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지성, QPR과 궁합이 안맞는 이유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홈에서 득점 없이 비겼던 노리치전. 박지성이 그라운드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경기 직전 현지 언론으로부터 선발 제외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나 결장은 의외였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3경기 연속 선발 출전 불발은 사실상 주전 경쟁에서 밀렸음을 뜻한다. 이제는 1월 이적시장을 통해 영입된 몇몇 선수와 출전 시간을 다투어야 하는 현실이 됐다. 불과 몇개월 전 꾸준한 선발 출전을 위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QPR을 선택했던 그의 현재 행보가 안타깝다.

QPR의 노리치전 무승부,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가 없다

QPR이 0-0 무승부를 기록했던 노리치전은 레드냅 감독의 선수 기용 의중이 드러났던 경기다. 토트넘 출신의 유망주 타운젠드를 왼쪽 윙어로 선발 기용했고, 후반 23분에는 한때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지나스를 음비아 대신에 교체 투입 시켰다. 자신이 토트넘 사령탑 시절에 눈여겨봤거나 함께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들에게 QPR에서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다. 두 명의 임대생은 박지성과 포지션이 겹친다. 박지성에게 좋지 않은 현상이다. 아무리 레드냅 감독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타운젠드와 지나스를 비롯해서 노리치전 선발로 뛰었던 미드필더와 공격수보다 뒤처지는 선수는 아니다.

다른 관점에서는 박지성의 노리치전 결장이 당연했다. QPR에는 공격 상황에서 팀을 위해 희생하려는 선수가 없다. 동료와 원투 패스를 주고 받기 위해 간격을 좁히거나, 볼이 없을때의 움직임을 늘리면서 패스 받을 곳을 확보하거나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개인 돌파보다는 패스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팀의 공격 효율을 높이려는 시도가 쉴틈없이 이어지지 못했다. 그나마 타운젠드의 의욕적인 움직임이 돋보였지만 팀보다는 개인의 절박한 심정이 더 강했다고 볼 수 있다. 박지성의 이타적인 면모는 QPR과 궁합이 안맞았다.

노리치전에서 드러난 QPR 공격의 문제점은 역습시 동료를 활용한 패스가 원활하지 못했다. 개인 드리블 돌파에 의존하면서 노리치 선수들에게 둘러 쌓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팀이 수비에 많은 비중을 두었기 때문인지 공격 참여 인원이 적었지만, 후반 8분까지 원톱을 맡았던 마키가 2선으로 내려와 연계 플레이에 적극적이었다면 팀이 더 좋은 공격 기회를 마련했을지 모른다. 마키는 전반전 볼 터치 10회, 패스 4개에 불과할 정도로 팀 플레이에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퍼스트 터치가 불안했고 상대 수비를 흔드는 움직임이 위력적이지 못했다. 레미의 부상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타랍의 이기적인 면모는 여전했다. 90분 동안 볼 터치 79회를 기록했으나 패스는 32개에 불과했다. 전반전에는 크로스 7개를 날렸으나 모두 정확하게 향하지 못했다. 핵심 패스가 양팀 선수 중에서 가장 많았지만(6개)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매끄럽지 못한 경기를 펼친 것은 분명하다. 후반 11분에는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팀의 승리를 날렸다. 오른쪽 윙어로 뛰었던 라이트-필립스는 자신의 빠른 스피드로 코너킥을 얻었던 장면을 빼고는 딱히 눈에 띄지 못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호흡을 맞췄던 음비아-데리는 상대팀 선수들을 맹렬히 압박했으나 때때로 활동 반경이 겹치는 아쉬움이 있었다.

박지성의 주전 탈락은 실력 때문은 아닐 것이다. 타랍, 마키, 라이트-필립스, 타운젠드보다 부족함이 없는 선수다.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역량은 지난달 12일 토트넘전에서 드러났다. 부지런한 움직임과 끈질긴 수비력을 앞세워 팀의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냈다.(0-0 무승부) 국내 여론에서 공격력 논란이 불거졌으나 음비아-데리도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음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그 이후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 선발로 뛰지 못한 것이 석연치 않다.

그 이유가 자신감 저하라면 레드냅 감독에게 책임이 있다. 박지성의 주장 완장을 다른 선수에게 넘겼으며, 현지 언론을 통해 박지성을 비롯한 몇몇 선수를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발언을 했다. 이제는 박지성이 경기 출전마저 제약을 받는 현실에 이르렀다. 향후 팀 내 입지 회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할지라도 지금 분위기라면 레드냅 감독의 신뢰를 얻을지 확신하기 어렵다. 어쩌면 레드냅 감독이 선수단을 장악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몰리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