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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2013 FIFA 발롱도르 수상자, 미궁 속으로

 

과연 2013 FIFA(국제축구연맹) 발롱도르 수상자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바이에른 뮌헨에서 배출될 것인가? 2011/12시즌 우승팀 첼시에 비하면 가능성이 조금 높다. 당시 첼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으나 프리미어리그에서 6위로 추락했다. 팀의 유럽 제패를 주도했던 디디에 드록바(현 갈라타사라이)는 프리미어리그 24경기 5골 1도움에 그쳤다. 결국 2012 FIFA 발롱도르는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몫으로 돌아갔다. 메시는 한 해 최다골(91골) 기록을 새롭게 경신하며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다.

 

반면 2012/13시즌의 바이에른 뮌헨은 트레블을 바라보고 있다. 분데스리가, 챔피언스리그에 이어 오는 6월 2일에 펼쳐질 DFB 포칼컵 결승 슈투트가르트전에서 이기면 트레블을 달성한다. 만약 우승에 실패해도 FC 바르셀로나 시대를 끝냈던 임펙트가 크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 중에서 누군가 FIFA 발롱도르 수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이에른 뮌헨에는 FIFA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될 만한 선수들이 분산됐다. 아르연 로번, 마리오 만주키치, 토마스 뮐러, 프랭크 리베리, 마누엘 노이어 같은 슈퍼스타들이 하나로 힘을 합치면서 팀의 우승을 공헌했던 것. 특정 선수의 원맨쇼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전술과 끈끈한 조직력이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하는 비결이 되었지만, 팀의 일원 중에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할 만한 적임자로서 딱히 한 명을 꼽기가 어려운 것이 바이에른 뮌헨의 고민이다.

 

로번-만주키치-뮐러-리베리 같은 공격 자원들은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하기에는 2% 부족하다. 그 중에 로번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최우수 선수였다.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골 1도움 기록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끈 것. 그러나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6경기 출전(5골 5도움)에 그쳤다. 34경기 중에 거의 절반을 소화한 것.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제외된 시간이 많았다. 2013/14시즌 전반기 활약이 FIFA 발롱도르 수상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겠지만, 지난 10년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이력을 놓고 볼 때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처럼 유리몸을 극복할지 의문이다.

 

도르트문트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렸던 만주키치는 챔피언스리그 10경기에서 3골에 그쳤다. 3골 모두 토너먼트에서 기록했으나 FIFA 발롱도르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골 횟수가 부족하다. 득점력만을 놓고 보면 분데스리가에서도 독보적이지 않았다. 24경기에서 15골 기록하여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시즌 전체적인 경기 내용은 좋았으나 공격수는 골이 중요하다. 참고로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떨쳤던 카카(당시 AC밀란, 현 레알 마드리드)-호날두(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현 레알 마드리드)-메시는 챔피언스리그 다득점을 발판으로 세계 No.1에 올라섰다.

 

로번과 만주키치에 비해서 뮐러는 2선 미드필더로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분데스리가 28경기에서 13골 11도움, 챔피언스리그 13경기에서 8골 2도움 올렸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팀 내에서 득점이 가장 많았다. 그러나 결승전 스포트라이트가 로번과 만주키치에게 향한 것이 뮐러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선수 인지도 또는 투표자의 개인적인 호불호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FIFA 발롱도르 투표에서 뮐러가 No.1이 될 경쟁력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리베리는 올 시즌 준수한 경기력을 발휘했으나 로번-만주키치-뮐러를 압도하는 포스까지는 아니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주장을 맡는 오른쪽 풀백 필립 람, 도르트문트전에서 슈퍼 세이브 6개를 기록하며 놀라운 선방을 펼쳤던 노이어도 FIFA 발롱도르 후보로 거론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수비수와 골키퍼가 상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포지션 특성상 공격 자원들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2000년대 이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당시 분리 운영)를 수상했던 수비수와 골키퍼는 2006년의 파비오 칸나바로(은퇴, 수비수) 뿐이며 이탈리아의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을 이끈 효과가 컸다. 지난해에는 이케르 카시야스(레알 마드리드)가 FIFA 발롱도르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투표에서는 6위에 머물렀다.

 

만약 바이에른 뮌헨 선수 중에서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할 적임자가 마땅치 않으면 호날두 또는 메시에게 상이 돌아갈 수도 있다. 호날두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12경기 12골)에 올랐다. 지난 6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이 FIFA 올해의 선수상, 발롱도르, 지금의 FIFA 발롱도르를 거머쥐었던 특성을 놓고 볼 때 호날두에게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가 2012/13시즌 무관에 그친 것이 문제다.

 

메시는 프리메라리가 득점왕(32경기 46골)을 달성했으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득점왕을 지키는데 실패했다.(11경기 8골) 한 해 최다골 기록을 새롭게 바꿀지 의문이며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으나 올해는 다른 선수에게 FIFA 발롱도르가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외부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 가레스 베일(토트넘)도 FIFA 발롱도르 후보로 거론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레반도프스키는 분데스라가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득점 2위를 기록했으며 소속팀이 올 시즌 무관에 머물렀다. 베일은 PFA(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과 영플레이어상을 휩쓸었으나 소속팀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5위, 유로파리그 8강 진출에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