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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지성 카디프 임대,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산소탱크' 박지성이 소속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의 강등에 의해 올 시즌 종료 후 다른 팀으로 떠날 것이라는 루머가 여러차례 제기됐다. 그 중에는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는 카디프 시티(이하 카디프) 임대설도 있었다. 유럽축구 전문 사이트 <트라이벌풋볼>이 지난 1일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 기사를 인용하며 "QPR은 주급 7만 5,000파운드(약 1억 2,770억 원)를 받는 박지성의 계약 마지막 해에 임대 보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인 뒤 차기 행선지로 카디프를 꼽았다.

 

현실적으로 QPR이 다음 시즌 챔피언십 클럽으로서 박지성 주급을 감당하기는 힘들다. 2부리그 클럽에 맞는 재정 운영이 필요하다. 프리미어리그 하위권 클럽치고는 올 시즌 선수 영입에 너무 많은 돈을 쏟으면서 2부리그에 있는 동안 인건비 투자를 줄여야 한다. 선수들의 주급을 삭감할 수 있으나 박지성이 해당될지는 미지수다. 해리 레드냅 감독이 최근 팀 내 고액 연봉자를 향한 쓴소리를 하면서 박지성 잔류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는다.

 

 

[사진=박지성 (C)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메인(premierleague.com)]

 

박지성 카디프 임대는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명예회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 동안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QPR에서 레드냅 감독 외면에 의해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으며 팀은 강등됐다. 이대로 프리미어리그를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반면 카디프는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1부리그에 승격했다. 다수의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경험이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월드컵과 UEFA 챔피언스리그같은 다양한 대회를 경험했던 박지성의 장점이 카디프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박지성 카디프 임대는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그의 카디프행은 곧 김보경과의 경쟁을 의미한다. 두 명의 한국인 선수는 왼쪽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를 골고루 소화하며 최근에는 중앙 옵션으로 기울어진 인상이다. 박지성은 올 시즌 QPR에서 수비형-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갔으며 김보경은 시즌 후반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전환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다. 자칫 중앙 미드필더로서 포지션 경쟁을 펼칠지 모를 일이다.

 

두 선수가 함께 중앙 미드필더를 맡기에는 체격 조건이 크지 않은 단점이 있다. 카디프는 승격팀으로서 프리미어리그 잔류를 위해 강력한 수비를 펼쳐야 한다. 중원에서 상대팀 선수를 터프하게 다루면서 포백 보호에 충실한 선수가 필요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대인 방어가 요구되는 특성상 체격 조건이 큰 선수가 중원에 있어야 한다. 어쩌면 박지성과 김보경은 카디프 주전으로서 함께 공존할 수 있으나 그 중에 한 명이 왼쪽 윙어를 맡아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말키 맥카이 감독이 박지성을 필요로 하는지 또는 김보경을 왼쪽 윙어로 배치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카디프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프리미어리그 잔류 성공을 위한 선수 영입에 나설 것이다. 말레이시아 출신 기업가 탄 스리 빈센트 탄 버자야그룹 회장이 구단주를 맡는 팀으로서 승격팀치고는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할 여지가 있다. 웨일즈 지역의 최대 라이벌 스완지 시티를 넘기 위해 곧 다가올 이적시장을 소홀하게 보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QPR 같은 이적시장 행보라면 선수단의 팀 워크가 깨질 우려가 있다. QPR에서 행복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박지성에게 카디프 임대는 반갑지 않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박지성은 조직력이 단단한 팀에서 빛을 발하는 타입이다.

 

만약 박지성이 QPR에 이어 카디프에서 주전 도약에 어려움을 겪으면 자신의 커리어에 이롭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명예회복도 좋지만 그보다는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선수 생활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굳이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무게감을 실을 필요는 없다. 카디프보다 좋은 팀은 유럽에 널려 있다. 또는 K리그 클래식 진출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과 성원을 받으면서 K리그 클래식의 흥행 성공을 도모하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박지성 카디프 임대를 제기했던 트라이벌 풋볼과 더 선은 이적 루머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것을 유럽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잘 알고 있다. 박지성이 과연 QPR을 떠날지, 차기 행선지가 어느 팀일지 알 수 없는 상황. 아직까지는 카디프 임대에 큰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