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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홍명보 감독 선임, 나는 찬성한다

 

지난해 한국의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지휘했던 홍명보 감독이 앞으로 2년 동안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는다. 대한축구협회의 24일 오전 회장단 회의를 통해 차기 대표팀 감독이 됐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2014년 브라질 월드컵과 2015년 호주 아시안컵을 소화할 예정이다. 최근 A매치에서 지지 부진했던 한국 대표팀의 침체 극복을 주도하며 월드컵과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지 주목된다.

 

 

[사진=홍명보 한국 대표팀 신임 감독 (C) 나이스블루]

 

홍명보 감독 선임은 '현실적인 선택'

 

여론에서는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감독 선임을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외국인 감독 선임에 대한 기대치가 컸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에서는 홍명보 감독과 더불어 세뇰 귀네슈 전 서울 감독, 마르셀로 비엘사 전 빌바오 감독이 한국 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외국인 감독이 앞으로 1년 안에 팀을 완성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한 단점이 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라고 할지라도 제2의 딕 아드보카트 전 감독을 보고 싶지 않다. 그나마 귀네슈 전 감독은 2000년대 후반 한국 축구계에서 활동했으나 클럽과 대표팀은 다르다. 아울러 그는 서울의 패스 축구를 완성하기까지 1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대표팀은 클럽에 비해 선수들이 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

 

홍명보 감독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클럽을 포함하여 성인팀 사령탑을 지휘했던 이력이 없다. 2000년대 중반 아드보카트호와 베어벡호에서는 코치로 활동했으며 그 이후 청소년 대표팀과 아시안게임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비록 성인팀을 이끌지 못했으나 대표팀 코칭 스태프로 활동한 경험이 풍부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동메달을 이끌었던 상징성이 크다. 걸출한 외국인 감독도 달성하기 쉽지 않은 성과. 그 이전이었던 2009년 U-20 월드컵에서는 8강 진출을 이루었다. 비록 국내 여론에서 귀네슈-비엘사 전 감독에 비해 과소 평가 되었으나 그의 지도력은 세계 무대에서 두 번이나 통했다.

 

글쓴이도 대한축구협회가 외국인 감독을 영입하지 못한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역대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외국인 지도자 중에서 거스 히딩크 현 안지 감독 외에는 성공 사례가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내 감독과 외국인 감독 모두 장단점이 존재한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홍명보 감독이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밖에 없다. 브라질 월드컵까지 1년의 시간이 남았다. 런던 올림픽에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라면 런던 올림픽 세대+일부 주축 선수가 합친 스쿼드로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실제로 정성룡, 김영권, 구자철, 기성용, 지동원, 박주영은 A팀 주전이거나 이미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

 

홍명보 감독의 장점은 선수 장악과 수비 조직력이다. 이는 현 대표팀의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지금의 대표팀은 그라운드 안팎에 걸쳐 어수선한 나날을 보냈다. 홍명보 감독이 선수들의 단합을 꾀하며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 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16강, 아시안컵 우승을 달성하려면 1차적으로 수비가 강해야 한다. 홍명보호가 런던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비결은 강력한 압박에 있었다. 5명의 미드필더가 끈질긴 협력 수비를 펼치면서 포백을 보호했고 때에 따라 공격수를 포함하여 압박의 범위를 전방까지 넓혔다. 모든 선수들의 승부 근성이 집요했다. 홍명보 감독의 지도력 덕분이다.

 

아쉬운 것은 홍명보 감독 계약 기간이 2년이다. 만약 대표팀의 2015년 아시안컵 성적이 좋지 못하면 홍명보 감독이 물러나는 시나리오가 연출 될 수도 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을 어떻게 이끌지 여부는 아무도 모르나 대표팀의 감독 교체가 잦았던 악순환은 더 이상 연출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도자가 팀의 체질을 개선할 시간이 충분해야 대표팀의 경기력이 업그레이드 되는 발판을 얻는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월드컵과 아시안컵에서 팀을 성공적으로 이끌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지휘할 명분을 얻게 될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홍명보 감독을 싫어하기 보다는 외국인 감독 영입을 향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감독 선임은 확정됐다. 대한축구협회의 선택 여부를 떠나 홍명보호가 브라질 월드컵과 아시안컵에서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기를 바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