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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형 축구의 한계, 골 결정력 부족

 

페루전 0-0 무승부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이 지난달 동아시안컵에 비해서 뚜렷하게 달라진 것이 없음을 말해줬던 경기였다. 이번에도 골 결정력 부족이 문제였다. 슈팅 숫자에서 15-6(개)로 앞섰으며 그 중에 유효 슈팅이 8개였으나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결정적인 공격 기회가 여러차례 찾아왔으나 골망을 흔들지 못한 것은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골 결정력 부족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이것이 한국형 축구의 한계다.

 

만약 페루의 골 운이 따랐거나 선수들이 높은 습도에 적응했었다면 한국은 지난달 일본전 1-2 패배처럼 홈에서 패했을 것이다. 당시 일본전에서는 한국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슈팅 숫자에서 앞섰으나(9-5, 개) 일본의 역습 두 방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한국 선수들이 일본 진영에서 거듭 골 기회를 놓치거나 상대 팀의 촘촘한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고전했던 사이에 일본에게 역습에 이은 실점을 허용한 것이다. 페루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선수들이 번번이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공격에 몰두했던 사이에 페루가 역습으로 맞섰다.

 

 

[사진=홍명보 감독 (C) 나이스블루]

 

홍명보호는 일본전과 페루전을 통해 상대 팀 역습에 취약한 단점을 노출했다. 지금의 전술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만약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상대하는 팀은 역습을 노릴 것임에 틀림 없다. 한국 선수들의 득점 작업이 풀리지 않을 때 후방에서 정확한 종패스를 연결하고 전방에서 빠른 드리블 돌파를 펼치며 골을 노릴 것이다. 한국의 또 다른 약점이 수비 집중력 부족이다. 한국 수비수들은 예전부터 90분 동안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대표팀의 수비 실수가 잦았으며 일본전에서도 노출됐다. 상대 팀 역습에 취약하기 쉽다.

 

한국이 상대 팀 역습을 사전에 차단하려면 공격 옵션들이 부지런히 전방 압박을 가해야 한다. 그러나 90분 동안 쉴틈없이 전방 압박을 펼치는 것은 엄청난 체력 소모를 요구한다. 페루전에서는 후반 중반부터 선수들의 몸놀림이 느슨해지면서 전반전에 비해 전방 압박의 강도가 약해졌다. 미드필더들과 수비수들의 협력 수비마저 점점 세기가 약해졌고 집중력까지 떨어지면서 페루에게 역습을 허용했다. 경기를 거듭할 수록 공격 옵션 4명 모두 조커로 채웠으나 이들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르거나, 오랜만에 대표팀 경기에 나섰거나, A매치 경험이 부족했다. 국제 경기를 뛰는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제대로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형 축구가 완성되려면 득점력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점유율을 늘리고 그라운드를 열심히 뛰어도 골을 넣지 못하면 경기를 이기기 힘들다. 홍명보호가 출범 이후 지난 4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이유다. 한국형 축구와는 스타일이 다르지만 전형적인 수비 축구에서는 골을 잘 넣는 공격수가 분발할수록 성공하기 쉽다. 수비 축구의 목적은 무실점이다. 그러나 수비 축구로 승리하려면 공격수의 골 운이 따라야 한다. 그만큼 공격수의 득점력이 중요하다. 지금의 홍명보호에는 이러한 면모를 발휘하는 공격수가 없다.

 

동아시안컵까지 포함하면, 김동섭-서동현-김신욱-조동건은 홍명보호에 필요한 공격수라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4명 모두 홍명보호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짧은 시간에 강한 임펙트를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은 이들에게 충분한 출전 시간을 보장해줄 여유가 없다. 지금까지 홍명보호에 발탁되지 않았던 박주영-손흥민-지동원-이동국보다 더 나은 공격수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을 받았던 공격수들이 A매치에서 분발했어야 한다.

 

대표팀은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한 팀을 이루는 집단일 뿐 1주일 단위로 경기를 소화하는 프로팀이 아니다. A매치에서 본래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선수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로서는 유럽파 합류가 대표팀의 골 결정력 해소와 경기력 향상을 위한 정답이자 다른 관점에서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표팀은 여전히 유럽파의 의존도가 높다.

 

만약 한국 선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하여 홍명보 감독을 질타하는 사람이 있다면 축구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다. 골 결정력 부족은 거스 히딩크 감독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의 A매치들을 떠올리면 그렇다. 한국 선수들의 골 결정력 부족은 외국인 명장이 대표팀을 이끌어도 해결 못한다. 선수의 기술은 어린 나이에 발달되기 쉽다. 한국의 유소년 축구가 예전보다 발달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