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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AS모나코 이적설, 찝찝한 이유

 

'산소탱크' 박지성의 차기 행선지는 과연 AS모나코 일까? 모나코는 2년 전까지 박주영이 간판 공격수로 뛰었던 프랑스리그에 속한 클럽이다. 그 당시의 모나코는 2010/11시즌 강등팀이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모나코는 다르다. 2011년 12월 러시아 출신의 갑부 드미트리 리볼로플레프에 의해 인수되면서 자금이 풍부해졌다. 올 시즌 리그2 우승으로 다음 시즌 리그1에 승격했으며 과감한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을 노리고 있다. 여기까지는 박지성 모나코행 루머가 단순한 이적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해외 축구 언론사 <골닷컴 영국판>이 얼마전 모나코는 박지성과 더불어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파트리스 에브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영입을 노리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국내 축구계에 눈길을 끌었다. 박지성과 테베스, 에브라는 2000년대 후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함께 활약하며 '절친' 관계로 인연을 맺었다. 해당 기사가 그대로 현실화 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3인방은 모나코에서 재회하며 함께 우정을 나누게 된다. 마치 환상적인 시나리오 일 것 같다.

 

 

[사진=박지성 (C)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메인(premierleague.com)]

 

그러나 세 명이 다음 시즌 모나코에서 함께 뭉칠 가능성은 낮다. 적어도 테베스와 에브라에게 모나코 이적은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되지 않는다. 모나코는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이 아니며 리그1에서 몇 위의 성적을 거둘지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소위 '돈을 많이 쓰는 팀'의 특징은 선수들의 결속력이 느슨하다. 팀워크를 강조하는 지도자와 함께하지 못하면 시즌 내내 조직력 부재에 시달리게 된다. 맨체스터 두 팀에서 주축 선수로 입지를 다진 두 선수가 굳이 모나코로 떠날 이유가 없다. 모나코 이적설이 불거진 라다멜 팔카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마찬가지. 팔카오가 있어야 할 무대는 챔피언스리그다.

 

아직은 박지성이 테베스와 에브라와 함께 모나코에서 뭉치는 시나리오를 순진하게 믿을때가 아니다. 루머는 루머일 뿐이다. 아직 2012/13시즌이 끝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름 이적시장과 관련된 여러 루머들이 제기되었으며 앞으로는 더욱 많이 쏟아질 것이다. 이적시장 루머는 사실보다는 추측 혹은 거짓이 많다. 특정 선수의 이적시장 루머가 제기되었다고 해서 그 선수가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것 같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신빙성이 있는 루머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한다.

 

다만, 박지성은 세 명 중에서 모나코행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인물이다. 그의 이적시장 1차 목표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를 떠나는 것이다. QPR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부진을 거듭한 끝에 챔피언십 강등이 확정됐다.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선수가 2부리그에서 뛰는 것은 국내 축구팬들이 상상하기 싫은 시나리오이며 박지성도 이를 원치 않을 것이다. 심지어 QPR에서는 해리 레드냅 감독 외면에 의해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팀에 잔류해도 다음 시즌 챔피언십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뛰지 못할수도 있다. 반면 모나코는 다음 시즌부터 프랑스 리그1 클럽이다. 박지성의 다음 시즌 소속팀으로 QPR과 모나코를 꼽으라면 당연히 후자다.

 

그러나 박지성의 모나코 이적은 옳은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모나코와 QPR은 큰 틀을 놓고 볼 때 서로 비슷한 팀이다. 만약 모나코가 그들의 의도대로 선수 영입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 오히려 조직력이 와해 될 우려가 따른다. 맨체스터 시티도 그랬고, 토트넘도 그랬고(2007/08시즌 후안 데 라모스 감독 재임 시절). QPR도 그랬다. 최상의 팀워크를 유지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박지성이 모나코의 전력 안정을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없다. 사실상 30대 중반에 접어들었으며 과거의 무릎 부상 이력을 놓고 볼 때 향후 현역 선수로 활약할 시간이 많지 않을수도 있다. 이제는 현역 선수 커리어를 아름답게 마치는 시나리오를 고민할 때다.

 

어쩌면 모나코에는 클럽에 대한 충성심이 결여된 이적생이 들어올 수도 있다. 모나코가 대형 선수를 영입하려면 빅 클럽 주축 선수 못지 않은 주급을 보장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나코를 위해 뛰겠다는 마음보다는 단지 돈을 위해 모나코 이적을 선택하는 선수가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선수가 향후 모나코의 핵심 멤버로 뛰면 팀이 발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동료 선수의 활약을 도와주는 희생적인 플레이를 지양하고 개인 플레이를 남발하는 선수 때문에 팀의 경기력 편차가 커질 것이다. QPR에서 돈 쓰는 클럽의 '나쁜 예'를 겪었던 박지성에게 모나코 이적은 또 하나의 악몽이 될 우려가 있다.

 

박지성은 모나코에서도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다. 모나코가 올 시즌 리그1 우승팀 파리 생제르맹처럼 되고 싶다면 틀림없이 선수 영입에 욕심을 부릴 것이다. 박지성이 모나코에서 좋은 활약 펼칠지라도 구단이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나코의 이적시장 전망이 어떨지는 알 수 없으나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자할 의지가 충분하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록 기존 선수가 팀 내 입지를 지킬 확률이 떨어질 수 있다. 모든 포지션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박지성은 미드필더이며 그것도 낯선 무대에서 젊고 싱싱한 선수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미 QPR에서는 백업 멤버로 밀려난 경험이 있으며 이 같은 일이 또 다시 되풀이되는 것은 좋은 현상이 아니다.

 

물론 QPR에서 뛰는 것 보다는 나을 수 있다. QPR은 한마디로 '안되는 팀'이었다. 그러나 모나코도 QPR과 유사한 문제점을 겪을 수 있는 팀이다. 파리 생제르맹처럼 확실하게 전력 보강을 하면 QPR처럼 하위권에 머물지 않겠으나 대형 선수와 계약했다고 팀의 모든 문제점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맨체스터 시티는 2008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호비뉴 영입에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3200만 파운드)를 투자했음에도 시즌 내내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직은 박지성의 모나코 이적설이 찝찝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