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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베일 영입은 최선일까?

 

올 시즌 무관에 그친 레알 마드리드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스쿼드 보강에 나설 것이다. 라이벌 FC 바르셀로나가 얼마전 네이마르와 5년 계약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도 이에 걸맞는 대형 선수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루머로만 알려졌던 가레스 베일(토트넘)의 영입이 현실화 될 수 있다. 베일은 2012/13시즌 PFA(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과 영 플레이어상을 동시 수상했던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 토트넘이 올 시즌 5위에 그쳐 다음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획득하지 못했으며 이는 레알 마드리드에게 베일 영입을 위한 기회다.

 

 

[사진=가레스 베일 (C)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메인(tottenhamhotspur.com)]

 

베일은 지금까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데체자로 꼽혔다. 호날두가 이번 시즌 초반부터 소속팀을 떠날 것이라는 루머가 무성하면서 그의 공백을 대신할 선수로 베일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지난 9일 말라가전에서 자신의 손가락으로 유니폼 왼쪽에 새겨진 레알 마드리드 엠블럼을 가리키는 골 세리머니를 펼치며 잔류 의사를 드러냈다. 레알 마드리드도 팀의 에이스를 굳이 다른 팀에 넘길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베일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은 가라앉지 않았다. 베일과 호날두의 공존이 기대되는 이유다.

 

레알 마드리드의 베일 영입은 팀 공격의 파괴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베일은 2선 모든 포지션에서 다득점이 가능한 미들라이커다. 호날두 득점력에 의존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을 해소할 수 있다. 호날두는 베일의 존재감에 의해 상대 팀의 집중 견제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많은 골을 터뜨리는 발판을 얻게 된다. 베일이 중앙과 오른쪽을 휘젓고 호날두가 왼쪽이나 골대 가까이에서 골을 해결짓는 그림이 그려진다.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호날두 공존 효과에 이어 공격수 득점력까지 뒷받침하면 유럽 축구 최고의 공격 삼각 편대를 형성하여 통산 10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자신감을 얻을 것이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다음 시즌 4-2-3-1을 활용하면서 호날두를 왼쪽 윙어로 배치한다고 가정했을 때 베일은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오른쪽 윙어로 모습을 내밀 것이다. 메수트 외질과 앙헬 디 마리아는 호날두처럼 많은 골을 넣는 미드필더가 아니다. 각각 패스와 경기 운영, 크로스와 활동량으로 호날두를 비롯한 동료 선수의 골을 돕는다. 베일이 2선에 가세하면 외질과 디 마리아 중에 한 명이 주전에서 밀릴 수도 있다. 특히 디 마리아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은근히 잔부상에 시달렸고 이는 레알 마드리드 전력에 마이너스가 됐다. 최근에는 AS모나코 이적설에 직면한 상황. 베일이 디 마리아 대신에 오른쪽 윙어로 나설 수 있는 상황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베일을 영입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호날두-베일' 콤비가 다른 공격 조합에 비해서 FC 바르셀로나의 '메시-네이마르' 콤비를 무너뜨릴 경쟁력이 있다. 네이마르가 유럽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할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명성만을 놓고 보면 메시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다. 그의 공격력과 맞먹는 선수가 베일이다. 아직까지는 '베일vs네이마르' 중에서 누구의 내공이 좋은지 알 수 없으나 두 선수 모두 개인 실력이 뛰어난 영건들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베일의 맹활약으로 라이벌팀의 네이마르 효과가 여론에서 묻히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의 베일 영입은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사실상 '두 명의 호날두'를 감당할지 의문이다. 자칫 팀의 공수 밸런스가 깨질 우려가 있다. 호날두와 베일은 수비적인 공헌이 많은 유형이 아니다. 포메이션상 미드필더이면서 골을 의식하는 성향이다. 어떤 사람은 베일이 왼쪽 풀백 출신이라는 이유로 수비력이 뛰어날 것이라 판단하겠으나 올 시즌을 기점으로 공격력에 특화된 선수로 진화했다. 또한 베일이 왼쪽 풀백을 맡았을 때의 토트넘 경기력은 대체적으로 좋지 못했다. 베일은 또 하나의 호날두라고 볼 수 있다. 호날두-베일 콤비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을 높이는 이점이 있으나 수비력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호날두-베일이 끊임없이 날카로운 공격력을 발휘하려면 중원이 강해야 한다. 그러나 사비 알론소가 경기력 저하 기미를 보였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4강 도르트문트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팀이 결승 진출에 실패했던 원인 중에 하나로 작용했다. 심지어 알론소는 내년이면 30대 중반에 접어든다. 이제는 체력 저하를 걱정해야 한다. 그의 파트너 사미 케디라는 헌신적인 선수임에 분명하나 홀딩맨이 아니며 투박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기질에서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린다. 알론소-케디라 조합이 호날두-외질-베일(또는 호날두-베일-외질or디 마리아)이 공격에 집중하도록 살림꾼 역할에 충실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차기 감독의 역량이 중요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떠날 조세 무리뉴 감독은 팀의 조직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전의 레알 마드리드는 선수들의 수비적인 결속력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6시즌 연속 16강 탈락으로 고배를 마셨던 것도 팀워크와 밀접하다.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슈퍼스타 영입에 매달리면서 수비의 무게감이 약한 것이 문제였다. 지금의 레알 마드리드는 과거의 문제점을 되짚어봐야 한다. 호날두-베일이 성공적으로 공존하려면 수비 조직력이 이전보다 향상되어야 한다. 차기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