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내가 QPR 경기를 보지 않는 이유

 

평소 같았으면 이번 주말에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 경기를 시청했을 것이다. '산소탱크'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며 태극 전사가 잉글랜드 무대를 화려하게 빛내기를 바랬을 것이며 다수의 축구팬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박지성 경기를 2003년 PSV 에인트호벤 진출 시절부터(2000년대 초반 교토 퍼플상가 시절의 경기 중계도 몇 차례 봤지만) 활발히 시청했던 습관이 여전히 남아있다.

하지만 4월 2일 풀럼전을 끝으로 QPR 경기는 더 이상 생중계로 시청하지 않았다. 8일 위건전은 하이라이트를 봤던 것으로 기억하며 13일 에버턴전, 20일 스토크 시티전은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QPR 강등이 점점 가까워진 이유도 있지만 박지성이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경기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였다면 박지성이 연속 결장해도 시청했을 것이며 지난 시즌 막판에 그랬다. 허나 QPR은 시즌 내내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대표적인 약팀이다. 경기력이 좋지 않은 QPR 경기를 나의 수면 시간을 줄이면서 눈여겨 볼 가치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QPR은 내가 좋아하고 싶은 팀이 아니었다. 박지성을 좋아하며 PSV 에인트호벤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호감을 느꼈지만 QPR은 그렇지 않았다. 시즌 개막전 스완지 시티전 0-5 대패를 시작으로 오랫동안 1승 달성에 실패하면서 챔피언십에 강등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팀으로서 결속력이 약한 QPR 실상을 보고 또 봐도 앞날의 미래가 밝지 않아 보였다. 시즌 중반에는 해리 레드냅 감독의 부임으로 달라지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을 가졌다. 1월 이적시장에서는 윤석영과 로익 레미, 크리스토퍼 삼바 같은 이적생 가세로 극적인 강등권 탈출을 바랬으나 꼴찌만 면했을 뿐이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박지성 결장이 빈번했다. '박지성이 강등권 팀에서 벤치를 지키는 모습을 계속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가 선수의 실력 부족 때문이었다면 이를 인정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QPR에서 박지성보다 잘하는 미드필더는 없었다. 그나마 스테판 음비아의 살림꾼 기질이 돋보였을 뿐이다.

박지성의 팀 내 입지가 좁아진 원인은 많은 축구팬들이 알고 있어서 길게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7시즌 동안 200경기 이상 출전하며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던 선수가 강등권 팀의 벤치를 지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그런 모습을 TV 생중계를 통해 계속 보는 것은 시청자로서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손흥민 소속팀 함부르크 경기가 더욱 기다려질 뿐이다. 참고로 나는 20일 저녁 늦은 시간에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함부르크 경기를 봤다.

심지어 윤석영은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QPR로 이적한지 거의 3개월 되었으나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많은 축구팬들은 박지성과 윤석영이 서로 힘을 합쳐 QPR 강등권 탈출의 주역이 되기를 바랬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윤석영의 스토크 시티전 명단 제외도 예견된 일이었다.(박지성은 결장했다.) 코칭 스태프에서 윤석영을 활용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심지어 QPR의 시즌 막판 성적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취침하기 전 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며 QPR 경기를 반드시 봐야겠다는 마음이 점점 약해졌다.

QPR 강등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현재 19위(4승 12무 18패, 승점 24)이며 17위 애스턴 빌라(8승 10무 15패, 승점 34)와의 승점 차이가 10점이다. 애스턴 빌라는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렀으며 18위 위건도 마찬가지다. 객관적인 관점으로 전환하면 QPR보다는 '생존왕' 위건의 프리미어리그 잔류 여부에 눈길이 모아진다. 그만큼 QPR 잔류는 매우 힘들어졌다. 올 시즌 34경기에서 4승에 그친 팀이 남은 4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시나리오인 것 같다. 최근 5경기에서는 1무 4패로 고전했다.

2013/14시즌 또는 2013시즌 하반기에는 박지성이 명예회복을 위해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보며 일상속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다. 박지성이 QPR을 떠날지 혹은 어느 리그에서 활약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과 알렉스 퍼거슨 감독처럼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지도자와 호흡을 맞추며 산소탱크의 저력을 되찾기를 국민들이 기대할 것이다. 그와 더불어 윤석영은 강등시 이적 조항이 없다면 김보경을 타산지석 삼으며 챔피언십에서 QPR의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공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