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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자하 영입, 과연 옳은 선택인가?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질주중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잉글랜드 국적의 윙어 윌프레드 자하(21, 크리스탈 팰리스) 영입에 성공했다. 현지 시간으로 25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하 영입을 공식 발표한 것. 자하는 올해 7월부터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전했다. 추가 계약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은 자하의 이적료가 1500만 파운드(약 254억 원)라고 보도했다.

우선, 자하는 코트디부아르 태생이나 잉글랜드에서 성장했다. 지난해 11월 15일 A매치 스웨덴전에서 후반 39분에 교체 투입하며 잉글랜드 대표팀 데뷔전을 치렀다. 빠른 드리블 돌파와 탄력적인 움직임을 자랑하는 윙어이며 올 시즌 챔피언십 27경기에서 5골 4도움 기록했다. 특히 지난 시즌 칼링컵(현 캐피털 원 컵) 8강 맨유 원정에서 1도움 기록하며 팀의 2-1 승리를 공헌했다. 맨유 진영에서 저돌적인 움직임을 과시했던 활약상을 계기로 퍼거슨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맨유의 자하 영입, 누구에게 위기?

자하의 이적료 1500만 파운드는 유망주치고는 높은 금액이다. 얼마전 첼시에서 리버풀로 떠났던 잉글랜드의 24세 공격수 스터리지의 이적료(1200만 파운드, 약 203억 원)보다 많은 액수다. 맨유가 단순히 유망주 보강 차원에서 영입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나니, 안데르손, 존스와 계약했을 당시에도 많은 이적료를 투자했었다. 맨유는 자하를 다음 시즌 즉시 전력감이자 팀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주자로 낙점했다.

사실, 맨유가 자하를 영입할 이유는 없었다. 영, 나니, 웰백, 발렌시아 같은 윙어들이 버티고 있으며 최근에는 카가와, 클레버리도 측면 옵션으로 변신했다. 윙어 자원이 즐비하기 때문에 측면 미드필더를 추가로 계약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 윙어들의 활약상이 매우 저조했다. 영과 발렌시아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득점 수렁에 빠졌으며 특히 발렌시아는 팀의 상징인 등번호 7번의 가치를 빛내지 못했다. 나니는 부상과 부진에 한때 이적설까지 겹치면서 슬럼프에 빠졌고 웰백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7경기에서 1골 3도움에 그쳤다.

맨유의 자하 영입은 누군가에게 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종료 후 기존 윙어중에 한 명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 나니와 웰백 중에 한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또는 두 명이 될 수도 있다.) 두 선수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려면 소속팀에서 지속적인 선발 출전 기회를 얻으며 대표팀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올 시즌 후반기 맨유에서의 입지가 달라지지 않을 경우 이적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영과 발렌시아도 긴장해야 한다. 지금처럼 정체된 공격력을 일관할 경우 다음 시즌 자하에 의해 팀 내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 맨유에서 부진에 빠진 카가와도 마찬가지.

과연 자하가 중앙 미드필더 영입보다 절실했나?

맨유는 자하를 1월 이적시장 첫번째 영입 선수로 선택했다. 자하는 올해 여름에 합류하나 이번 이적시장에서 계약한 선수이기 때문에 1월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선수가 맞다. 1월 이적시장은 여름 이적시장과 달리 팀의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는 성격이 짙다. 기존 맨유 윙어들의 침체를 놓고 볼 때 맨유의 자하 영입은 옳았다. 자하는 올 시즌 잔여 경기까지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활약하겠지만 영-나니-웰백-발렌시아 입장에서는 자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맨유는 이번에도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않았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영입 필요성은 그동안 외부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올 시즌 전반기에는 캐릭, 클레버리가 중원에서 제 구실을 했으나 시즌 후반기까지 체력이 버텨줄지 의문이다. 특히 클레버리는 지난 시즌 잔부상 여파로 경기력이 저하되었던 경험이 있어 여전히 꾸준함에서는 물음표다. 긱스-스콜스의 은퇴 가능성, 안데르손의 거듭된 부상을 놓고 볼 때 중앙 미드필더 영입의 필요성은 유효했다. 더욱이 캐릭은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아직 1월 이적시장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1월 이적시장 선수 영입을 선호하지 않는다. 자하 영입으로 1월 이적시장을 마치는 쪽에 무게감이 실린다. 퍼거슨 감독의 입장이 바뀔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과연 자하가 중앙 미드필더 영입보다 절실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과연 자하는 맨유에서 성공할까?

자하에 대해서는 이적료를 봐도 기대치가 높을 수 밖에 없다. 그의 맨유 성공을 예상하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맨유에서 두둑한 이적료를 기록했으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영건들이 제법 있다. 안데르손(1800만 파운드) 나니(1400만 파운드) 토시치(800만 파운드) 베베(740만 파운드)를 거론할 수 있다. 나니는 한때 맨유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으나 그 기세를 오랫동안 이어가지 못했다. 존스(2000만 파운드) 카가와(1400만 파운드) 스몰링(700만 파운드)은 더 지켜봐야 할 단계이나 성공적인 행보를 걸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또한 자하는 득점력이 좋은 윙어가 아니다. 크리스탈 팰리스에서 123경기에 출전하여 15골 넣었다. 윙어의 재능을 득점력에 국한하는 것은 무리이나 공격 성향의 윙어라면 어느 정도의 득점력이 필요하다. 아직 어린 선수라는 점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맨유에서 성공하려면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적료 1500만 파운드를 놓고 보면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임에 틀림 없다. 자하의 맨유 성공 여부는 선수 본인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