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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과연 무리뉴는 레알에서 실패했나?

 

2012/13시즌은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사령탑을 맡는 세 시즌째로서 이전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도르트문트의 저항에 무너졌고 프리메라리가에서는 빌라노바 감독의 FC 바르셀로나에게 챔피언 등극을 허용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실패 이후에는 무리뉴 감독이 훈련장에서 현지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야유를 받았던 소식이 여론의 화제를 모았다. 이전부터 줄곧 제기되었던 무리뉴 감독과 레알 마드리드의 작별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시즌만을 놓고 보면 무리뉴 감독의 행보가 아쉽다. 레알 마드리드는 빅 클럽으로서 매 시즌마다 우승하고 싶은 야망이 강하다. 끊이지 않는 슈퍼스타 영입과 2000년대 중반의 잦은 감독 교체를 봐도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욕망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 실패했으며 프리메라리가에서는 FC 바르셀로나에게 우승 트로피를 빼앗겼다. '영원한 챔피언'을 열망했을 현지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야유를 받아야 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에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세 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은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운 성과였을지 몰라도 그 이전과 비교하면 좋은 성적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무리뉴 감독을 데려오기 이전까지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으로 좌절을 거듭했다. 2009/10시즌에는 호날두-카카 계약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으나 16강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최다 우승 클럽(9회)이라는 자존심이 있으나 냉정히 말하면 11년전까지의 달콤함이었을 뿐이다. 무리뉴 감독은 16강 토너먼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레알 마드리드의 체면을 살려줬다.

 

무리뉴 감독은 팀의 16강 징크스와 더불어 리옹 징크스까지 깨뜨려줬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입성하기 이전의 레알 마드리드는 리옹과의 역대 전적에서 6경기 3무 3패로 부진했다. 2009/10시즌 16강에서는 리옹에게 1무 1패를 기록하고 탈락했다. 무리뉴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이었던 2010/11시즌 16강에서 리옹을 상대로 1승 1무를 올리며 팀의 8강 진출과 동시에 두 개의 징크스를 극복했다. 2011/12시즌 32강 조별리그에서는 리옹과 두 경기 맞붙으면서 모두 이겼다. 특히 홈에서는 4-0 완승을 거두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에 약했던 면모도 극복했다. 올 시즌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를 기록했으며 최근 2경기에서는 모두 이겼다. 철천지 원수를 상대로 시즌 전적에서 우세를 나타낸 것은 2007/08시즌 이후 다섯 시즌 만이다. 2008/09시즌부터 2012/13시즌의 초반이었던 2012년 8월 23일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1차전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FC 바르셀로나와의 16경기에서 2승 4무 10패에 그쳤다. 그때의 참담함을 시즌 전적 우세로 바꾸어 놓았던 일등공신이 바로 무리뉴 감독이었다.

 

비록 2012/13시즌 프리메라리가 2연패 달성에 실패했으나 이전 시즌에는 역대 프리메라리가 최다 승점(100점, 32승 4무 2패) 신기록을 세우며 우승에 성공했다. FC 바르셀로나가 이전에 경신했던 2009/10시즌 99점(31승 6무 1패)보다 1점 높았다. 당시 유럽과 세계를 호령했던 FC 바르셀로나의 프리메라리가 챔피언 등극을 저지하기까지 선수들과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승점 100점 고지에 올랐다. 한 시즌 최다 팀 득점(121골) 기록도 세웠다. 1경기에서 약 3.18골을 터뜨리며 엄청난 승점을 챙겼다. 공격력하면 FC 바르셀로나였으나 2011/12시즌 만큼은 레알 마드리드의 골이 더 많았다.

 

문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였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의 통산 열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안겨줄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행이 공식 발표되기 이전에 인터 밀란의 트레블을 이끌었고 공교롭게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던 장소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였다. 세 시즌 동안 단 한 번도 결승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도 '스페셜 원'과 어울리지 않는 성과다. 무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나 완벽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무리뉴 감독은 첼시 시절에도 세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첼시팬들의 끊임없는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 현지 팬들의 반응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오래전부터 수많은 우승을 달성했던 FIFA 선정 20세기 최고의 팀이며 첼시는 2000년대 초반까지 강팀의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의 눈높이가 높을 수 밖에 없었다. 훗날 무리뉴 감독을 향한 레알 마드리드 현지 반응이 좋지 않을지라도 그가 실패하지 않았음을 많은 축구팬들이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