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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AC밀란전 맹활약, 위송빠레의 위엄

 

'산소탱크' 박지성이 드디어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았다. 2013/14시즌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AC밀란과의 홈 경기에 선발 투입하여 68분 동안 경기를 뛰었던 것.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 전망이 불투명했던 것과 달리 후반 중반까지 8.810km의 엄청난 움직임을 과시했다. 풀타임 뛰었다면 11~12Km 뛰었을 것이다. 그만큼 PSV 에인트호번에서 산소탱크의 역량을 필요로 했고 박지성은 경기력으로 보답했다.

 

 

[사진=박지성 (C) PSV 에인트호번 페이스북(facebook.com/PSV)]

 

박지성은 경기 종료 후 해외 축구 사이트 <골닷컴 네덜란드판>을 통해 MOM(Man of the Match,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됐다. 평점 4점을 기록하며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했다. 그라운드 이곳 저곳을 누비는 부지런한 움직임과 원활한 공수 조율, 핵심 패스 3개를 기록했던 날카로운 패싱력을 선보이며 에인트호번의 공격과 수비를 도왔다. 큰 경기에 강한 '강팀 킬러'의 기질을 AC밀란전에서 그대로 드러냈다.

 

특히 전반 24분에는 박지성의 수비 솜씨가 돋보였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어비 엠마누엘손의 오버래핑을 끈질기게 막으려했고, 근처에서 달려들던 브레넷이 볼이 따내면서 에인트호번에게 공격권이 찾아왔다. 만약 박지성이 수비에 가담하지 않았거나 느슨하게 마크했다면 에인트호번은 엠마누엘손에게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내줬을 것이다. 박지성이 타이트한 1차 압박을 펼치면서 엠마누엘손의 오버래핑 위력이 떨어졌다.

 

이러한 박지성의 노련한 수비력은 에인트호번 선수들에게 요구되는 능력이었다. 이날 에인트호번의 수비력은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전반 15분 스테판 엘 샤라위에게 선제골을 내줬던 장면이 아쉽다. 선수들이 공격에 너무 몰두했는지 수비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 특히 중앙 수비수들은 엘 샤라위 마크를 놓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영건으로 구성된 에인트호번 선수들의 큰 경기 경험이 이렇게 부족했다. 필립 코퀴 감독이 왜 박지성의 경험을 필요로했는지 알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박지성이 후반 23분 교체 된 이후에는 AC밀란이 공격에 힘을 쏟는 모양새였다. 1-1 상황에서 두번째 골을 노리는 승부수를 띄우는 것은 당연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박지성 수비력을 견디기 힘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수비력 뿐만은 아닐 것이다. 중앙과 측면, 최전방과 2선을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날카로운 공간 침투를 발휘했던 박지성의 왕성한 움직임을 AC밀란 선수 누구도 제어하지 못했다.

 

박지성이 교체 될 때 에인트호번 관중들은 기립 박수를 하면서 '위송빠레'라는 박지성 응원가를 불렀다.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던 박지성에게 격려하는 관중들의 흥겨운 응원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에인트호번 현지 축구 팬들이 8년 전 에인트호번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끌었던 팀의 영웅 박지성을 잊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원 소속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에서 뛰었을 시절 QPR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았던 때와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앞으로 박지성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는 알 수 없지만, 에인트호번 팬들의 환호와 응원을 받으며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QPR에서 온갖 악재로 고생했던 나날을 한참 동안 잊게 될 것이다. 지난해 여름 QPR로 이적한 것은 최악의 선택이었지만 에인트호번 임대는 유럽 무대에서 다시 기지개를 켜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제는 경기장에서 위송빠레를 들으며 그라운드에서 힘찬 질주를 하게 됐다.

 

오는 29일 플레이오프 2차전 AC밀란 원정은 더욱 중요하게 됐다. 에인트호번이 산 시로에서 AC밀란을 제압하거나 아니면 2-2 무승부를 기록해야 한다. 박지성이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인트호번은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팀의 강점인 스피드를 활용한 공격을 통해 역습을 노릴 것이다.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팀의 역습 상황에서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창출하며 득점을 도왔거나 자신이 직접 골을 터뜨렸던 경험이 있다. 강팀 킬러의 본능을 AC밀란 원정에서 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