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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완지 후반기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

 

기성용이 활약중인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패스 축구의 묘미를 선사했다. 성적까지 좋아졌다. 프리미어리그 11위에서 8위로 도약한 것.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나 불과 두 시즌 전까지 하부리그에서 활동했던 클럽이 한 자릿 수 순위를 기록한 것 자체가 의미있다. 캐피털 원 컵에서는 결승 무대에 올랐다. 1912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리그 컵 결승 진출에 성공하면서 우승을 바라보게 됐다.

그러나 어느 팀이든 고비가 항상 찾아온다. 스완지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1승2무1패를 기록했다. 4경기 중에 3경기에서는 득점이 없었다. 에이스로 맹위를 떨쳤던 미구엘 미추의 골 생산이 시들해진 것이 결정적이다. 미추는 지난달 10일 첼시전 이후 각종 대회를 포함하여 6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지난해 12월 2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이후 6경기 동안 골이 없는 상황.

미추의 득점력 감소는 스완지의 후반기 전망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음을 뜻한다. 물론 미추가 자신의 페이스를 되찾으면 스완지는 후반기에 많은 승점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미추에 의존하는 득점력은 스완지의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미추가 상대팀의 집중 견제를 받을 경우 스완지는 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으며 최근에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팀의 골 생산에 힘을 실어줄 또 다른 선수들의 존재감이 필요하나 아직까지는 미약했다. 프리미어리그 팀 내 득점 2위를 기록중인 웨인 라우틀리지, 조나단 데 구즈만은 올 시즌 5골씩 기록했으나 미추의 13골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무엇보다 대니 그라함의 선덜랜드 이적이 뼈아프다. 그라함은 올 시즌 미추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으나 박싱데이 기간부터 지난달 초까지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팀 내 입지를 회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스완지가 미추와의 계약 연장을 발표한 것이 선덜랜드 이적의 발단이 됐다. 스완지 입장에서 미추의 재계약은 옳았으나 오히려 그라함을 잃었던 아쉬움이 있었다. 1월 이적시장 마감 무렵에 떠나 보내면서 그를 대체할 공격 자원을 영입할 시간이 부족했다.

스완지에는 이타이 셰흐터라는 백업 공격수가 있다. 그라함이 떠나면서 한동안 출전 시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2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지난 시즌 독일 카이저슬라우테른에서는 23경기에서 3골 기록했다. 그라함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앞으로 분발하면 스완지 공격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의 폼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추가 전형적인 원톱이 아닌 것도 고민이다.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이며 때에 따라 최전방에서 제로톱 역할을 소화한다. 스완지와 상대하는 팀은 미추의 문전 침투 공간을 좁히기 위해 중앙 압박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 스완지의 공격 전개가 풀리지 않을 경우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상대팀이 파워풀한 경기를 펼칠 때 스완지 선수들이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패스 축구를 표방하는 팀들의 특징은 상대팀의 강한 압박에 밀리는 약점이 있다. 스완지 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의 첼시, 지난해 런던 올림픽 3~4위전에서 한국에게 완패했던 일본 대표팀 등을 예로 꼽을 수 있다. 패스 축구의 끝판왕 FC 바르셀로나는 2009/10시즌과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각각 인터 밀란과 첼시의 터프한 축구에 밀리면서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스완지는 패스 축구를 즐겨 활용하는 팀이나 선수 개인 경기력이 빅 클럽 선수들에게 밀리는 감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많은 승점을 획득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미추가 득점력 저하로 어려움을 겪을 때를 대비한 플랜B가 절실하다. 2선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을 끌어올리거나 또는 투톱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캐피털 원 컵 결승전 이후에는 선수들의 분발을 자극하는 동기부여가 요구된다. 4부리그 클럽 브래드퍼드 시티를 상대로 방심하지 않을 경우 우승이 예상되나 그 이후 몇몇 선수들의 플레이가 태만하면 팀 경기력이 저하 될 것으로 보인다. 미카엘 라우드럽 감독이 경계해야 할 부분. 2010/11시즌 한때 4위를 기록했으나(2010년 11월) 14위로 시즌을 마감했던 볼턴을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