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퍼거슨 없는 맨유, 정말 괜찮은 걸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바이에른 뮌헨의 하이재킹에 의해 티아고 알칸타라 영입전에서 패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만약 티아고를 데려왔다면 중원 딜레마가 해결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충분히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티아고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공식 발표되었으며 이제는 다른 방안을 통해 중원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문제는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 또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데려와도 팀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풀린다는 보장이 없다. 맨유의 결정적인 단점은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더 이상 벤치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의 은퇴를 알렸던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manutd.com]

 

만약 퍼거슨 전 감독이 올 시즌에도 맨유를 이끌었다면 중원 문제를 극복하고 팀의 성적을 우승권으로 끌어올렸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맨유는 지난 3시즌 동안 이 같은 아쉬움 속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두 번이나 제패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마이클 캐릭의 분전에 힘입어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이루었다. 퍼거슨 전 감독은 팀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어떻게든 우승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결과로 증명했다. 흔히 맨유 경기력에 대하여 '꾸역꾸역 승점 3점을 따낸다'는 말이 있다. 전임 감독 체제의 맨유는 '이기는 축구'에 강했다. '맨유 인력의 법칙'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된 표현은 아니다.

 

하지만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이 맨유에서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 팀의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팀 전력을 업그레이드 시킬지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퍼거슨 전 감독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어느 팀이든 고비는 찾아오며 모예스 체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맨유가 흔들리면 외부에서(특히 현지 언론) 퍼거슨 전 감독 시절을 운운하며 모예스 감독을 부정적으로 바라볼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모예스 감독이 맨유 사령탑으로서 완벽하게 성공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으며, 맨유 구단은 그의 앞날을 위해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맨유는 맨체스터 시티, 첼시 같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다투는 팀들에 비해 지금까지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가 지지부진하다. 맨체스터 시티는 페르난지뉴, 헤수스 나바스 영입에 5100만 파운드(약 864억 원)를 투자했으며 첼시는 안드레 쉬를레를 1800만 파운드(약 305억 원)에 데려왔다. 아울러 첼시는 마르코 판 힌켈, 마크 슈워처와 계약하며 선수층을 보강했다. 반면 맨유는 기예르모 바렐라 영입에 그쳤다. 올해 20세의 우루과이 출신 수비수로서 즉시 전력감보다는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에 가깝다. 아직까지 어떠한 빅 사이닝이 없는 상황이다.

 

이적시장이 종료되려면 1달 반 남았으나 이미 프리시즌이 시작했다. 각 팀들은 프리시즌을 통해 앞으로 팀에 적용할 전술을 가다듬으면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그러나 맨유는 대형 선수 영입 없이 프리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이적시장 행보가 딱히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선수 위주로 프리시즌에 임했다. 만약 알칸타라와 계약했다면 모예스 감독이 그가 팀 전술에 녹아들도록 조련하며 맨유의 중원 딜레마를 푸는데 충분한 기회를 얻었겠지만 끝내 그 기회를 놓쳤다.

 

정작 맨유는 웨인 루니의 거취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모예스 감독과 루니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이에 모예스 감독은 루니의 잔류를 확신하는 발언을 하며 그의 이적설을 일축했지만, 루니는 자신의 미래에 대하여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에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팀의 아시아 투어에서 하차하고 잉글랜드로 돌아가면서 이적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기에 모예스 감독은 루니를 로빈 판 페르시의 백업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루니의 잔류를 확신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만약 루니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맨유의 전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맨유가 지난 몇 시즌 동안 많은 우승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루니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쉐도우와 타겟맨,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4-4-2의 중앙 미드필더, 그리고 윙어에 이르기까지 공격 영역에서 원맨쇼 기질을 발휘했다. 판 페르시가 지난 시즌 득점왕을 달성한 것도 루니의 이타적인 존재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존 선수 중에서 누구도 루니를 대체하지 못하며 새로운 공격 옵션을 데려와도 팀에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루니를 판 페르시의 백업으로 염두한 모예스 감독의 의도는 두 가지로 나뉘어진다. 하나는 루니 길들이기이며 또 하나는 루니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애초부터 없었는지 모른다. 루니가 잔류해도 모예스 감독과 사이좋게 지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맨유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은 좋지 못하다. 퍼거슨 전 감독이 없는 맨유는 정말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