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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의 바르사 원정 승리, 맨유의 비책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스페인 국왕컵 4강 2차전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원정에서 3-1로 이겼다. 홈에서 펼쳐진 1차전 1-1 무승부를 합산하여 통합 스코어 4-2로 결승에 오른 것.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조세 무리뉴 감독 경질설이 불거지는 어려움에 시달렸으나 바르사 원정 승리를 기점으로 그동안의 행보가 뒤바뀔 조짐이다.

바르사와의 4강 2차전에서는 후반 44분 호르디 알바에게 만회골을 내주지 않았다면 3-0 완승으로 90분을 마칠 수 있었다. 마치 홈 경기를 치르듯 의도했던 대로 경기가 풀렸다. 짜임새 넘치는 수비와 호날두의 스위칭을 활용한 적극적인 역습을 전개하며 바르사 선수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그동안 바르사와 자주 맞붙으면서 점유율 축구에 대한 내성을 기른 것이 최근 엘 클라시코 더비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를 기록하는 원동력이 됐다.

레알의 바르사 원정 승리는 단순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다음달 6일 올드 트래포드에서 펼쳐질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원정에서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1차전 홈 경기에서 1-1로 비긴 것과 2차전을 원정팀 자격으로 치르는 조건이 이번 경기와 닮았다. 어느 팀이든 2차전 원정이 불리한 것은 사실. 원정팀 특성상 낯선 경기장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는 원정 다득점 원칙이 적용되며 레알이 맨유와의 2차전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하면 8강에 진출한다.

맨유는 엘 클라시코 더비를 지켜보며 레알을 제압할 비책을 세울 것이다. 바르사와 달리 지공으로 승부수를 띄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높은 점유율에 의한 다득점을 노릴 경우 자칫 레알의 역습에 흔들릴 위험성이 있다. 2차전에서는 8강 진출을 위해 골이 필요하나 그보다는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0-0으로 비겨도 8강 고지에 오를 수 있다. 풀백의 불필요한 오버래핑을 줄이고, 미드필더들의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레알의 빌드업 속도를 늦추며, 호날두를 협력 수비로 철저히 봉쇄하는 것이 2차전 무실점을 위한 과제다.

하지만 레알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펼치는 것은 어렵다. 지난 1차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 필 존스가 다른 동료와 함께 호날두 침투를 막아내는데 힘을 실어줬으나, 맨유의 골망을 흔들었던 선수는 다름 아닌 호날두였다. 박스 안에서 앙헬 디 마리아가 왼쪽에서 연결한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낸 것. 당시 호날두를 마크했던 선수는 파트리스 에브라였으며 존스와는 무관한 실점 장면이었다. 양발을 모두 사용하면서 헤딩골, 프리킥에 강한 호날두의 다양한 득점 방식은 맨유가 막아내기 힘든 존재다.

따라서 맨유는 호날두를 향한 견제와 더불어 포어체킹 비중을 늘려야 한다. 레알의 공격 전개를 초반부터 어렵게 하는 것. 애슐리 영(또는 나니)-판 페르시-루니-웰백(또는 발렌시아)이 레알 포백과 더블 볼란테를 압박할 경우 호날두를 비롯한 레알 2선 미드필더들의 움직임이 뒷쪽으로 쏠릴 것이다. 팀의 원활한 패스 공급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후방으로 내려가는 것. 이러한 맨유의 작전이 적중할 경우 레알의 공격 세기가 약해질 것이며 호날두는 후방에서 볼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레알 후방의 패스미스와 실책을 유도하여 결정적인 골 기회를 노릴 수 있다.

문제는 체력이다.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에너지 소모가 컸던 만큼 쉴새없이 포어체킹을 펼치는 것은 무리다. 자칫 잘못하면 중요한 승부처에서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로 치명적인 골 기회를 허용할지 모를 일이다. 오히려 맨유가 포어체킹을 조심해야 한다. 지난 1차전에서 레알 공격 옵션들의 포어체킹을 받으면서 공격 전개 속도가 느려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레알이 다음달 3일 바르사와 또 맞붙게 됐다. 2경기 연속 엘 클라시코 더비를 치르게 되는 것. 같은 날 노리치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맨유가 레알보다 체력이 더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맨유이 레알과의 1차전 원정에서 1-1로 비긴 것은 스페인 원정에 약한 징크스를 감안할 때 나쁘지 않은 결과다. 하지만 레알에게도 1-1이 비관적이지 않다. 홈에서 승리를 놓친 것은 아쉬웠으나 바르사 원정에서 3-1로 이긴 저력이라면 맨유 원정 다득점이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서로 골이 필요한 2차전이지만 이날 경기는 수비력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