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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반도프스키와 도르트문트의 불편한 동거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 2위를 기록했던 폴란드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다가오는 2013/14시즌 도르트문트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현지 시간으로 7일 독일 신문 <벨트 암 손타크>를 통해 "레반도프스키는 2013/14시즌을 마치고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할 것을 확신한다"고 밝히면서 그가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에 잔류한 뒤 다음 시즌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진=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C)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레반도프스키는 2014년 여름이면 도르트문트와의 계약이 종료된다. 이적료 없이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는 상황.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첼시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으나 그가 원하는 차기 행선지는 도르트문트의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기 직전 마리오 괴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이 공식적으로 발표된 충격을 겪은 상황에서 레반도프스키마저 라이벌 팀으로 떠나는 것은 도르트문트에게 악몽같은 일이다.

 

도르트문트는 올해 여름 레반도프스키를 다른 팀으로 보내며 이적료 수익을 충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레반도프스키가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원하면서 도르트문트가 이적료 수익을 얻기 어렵게 됐다. 그를 바이에른 뮌헨에 보낼 수도 있으나 주력 선수를 라이벌 클럽에 넘기는 것은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팀의 공격을 책임졌던 두 명의 주축 선수를 바이에른 뮌헨에 넘기는 꼴이다. 분데스리가 우승 탈환을 노리는 도르트문트에 있어 바이에른 뮌헨의 전력 강화는 결코 반갑지 않다.

 

또한 도르트문트는 팀 내에서 간판 공격수로 뛸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다.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해도 그 선수가 꾸준히 많은 골을 터뜨릴지 알 수 없다. 최근에 가봉 공격수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AS모나코 시절 박주영 동료)을 1300만 유로(약 191억 원)에 데려왔으나 낯선 분데스리가 무대에 성공적으로 정착할지 알 수 없다. 2선 미드필더에 배치될 수도 있는 인물이다. 결국 올 시즌은 어쩔 수 없이 레반도프스키를 안고 가야 한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와의 동거가 찝찝한 구석이 있다. 라이벌팀 이적을 원하는 선수를 한 시즌 동안 함께하는 것 자체가 매끄럽지 않다. 팀을 향한 충성심이 의심되는 선수에게 팀 공격을 맡겨야 한다. 레반도프스키도 현 소속팀에서 즐겁지 못한 시간을 보낼지 모른다. 도르트문트 현지 축구팬들의 야유에 시달릴 여지가 있다. 만약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2012/13시즌의 포스를 재현할지 의문이다. 지난 시즌 이적 파동으로 빌바오 팬들의 야유를 받았던 페르난도 요렌테(현 유벤투스)가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요렌테는 2011/12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 32경기 17골 기록했으나 2012/13시즌 프리메라리가 25경기에서 4골에 그쳤다. 25경기 중에 선발 출전 횟수는 4경기에 불과했다. 아리츠 아두리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요인도 있지만 결정적인 팀 내 입지 하락 원인은 이적 파동에 있었다. 다른 팀 이적을 원하면서 빌바오팬들의 야유를 받았고 당시 팀의 사령탑이었던 마르셀로 비엘사 전 감독에게 외면받기도 했다. 어쩌면 레반도프스키도 요렌테처럼 힘든 시간을 보낼 여지가 있다.

 

레반도프스키가 도르트문트 팬들의 야유에 개의치 않고 지난 시즌의 포스를 재현하면 올 시즌을 보내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홈팬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기에서 못해서 야유받는 것과 라이벌 클럽 이적을 희망하며 홈팬들의 멸시를 받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레반도프스키와 도르트문트의 동거가 불편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