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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판 페르시, 맨유 EPL 우승의 일등공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마침내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시간으로 23일 오전 4시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진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4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 로빈 판 페르시 해트트릭에 힘입어 3-0으로 완승했다. 승점 84점(27승 3무 4패)을 기록하면서 2위 맨체스터 시티(20승 8무 5패, 승점 68)와의 승점 차이를 16점으로 따돌렸다. 남은 4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확정지었다.

판 페르시는 애스턴 빌라전에서 전반전에만 3골 넣으며 맨유 우승의 쐐기를 박았다. 전반 2분 라이언 긱스가 왼쪽 공간에서 찔러준 볼을 골대 앞에서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으며, 전반 13분에는 페널티 박스 왼쪽 바깥에서 웨인 루니가 길게 밀어준 롱패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받아냈다. 전반 33분에는 페널티 박스 중앙 안쪽에서 긱스의 패스를 받은 뒤 상대 팀 골키퍼를 제치고 또 다시 왼발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판 페르시는 애스턴 빌라전 해트트릭으로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34경기 24골)를 되찾았다. 불과 1~2개월 전까지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며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33경기 23골)에게 득점 선두를 빼앗겼으나 최근에 상황이 역전됐다. 수아레스는 22일 첼시전 이전까지 4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졌으며, 첼시전에서는 '이빨 사건'을 일으키며 잔여 경기에 뛰지 못할 처지에 몰렸다. FA(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수아레스를 징계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조만간 징계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지금 추세라면 판 페르시는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른다.

판 페르시는 애스턴 빌라전 해트트릭으로 PFA(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 수상 전망이 밝아졌다. 다시 득점 선두를 되찾으며 수아레스와의 경쟁에서 우세를 나타냈다. 또 다른 강력 후보 가레스 베일(토트넘)의 물 오른 성장이 변수지만,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을 이끈 프리미엄을 놓고 볼 때 베일과의 경쟁에서 쉽게 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판 페르시에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값지다. 2004년 여름 잉글랜드 진출 이후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각종 대회까지 포함하면 아스널 시절이었던 2004/05시즌 FA컵 이후 8시즌 만에 우승의 짜릿함을 느끼게 됐다. 아스널이 지긋지긋한 무관에 시달리면서 지난 몇 년 동안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지난해 여름 라이벌 맨유 이적을 결정했던 계기가 됐다. 네덜란드 대표팀에서도 우승을 이루지 못하면서 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갈망했을 것이다.

판 페르시는 맨유 이적 후 각종 대회를 포함한 44경기에서 28골 넣었다. 애슐리 영과 안토니오 발렌시아 같은 윙어들의 집단적인 부진과 웨인 루니, 대니 웰백의 부침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골 결정력을 발휘하며 팀의 최전방을 빛냈다. 맨유가 올 시즌 4-4-2에서 4-2-3-1로 전환하여 루니가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한 것은 원톱 판 페르시의 존재감이 컸다. 만약 맨유가 판 페르시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어려웠을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게 판 페르시 영입은 '신의 한 수' 였고, 판 페르시는 자신이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공격수임을 맨유에서 입증했다.

한때는 프리미어리그 5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고전했다. 이는 일시적인 경기력 저하였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투입하면서 체력적인 어려움을 겪은것이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뿌리치지 못했던 원인이 됐다. 맨유가 UEFA 챔피언스리그, FA컵에서 탈락한 이후에는 자신의 득점력이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최근 3경기 연속골(5골)을 터뜨리며 본래의 득점 페이스를 되찾은 것.

판 페르시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국제축구선수협회(FIFAPro)가 선정하는 2013년 월드 베스트 11에 뽑힐 명분을 얻었다. 2011/12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음에도 아스널 무관과 네덜란드 대표팀의 유로 2012 졸전에 의해 2012년 월드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주역이 된 것과 동시에 두 시즌 연속 득점왕 달성이 유력해졌다.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함께 2012년 월드 베스트 11을 수상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