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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무리뉴가 스페인 축구를 망쳤다고 시인한 까닭

 

"나는 스페인 축구에 손해를 입혔다. 감독으로서 FC 바르셀로나의 우월함을 깨뜨렸다"

 

스페셜 원에서 '해피 원'으로 변신한 조세 무리뉴 첼시 신임 감독은 현지 시간으로 10일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주장을 했다. "무리뉴 감독은 스페인 축구를 망쳤다"는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독설을 맞받아친 것. 다른 감독이었다면 이를 부정했을지 모르나 무리뉴 감독은 시인했다.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서 바르셀로나의 독주를 깨뜨렸다고 밝히며 자신의 업적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사진=조세 무리뉴 감독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m)]

 

실제로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을 맡았던 2011/12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통해 바르셀로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프리메라리가 최다 승점(100점, 32승 4무 2패)과 최다 득점(121골) 기록을 세웠다는 점이다. 당시 프리메라리가 3연패를 달성했던 바르셀로나보다 더 강한 팀이 되기 위해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으면서 엄청난 득점을 퍼부었다. 흔히 바르셀로나는 공격 축구의 대명사로 꼽히나 2011/12시즌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 더 강했다. 올 시즌에는 바르셀로나가 승점 100점(32승 4무 2패)으로 다시 챔피언을 되찾았으나 최초의 100점 기록은 레알 마드리드가 세웠으며 그 수장이 무리뉴 감독이다.

 

무리뉴 감독은 2012/13시즌 무관에 그치자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와의 시즌 전적에서는 3승 2무 1패로 앞섰다.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와의 시즌 전적에서 우세를 나타낸 것은 2007/08시즌 이후 다섯 시즌만이다. 바르셀로나와의 막판 2경기에서도 이기면서 '바르셀로나를 잡는 방법'을 터득했다. 비록 우승에 실패했으나 바르셀로나의 막강함을 약화시켰던 존재임에 틀림 없다. 다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바르셀로나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것이 옥의 티다.

 

그런 무리뉴 감독이 스페인 축구를 망쳤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축구팬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것이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서 바르셀로나 전성시대를 끝내는 것은 당연한 과제다. 자신이 레알 마드리드 팬이라면 바르셀로나가 잘 나가거나,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에 패하는 시나리오를 원치 않을 것이다. 반대로 바르셀로나 감독도 레알 마드리드보다 더 나은 경기력과 성적을 보여줘야 한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으로서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을 뿐이다. 그 임무는 바르셀로나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꼬집을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수비 지향적인 지도자로 유명하며 인터 밀란 사령탑 시절이었던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바르셀로나 원정에서는 극단적인 수비 축구를 선보였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 감독 부임 이후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골 넣는 공격 축구'로 바꿨다. 바르셀로나전에서는 점유율을 내줬으나 상대 팀을 이기기 위한 맞춤형 전략일 뿐이다. 바이에른 뮌헨도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점유율에서 밀렸음에도 두 경기에서 통합 7-0 승리를 거두었다. 축구는 점유율보다 골이 더 중요하다. 무리뉴 감독의 수비적인 축구가 스페인 축구를 망쳤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니에스타의 독설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라이벌 팀의 선수로서 무리뉴 감독을 싫어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입장에서 당연할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레알 마드리드를 증오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축구팬이라면 잘 알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도 무리뉴 감독을 시기한다. 더욱이 무리뉴 감독은 2000년대 중반 첼시 사령탑 시절을 기점으로 바르셀로나와의 관계가 좋지 못했다. 바르셀로나를 향한 도발을 펼치며 그들의 신경을 건드렸던 것. 무리뉴 감독과 바르셀로나의 악연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무리뉴 감독은 첼시 사령탑으로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그 목표를 실현하려면 반드시 바르셀로나를 넘어야 한다. 대진에 따라 바르셀로나와 격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바르셀로나는 그동안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꾸준함을 유지했다. 최근 6시즌 연속 4강 진출했으며 그 중에 2번이나 우승했다. 어쩌면 무리뉴 감독의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바르셀로나와 맞붙을 수 있다. 무리뉴 감독이 바르셀로나를 제압하고 첼시의 유럽 제패에 힘을 실어줄지 앞으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