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손흥민 멀티골, 역시 골 결정력은 최고

 

'손세이셔널' 손흥민(21, 함부르크)이 마침내 아홉수에서 벗어났다.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끄는 해결사 기질을 과시했다.

손흥민은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후 10시 30분 코파세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9라운드 마인츠 원정에서 두 골을 넣었다. 후반 16분 시즌 10호골, 후반 36분 시즌 11호골을 작렬하며 함부르크의 2-1 승리를 주도했다. 지난 2월 10일 도르트문트전 2골 이후 분데스리가에서 7경기 연속 무득점에 시달렸으나 두달 만에 골맛을 보면서 본래의 득점력을 회복했다. 이날 활약으로 독일 일간지 <빌트>로부터 평점 만점에 해당하는 1점(독일은 평점이 낮을수록 좋으며 최고 점수는 1점이다.)를 부여 받았다.

손흥민 원톱 출전, 매우 성공적

손흥민은 마인츠 원정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원톱을 맡았다. 지금까지 투톱 체제에서 쉐도우 또는 윙어, 팀이 원톱일 때는 측면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동료 공격수를 보조하는 역할로 중용됐다. 하지만 마인츠전은 달랐다. 함부르크는 3연패 부진 탈출을 위해 마인츠전에서 선 수비-후 역습을 통한 실리적인 경기를 펼쳤고, 최전방에서 루드네브스가 아닌 손흥민이 팀의 역습 상황에서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할 선수라고 판단했다. 루드네브스는 선발에서 제외되었고 손흥민이 최전방을 담당하게 됐다.

핑크 감독의 전략은 적중했다. 손흥민의 두 골은 모두 역습 상황이었다. 후반 16분 바델리가 전방 압박을 펼쳤을 때 상대팀 선수가 소유했던 볼이 근처에 있던 판 데르 파르트에게 향했다. 이 때 손흥민은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판 데르 파트르의 대각선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을 날렸다. 볼은 크로스바를 강타한 뒤 골대 안으로 빨려들면서 골망을 흔들게 됐다. 손흥민의 시즌 10호골 장면은 기습적인 상황에서 연출되었으며 마인츠 입장에서는 볼을 관리하지 못한 수비진의 실수가 아쉬웠을 것이다.

손흥민은 후반 36분 시즌 11호골을 터뜨렸다. 하프라인에서 과감한 드리블 돌파를 통해 골대쪽으로 쇄도했으며 상대 골키퍼를 제친 뒤 오른발로 가볍게 골을 넣었다. 마인츠 수비 라인이 높게 올라온 허점을 틈타 빠른 시간안에 골을 성공 시킨 것. 후반 36분은 선발로 투입된 공격 옵션으로서 체력적으로 지치기 쉬운 시간대였음에도 스스로 골을 해결했다. 반드시 골을 넣겠다는 의욕이 충만했다는 뜻이다.

두 골 넣은 손흥민은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득점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카타르와의 A매치 버저비터골도 마찬가지. 팀이 공격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골을 넣는 경우도 있었으나 직접 상대 수비진을 공략하는 방식에 강한 타입이었다. 특히 팀의 역습 상황에서는 공격수의 득점 해결 능력이 중요하다. 많은 선수들이 상대 진영에서 공격을 전개하지 않는 특성상 공격수가 골 욕심을 부려야 한다. 손흥민의 최고 장점은 득점력이며 그 능력이 올 시즌 함부르크의 에이스로 도약하는 원동력이 됐다.

한국 대표팀, 손흥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손흥민은 올 시즌 함부르크에서 11골 넣었다. 그동안 여러 명의 한국인 공격수들이 유럽 무대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손흥민은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유럽 축구를 빛내는 영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서는 붙박이 주전이 아니었다. 카타르전에서도 후반 36분에 이르러 그라운드를 밟았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요인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대표팀이 손흥민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고 이는 팀의 경기력이 불안정했던 원인 중에 하나였다.

물론 손흥민은 함부르크에서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경험이 많다. 얼마전 함부르크가 2-9로 대패했던 바이에른 뮌헨전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항상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며 골을 노렸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전형적인 미드필더 역할을 맡는 느낌이 강했다. 측면에서 빠른 순발력으로 상대 수비진을 교란하며 동료 공격수가 골을 넣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역할이었다. 카타르전 이전까지 A매치 12경기에서 1골에 그쳤던 것도 이 때문이다. 골이 부족했던 아쉬움도 있었으나, 유럽에서 골 결정력으로 두각을 떨치는 공격수가 대표팀에서 통하지 않았던 것은 팀이 손흥민을 맞추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제기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손흥민은 카타르전 결승골을 통해 대표팀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주자로 떠오를 자격을 얻었다.

손흥민을 대표팀 원톱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베일(토트넘) 마타(첼시) 같은 미드필더들도 많은 골을 넣는다. 미드필더가 꾸준히 득점을 올리려면 팀이 해당 선수의 장점을 키우는 전술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원톱을 앞세운 공격은 팀 전술이 다양화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득점력이 강한 미드필더가 해소할 수 있다. 손흥민은 한국 대표팀에서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다. 또한 대표팀 원톱 경쟁에서 생존할 가치가 충분하다. 대표팀 공격력이 업그레이드 되려면 손흥민 비중을 높이는 것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