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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점유율 축구, 답답했던 까닭

 

첼시가 2013/1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개막 이후 2연승을 기록했다. 한국 시간으로 22일 오전 3시 45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펼쳐진 애스턴 빌라전에서 2-1로 이겼다. 전반 6분 안토니오 루나 자책골에 의해 1-0으로 앞섰으나 전반 48분에는 크리스티안 벤테케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양팀이 1-1로 팽팽히 맞섰던 후반 28분에는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프랭크 램파드의 오른쪽 프리킥을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 결승골로 이어졌다.

 

특히 첼시의 애스턴 빌라전 선발 라인업이 눈에 띄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새롭게 영입되었거나 임대 복귀된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체흐/콜-테리-케이힐-이바노비치/램파드-하미레스/아자르-오스카-마타/뎀바 바' 같은 기존 선수들이 선발 라인업을 형성했다. 첼시로 돌아온 조세 무리뉴 감독이 지난 시즌 멤버로 어떻게 상대 팀을 이기고 어떤 경기력을 발휘하느냐가 핵심이었다.

 

 

[사진=애스턴 빌라전 2-1 승리를 발표한 첼시 공식 홈페이지 (C) chelseafc.com]

 

첼시의 2-1 승리, 그러나 경기 내용이 아쉽다

 

첼시의 시작은 좋았다. 전반 6분 아자르가 루나의 자책골을 얻어내면서 이른 시간에 1-0으로 앞섰다. 전반 초반에는 경기 주도권을 잡으면서 지공과 속공을 골고루 활용했다. 수비진에서 천천히 볼을 돌리면서 때로는 상대 팀의 빌드업이 시작 될 때 전방 압박을 가한 뒤 볼을 탈취했다. 그 이후 빠른 역습을 펼치면서 골 기회를 노렸다. 루나의 자책골 이전에는 첼시의 역습이 전개되었고 전반 10분에는 하미레스의 인터셉트가 오스카의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됐다. 전반 16분까지 점유율에서 73-27(%)로 앞섰던 이유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던 오스카의 변형된 활약도 눈에 띄었다. 2선 밑으로 내려가면서 애스턴 빌라 미드필더들의 활동 반경을 자신쪽으로 유인하려는 움직임을 시도했으며 뎀바 바와 동일선상에 위치했던 장면도 있었다. 이 밖에 후방에서는 롱볼을 띄우며 첼시가 다양한 방법으로 공격을 전개했다. 반면 애스턴 빌라는 수비에 급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다할 공격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아그본라허-벤테케-바이만으로 짜인 스리톱이 동시에 고립됐다.

 

그러나 첼시는 전반 중반을 넘기면서 지공을 되풀이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애스턴 빌라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뎀바 바와 2선 미드필더들이 침투 공간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공격 템포가 느려지면서 소강 상태에 빠져들더니 애스턴 빌라에게 때때로 공격 기회를 내주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전반 막판과 후반전에도 이어졌다. 경기 종료까지 점유율에서 69-31(%)의 우세를 나타냈음에도 내용에서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상대 팀의 강한 압박을 받을 때 공격이 무뎌지는 문제점은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었다. 디 마테오 체제, 베니테즈 체제에 이어 지금의 무리뉴 체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뎀바 바 부진 또한 마찬가지였다. 뎀바 바가 첼시에서 뉴캐슬 시절의 포스를 재현하지 못한 것은 2선 미드필더와의 부조화 때문이며 이번 애스턴 빌라전도 그랬다. 뎀바 바 쪽으로 패스가 잘 연결되지 않은 것이었다. 뎀바 바는 전반 33분까지 볼 터치가 6회에 불과했고 골키퍼 체흐의 6회와 동일했다. 이때까지 슈팅도 날리지 못했다. 전반 40분까지는 오프사이드를 4번이나 범했다.

 

뎀바 바의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자르-오스카-마타와 호흡을 맞출 때는 유독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2선 미드필더들이 상대 팀 중앙 수비의 촘촘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 뎀바 바와 토레스는 힘든 경기를 펼쳤던 것이 지난 시즌이었다. 이날은 마타의 폼까지 안좋았다. 평소와 달리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임펙트가 부족했다.

 

무리뉴 감독은 1-1 상황이었던 후반 20분에 뎀바 바-마타를 빼고 루카쿠-쉬를레를 교체 투입했다. 두 명이나 바꾼 것은 이전까지의 경기 내용이 문제가 있었음을 인식했는지 모른다. 특히 루카쿠가 볼에 관여하는 장면이 많았다.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적극적이었으며 육중한 피지컬과 빠른 순발력을 앞세워 상대 수비를 위협했다. 25분의 출전 시간 속에서 3개의 슈팅을 날리며 적은 출전 시간 속에서 골을 넣겠다는 의지까지 보여줬다. 뎀바 바에 비해서 존재감이 강했다. 개막 이후 2경기 연속 조커로 나섰으나 앞으로 출전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바노비치의 헤딩 결승골은 첼시에게 다행이었다. 득점이 없었으면 첼시는 남은 시간 공격에 올인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아그본라허-벤테케의 역습을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총공세는 무리였다. 실제로 좌우 풀백들은 오버래핑을 자제하며 상대 팀 역습을 경계했다. 지나친 공격이 자칫 독이 될 뻔했다. 결국 2-1로 이겼지만 이날 보여줬던 점유율 축구는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상대 팀의 견고한 압박을 뚫기 위한 새로운 공격 전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프리미어리그 우승 달성을 위해서 이것을 꼭 해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