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이 66분 출전했으나 소속팀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는 패했다. 한국 시간으로 17일 오전 0시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에서 아스널에게 0-2로 덜미를 잡혔다. 후반 29분 나초 몬레알, 후반 46분 제르비뉴에게 실점하면서 2연패를 당했으며 프리미어리그 9위(10승 10무 10패, 승점 40)를 기록하게 됐다. 원정팀 아스널은 5위(14승 8무 7패, 승점 50)를 유지했으나 이날 경기가 없었던 첼시와의 승점 차이를 2점으로 추격했다. 기성용은 팀의 선발 멤버 중에서 패스 성공률이 가장 높았으나(98%) 후반 21분에 교체됐다.

기성용 교체 이전과 이후의 스완지 경기력은 달랐다

스완지는 아스널과의 슈팅 숫자에서 9-16(개)로 밀렸으나 점유율 57-43(%) 패스 성공률 88-84(%)에서는 상대팀을 압도했다. 두 가지의 우세한 기록만을 놓고 봤을때는 경기 내용에서 아스널을 압도한 듯한 인상이다. 하지만 기성용이 교체됐던 후반 21분 이후에는 그렇지 않았다. 스완지가 아스널에 끌려다니면서 두 번의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기성용 교체는 라우드럽 감독의 악수였다.

기성용은 아스널을 상대로 66분 동안 패스 50개를 시도했으며 패스 성공률은 무려 98%였다. 프리미어리그 평균 패스 성공률 1위(2위 기성용)를 기록중인 아르테타(아스널, 스완지전 92%)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중원에서 끊임없이 정확한 패스를 공급하며 팀의 공격을 전개했다. 짧은 패스만 고집한 것도 아니었다. 상대 미드필더 뒷 공간을 가르는 전진패스를 여러차례 연결했으며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이어졌다. 이렇다보니 스완지가 공격을 펼치는 과정에서 기성용이 관여하는 패스가 많았다. 스완지가 점유율, 패스 성공률에서 아스널에 앞선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스완지는 기성용이 교체되면서 아스널에게 경기 주도권을 빼앗겼다. 중원에서 볼을 지켜줄 만한 선수가 없었던 것. 아스널 압박에 밀리면서 거듭된 슈팅을 허용했고 후반 29분에는 수비 집중력 저하와 브리튼의 느슨한 대인 마크에 의해 몬레알에게 결승골을 내주고 말았다. 기성용 대신에 투입했던 라우틀리지의 기동력을 앞세워 아스널 수비를 흔들며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라우드럽 감독의 심산이 뜻하지 않은 악재가 되고 말았다. 후반 31분 벤치로 들어간 다이어가 스완지의 첫번째 교체 대상자가 되었어야 했다.

스완지는 후반 31분 다이어를 빼고 무어를 투입하여 또 다시 공격적인 교체 작전을 시도했다. 동점골을 위한 작전이었으나 기성용 교체 이후처럼 아스널 공격을 막아내는데 바빴다. 미드필더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늘리는 작업이 미흡했던 것. 후반 40분 이후에는 아스널이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많아졌으나 박스 안쪽에서 볼이 두 번이나 아스널 수비에 걸리는 장면이 연출됐다. 데 구즈만은 후반 21분 이후 기성용 역할을 맡았으나 몇 개의 패스와 후반 38분 프리킥을 제외하면 별 다른 활약이 없었다.

라우드럽 감독의 기성용 교체가 완전히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 기성용은 그동안 각급 대표팀과 소속팀 일정을 병행하면서 수많은 경기를 치렀다. 시즌 중반에는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스완지는 캐피털 원 컵 우승으로 남은 일정을 무리하게 보낼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아스널전만을 놓고 봤을 때 기성용 교체는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기성용 교체, 더 나아가 기성용이 없을 때의 플랜B가 튼튼하지 못한 것이 스완지의 아스널전 패인이었다.

기성용 존재감, 스완지 전력을 좌우했으나...

스완지는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를 병행한다. 캐피털 원 컵, FA컵을 포함하면 최대 4개 대회를 소화하는 강행군에 시달리게 된다. 중소 클럽으로서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기성용을 포함한 주력 선수들이 많은 경기에 투입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기성용은 한국 대표팀 일정을 병행해야 한다. 2013년 하반기 이후의 한국 대표팀 일정이 어떨지 알 수 없으나 A팀의 핵심 선수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얼마전 스완지와 계약 연장한 라우드럽 감독은 올 시즌에 이어 다음 시즌에도 기성용 체력을 안배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스널전은 기성용 존재감이 스완지 전력을 좌우했던 대표적인 경기였다. 기성용이 스완지의 주력 선수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계기였으나 한편으로는 기성용이 빠진 스완지는 전형적인 약팀을 보는 듯 했다.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와 유로파리그 선전을 위해 기성용이 없을때의 경기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스완지와 임대 기간이 만료되는 공격형 미드필더 데 구즈만의 거취도 매듭지어야 한다. 데 구즈만은 기성용이 스완지에 입단하기 이전까지 브리튼과 함께 더블 볼란테를 형성했던 인물.

적어도 기성용이 다음 시즌 팀의 사정상 엄청난 강행군에 시달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상황이라면 기성용 혹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