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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없어도 홍명보호는 성공할 수 있다

 

"박지성 선수는 한국 축구에서 큰 일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큰 일을 해야 하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는 박지성 선수가 처음에 은퇴를 한다고 밝혔을 때도 본인의 의사와 생각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25일 오후 대표팀 감독 취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박지성 대표팀 복귀 여부에 대하여 밝힌 부분이다. 대표팀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박지성의 입장을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따라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사진=홍명보 감독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fifa.com)]

 

이러한 상황을 반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박지성이 얼마전 기자회견에서 대표팀 복귀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여전히 "대표팀에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 그러나 박지성이 돌아온다고 대표팀 전력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대표팀의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며 박지성 복귀를 강조하나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1명의 주장보다는 23명의 주장이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선수의 리더십보다는 팀원 모두가 주장이 되었다는 각오로 뭉쳐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지성 복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얼마나 도와주느냐다. 적어도 선수 선발과 관련된 간섭이 없어야 한다. 조광래 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2011년 대한축구협회의 선수 선발 외압을 폭로했던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축구협회는 홍명보 감독의 선수 선발을 최대한 존중하며 여러 방면에서 현 대표팀의 성공을 도와야 할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팀을 원만하게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축구에서 감독의 중요성은 크다. 감독의 전술과 선수 장악 등이 팀의 성적과 경기 내용을 좌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축구는 팀 스포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놀라운 쾌거를 달성했던 근본적 원인은 팀이 잘 뭉쳐졌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는 선수들이 즐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팀이 강하면 한일 월드컵과 런던 올림픽처럼 예상외의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1+1=2'가 아닌 '1+1=3'의 효과가 홍명보호에 필요하다. 현대 축구에서 특정 선수의 역량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모든 팀원이 하나로 조직된 힘을 발휘할 수록 값진 결실을 거둔다.

 

홍명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 이라는 슬로건을 공개했다. 선수들의 단합된 조직력으로 브라질 월드컵과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선전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이미 홍명보호는 2009년 U-20 월드컵 8강 진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통해 최고의 팀워크를 발휘했다. 특정 선수 없이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U-20 월드컵 당시에는 기성용이 선수 보호 목적 차원에서 차출되지 않았으며 런던 올림픽에서는 홍정호-장현수-한국영이 부상으로 실전에 나서지 못했다. 그럼에도 두 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발휘한 것은 팀이 강했다. 조직력을 강조하는 홍명보 감독의 지도 철학을 읽을 수 있는 대목.

 

홍명보 감독에게 믿음이 가는 또 다른 이유는 '한국형 축구'를 하겠다는 소신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은 FC 바르셀로나 같은 패스 축구를 완벽하게 재현할 수 없다. 한국과 스페인의 축구 환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도 90년대부터 패스 축구에 눈을 뜨면서 예전보다 전력이 강해졌으나 축구 강국들에 비하면 여전히 완성도가 떨어진다. 한국인에 맞는 축구가, 다시 말해서 한국적인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 한국 축구 특유의 강력한 압박과 빠른 순발력, 강인한 투지는 한일 월드컵과 런던 올림픽에서 빛을 발했다. 한국형 축구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한국형 축구가 성공하려면 역시 팀이 강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팀을 위해 희생하고 분발하며 상대 팀을 괴롭혀야 할 것이다. 아무리 축구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도 팀 플레이에 소홀하면 주전에서 제외되거나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할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 특정 선수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았다. 그런 홍명보 감독에게 박지성 대표팀 복귀 이슈는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굳이 대표팀에 마음이 떠난 선수를 설득시켜 복귀를 유도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홍명보호가 박지성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박지성 복귀를 원하는 것 자체가 과거에 집착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거의 행복은 영원하지 않다. 행복은 그 순간일 뿐이다. '히딩크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영입하자', '이영표도 대표팀에 돌아와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 축구 발전에 유익하지 않다. 한일 월드컵은 11년 전 과거일 뿐이다. 한국 축구가 언젠가 월드컵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적어도 한일 월드컵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다. 더 이상 박지성 복귀는 대표팀 전력 강화의 중요한 과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