당시 팀의 간판 골잡이였던 뤼트 판 니스텔로이(은퇴)를 제치고 팀 내 최다 득점자가 됐다. 특히 첼시전에서는 역전 골을 작렬했다. 비록 부상으로 두 달 동안 경기를 뛰지 못했으나 10월 30일 FC 쾰른전에서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터뜨리며 구단 역사상 최연소 득점자(18세 3개월 22일)가 됐다. 이러한 오름세에 의해 11월 초 함부르크와 정식 프로 계약을 맺었으며 이듬해 1월 아시안컵에 참가하여 A매치를 경험했다.

 

2011년 프리시즌 10경기에서는 18골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시즌 초반 2골 넣으며 붙박이 주전으로 도약하는 듯했으나 감독 교체 및 주전 공격수 복귀로 쾌속 질주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럼에도 2011/12시즌 분데스리가 27경기에서 5골 기록하며 앞으로 독일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 함부르크의 유망주로 착실한 성장을 다진 끝에 마침내 2012/12시즌 12골 2도움을 올리며 분데스리가의 새로운 스타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다. 자신의 골 결정력이 유럽 무대에서 통하게 됐다.

 

손흥민은 2012/13시즌 유럽파 중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다. 흔히 한국 축구의 문제점 하면 빈약한 골 결정력이 단골로 지적되나 손흥민 만큼은 예외였다. 지독한 슈팅 훈련 끝에 유럽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았다. 2010/11시즌 종료 후 국내에서 휴식기를 보낼 때는 아버지 손웅정 춘천FC 유소년 축구단 감독 지도로 하루 슈팅 1,000개를 날리는 훈련으로 화제를 모았다. 꾸준한 노력이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했던 것이다.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보는 듯한 믿기 어려운 골을 터뜨렸던 것도 훈련에 의한 결과였다.

 

손흥민, 한국 대표팀 간판 골잡이로 거듭날까?

 

손흥민은 한국 축구의 공격수 부재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영건이다. 한국 축구는 국제 무대를 빛낼만한 공격수가 부족하다. 한때는 박주영(아스널)이 허정무호, 조광래호 공격의 핵심이었으나 지난 두 시즌 동안 아스널과 셀타 비고에서 부진에 빠졌고 이제는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김동섭(성남) 서동현(제주)은 그동안 대표팀에서 자신의 진가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끝에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동원(선덜랜드)은 소속팀의 백업 멤버이며 조동건(수원)은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력이 좋아진 모습을 보였으나 대표팀에서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대표팀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공격수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대표팀에서 보여준 것이 부족하며 붙박이 주전이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다만, 유럽 무대를 호령할 공격수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분데스리가는 유럽 3대 리그 중 하나이며 손흥민은 함부르크에 이어 레버쿠젠에서도 주전 공격수로 뛰게 됐다. 물론 레버쿠젠에서는 측면 공격수로 분류되었으나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골 기회를 노린다. 개인 능력을 놓고 볼 때 잠재적인 한국 축구의 간판 공격수가 될 수 있다.

 

손흥민은 홍명보호 3기 명단에서 미드필더에 포함됐다. 하지만 미드필더에 배치되었다고 골 생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대표팀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는 다비드 비야가 4-2-3-1의 왼쪽 윙어로 나섰을 때 5골 터뜨리며 팀의 간판 골잡이로 맹위를 떨쳤다. '신계'에 속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왼쪽 윙어를 맡고 있다. 손흥민도 2선 미드필더로서 팀의 득점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역량이 충분하다.

 

또한 손흥민은 향후 대표팀에서 공격수로 나설 때가 많을 수도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2018년 러시아 월드컵,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34세가 되는 2026년 월드컵(개최국 미정)까지 한국 대표팀의 공격을 담당할 인재다. 월드컵을 비롯하여 유럽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과시할 날이 많을 것임에 틀림없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 골잡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