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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마드리드, 베일 영입 포기했나?

 

어쩌면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이적하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한때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던 'EPL No.1' 가레스 베일의 거취가 토트넘 잔류로 기울어지는 모양새다. 아직 여름 이적시장이 1개월 반 정도 남았음을 고려해도 현재 베일의 레알 이적설은 루머에 그쳤거나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사진=가레스 베일 (C)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메인(tottenhamhotspur.com)]

 

무엇보다 레알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가 예전과 다르다. 지금까지 톱클래스 선수 영입에 매달렸다면 올해 여름에는 스페인 출신 특급 유망주 영입에 힘을 쏟았다. 얼마전 스페인의 UEFA U-21 챔피언십 우승을 주도했던 이스코, 아시에르 이야라멘디와 계약했다. 두 영건을 데려오는데 각각 2700만 유로(약 396억 원) 3890만 유로(약 571억 원)의 거금을 쏟았다. 이적료를 합하면 6590만 유로(약 967억 원)이며 레알이 베일 영입을 위해 토트넘에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8000만 유로(약 1174억 원)와 맞먹는다.

 

레알의 이스코-이야라멘디 계약은 베일 이적 가능성이 낮아졌음을 뜻한다. FFP(재정적 페어 플레이) 룰이 시행되는 현 상황에서 베일까지 데려오면 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박탈을 걱정해야 한다. 통산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간절한 레알에게 베일 영입은 무리수를 두는 것과 같다. FFP룰 위반을 면하기 위한 뚜렷한 대안이 있다면 베일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데려오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스코는 베일처럼 왼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

 

사실, 레알의 베일 영입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대체하는 성격이 짙었다. 호날두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는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날 것을 대비하여 그와 성향이 비슷한 베일을 눈여겨봤다. 그러나 호날두는 이적 루머만 무성할 뿐 실제로는 잔류가 유력한 분위기다. 지난 5월 9일 말라가전에서 골을 넣은 뒤 자신의 손가락으로 유니폼 상의 왼쪽에 새겨진 레알 마드리드 엠블럼을 가리키며 팀에 남고 싶어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어쩌면 레알은 호날두와 베일을 2선에 나란히 배치하는 전략을 내세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격 포인트에 민감한 두 선수를 2선에 놓는 것은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힘들게 한다. 중원이 취약한(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도르트문트전에서 드러났듯이) 레알에게 호날두-베일 동시 기용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만약 두 명의 스페인 영건을 보강한 것으로 만족하면 올해 여름에는 베일 영입 프로젝트를 접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레알이 베일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호날두와의 계약 기간이 2015년에 만료되며 그의 이적료를 충당하려면 1년 뒤 여름 이적시장에서 작별해야 한다. 아직 호날두는 구단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2014년 여름에 다른 팀으로 떠나면 레알은 베일 영입을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레알이 베일과 계약할 적기는 올해 여름이 아닌 내년 여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토트넘은 올해 여름 베일의 이적을 원치 않을 것이다. 지난 시즌 빅4 재진입 실패에 의해 올 시즌에는 목표 달성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것이다. 4위 아스널과의 승점 차이가 단 1점에 불과했을 정도로 아깝게 4위를 놓쳤던 상황. 만약 베일의 레알 이적을 허용하면 전력 약화를 걱정해야 한다. 현 스쿼드에서 베일을 대체할 선수는 없으며,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물건너간 상황에서 베일처럼 원맨쇼 기질을 발휘하는 선수를 데려오는 것도 힘들다. 토트넘은 어떻게든 베일을 잔류 시켜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베일이 올 시즌 토트넘의 4위권 진입을 이끌고 내년 여름 레알로 이적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좋은 모양새다. 베일은 유럽 정상급 클럽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으며, 레알은 베일 효과를 계기로 전력을 보강하며, 토트넘은 베일 이적료를 통해 두둑한 자금을 확보할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려면 베일이 지난 시즌보다 더 파괴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레알이 토트넘을 만족시킬 이적료를 지불할 수 있다. 레알이 올해 여름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를 데려오지 못해도 베일의 거취는 지속적인 화제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