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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의 PSV, AC밀란 꺾어야 하는 이유

 

2013/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의 빅 매치는 PSV 에인트호번과 AC밀란의 맞대결이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명문 클럽끼리 32강 조별리그 진출을 놓고 두 차례의 진검승부를 펼친다. 더욱 주목을 끄는 것은 PSV로 임대된 '산소탱크' 박지성의 출전 및 활약 여부다. 박지성은 지금까지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서 2골 넣는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한국의 많은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소속된 PSV가 AC밀란을 꺾기를 바랄 것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PSV보다 AC밀란이 더 강한 것은 사실이다. AC밀란에는 마리오 발로텔리, 스테판 엘 샤라위, 지암파올로 파찌니, 케빈-프린스 보아텡, 리카르도 몬톨리보 같은 유럽 정상급 혹은 세리에A에서 두각을 떨쳤던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이 즐비하다. 지금까지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크리스티안 사파타 완전 영입 이외에는 눈에 띄는 빅 사이닝이 없었으나(한때 혼다 케이스케를 영입할 뻔했다.) 여전히 스쿼드의 무게감이 강하다. 반면 PSV는 마르크 판 보멀 은퇴를 비롯하여 드리스 메르텐스(나폴리) 케빈 스트루트만(AS로마) 에릭 피테르스(스토크 시티) 같은 주요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무엇보다 PSV는 젊은 선수들이 즐비한 것이 불안 요소다. 패기만으로는 플레이오프에서 AC밀란을 제압하기 어렵다. 필립 코퀴 감독이 박지성을 임대한 것은 팀의 약점인 경험 부족을 보완하겠다는 뜻이다.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무대에서 경험 많은 선수의 존재감은 경기력 향상에 적잖은 힘이 된다. 젊은 선수들은 중요한 대회에서 강적과 상대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쉽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가 팀 공격의 물꼬를 틀도록 기준을 잡거나 강력한 임펙트를 발휘하며 영건들의 분발을 일깨워야 한다. 박지성이 AC밀란전에서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

 

 

[사진=박지성 (C) PSV 에인트호번 공식 페이스북(facebook.com/PSV)]

 

박지성은 오는 21일 홈에서 펼쳐질 1차전 출전 전망이 어둡다. 허벅지 부상에서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경기를 뛰더라도 풀타임 출전은 힘들 듯 하다. 하지만 29일 2차전 원정에서는 투입 될 가능성이 높다. PSV에게는 2차전이 중요하다. PSV가 1차전에서 이겨도 2차전에서 무너지면 32강 조별리그 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또한 1차전에서 비기거나 패하면 2차전에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AC밀란의 홈에서 이기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AC밀란은 1차전 원정에서 대량 득점으로 이기지 않는 이상 2차전에서 사력을 다할 것이다.

 

PSV가 AC밀란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키며 32강 조별리그 진출을 확정지을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PSV의 선전을 바래야 하는 이유는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를 뛰는 것이 어쩌면 올 시즌이 마지막 일수도 있다. 박지성은 PSV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 원 소속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로 돌아가야 한다. PSV와 1년 임대 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QPR과의 계약 종료 시점이 2014년에서 2015년으로 연장됐다. PSV가 올 시즌 종료를 전후로 박지성의 완전 이적 또는 재임대를 성사하지 않으면 박지성은 제3의 팀으로 떠나지 않는 전제에서 QPR로 돌아갈 것이다.

 

최악의 경우 박지성이 내년 이맘때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뛸 수도 있다. QPR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에 실패하고 박지성을 잔류시키면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것이다.(QPR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바래야 한다.) 따라서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기회는 올 시즌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있다. PSV가 AC밀란의 아성을 넘어야 박지성이 32강에서 '강팀 킬러'의 명성을 떨칠 기회가 최대 6경기 주어진다. 팀이 토너먼트에 진출하면 박지성의 출전 기회도 늘어날 것이다.

 

많은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에서 PSV 돌풍의 주역으로 거듭나기를 바랄 것이다. 그가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축구 선수이자 아시아의 축구 영웅으로 성장하는데 있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출과 더불어 7시즌 동안 머무르는데 있어서 챔피언스리그의 영향력이 컸다. 만약 PSV가 AC밀란을 넘지 못하고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면 허무함을 느끼기 쉬울 것 같다. 32강 조별리그 매치업으로 기대할 수 있는 '박지성 vs 손흥민(레버쿠젠)', '박지성의 PSV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맞대결을 볼 수 없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관전 포인트의 일부가 줄어든다.

 

PSV는 1차전에서 AC밀란을 이겨야 하며 2차전에서는 32강 조별리그 진출을 위한 굳히기 작전을 펼쳐야 할 것이다. 박지성이 1차전을 뛸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노련함이 PSV에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강팀에 강한 박지성 특유의 기질을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