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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토레스 82분vs뎀바 바 11분의 차이

 

첼시의 스완지 시티(이하 스완지)전 0-2 완패 원인 중 하나는 페르난도 토레스 부진이었다. 점유율 64-36(%) 슈팅 24-5(유효 슈팅 8-4, 개)의 일방적 우세 속에서도 단 한 골도 넣지 못한 것은 원톱이 제 구실을 못했다는 뜻이다. 이날 토레스는 3개의 슈팅을 날렸으나 볼은 골대 바깥으로 벗어나기 일쑤였다. 후반전에는 슈팅이 1개도 없었으며 후반 37분 교체되기까지 볼을 터치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82분 동안 최전방에서 철저히 고립되면서 팀의 패배를 자초했다.

 

반면 토레스 대신에 교체 투입된 뎀바 바는 존재감이 달랐다. 출전 시간이 인저리 타임 3분을 포함하여 총 11분에 불과했으나 오히려 강한 인상을 남겼다. 후반 41분과 42분에 걸쳐 헤딩 슈팅을 날렸으며 그 중에 첫번째 슈팅은 유효 슈팅으로 기록됐다. 후반 47분에는 박스 중앙에서 프랭크 램파드의 로빙 패스를 오른발 슈팅으로 받아내면서 스완지 골망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하지만 명백한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상대 수비수와 동일 선상에 있었기 때문에 온사이드 상황이었으며 득점으로 인정되는 것이 맞다. 만약 그의 출전 시간이 길었다면 이날 경기는 예측 불허의 상황을 나타냈을 것이다. 11분 활약상을 놓고 보면 그라운드를 뛰는 시간이 넉넉할 수록 더욱 강한 존재감을 발휘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토레스의 선발 출전은 옳았다. 지난 주말 FA컵 3라운드 사우스햄프턴전 결장으로 휴식을 취했기 때문. 자신의 첼시 데뷔전인 사우스햄프턴전에서 2골 터뜨렸던 뎀바 바로서는 굳이 스완지전에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토레스를 너무 믿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토레스를 조기 교체하지 못한 것이 팀의 또 다른 패인으로 작용했다.(가장 결정적 패인은 브리니슬라프 이바노비치의 실책 2개) 그럼에도 토레스를 신뢰하고 싶었다면 뎀바 바 투입 타이밍이라도 빨랐어야 했다. 토레스는 지난 시즌 후반기 일부 경기에서 윙어를 맡은 경험이 있었다.

 

첼시는 뎀바 바에게 11분 동안 세 번의 슈팅 기회(오프사이드 1개 포함)가 찾아온 것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토레스가 뛰었을 때와 다른 분위기. 이는 뎀바 바가 스스로 골을 해결짓는 능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강력한 파워와 포스트플레이로 상대 수비 견제에 아랑곳하지 않았으며 동료에게 패스 받을 위치선정까지 능했다. 상대 수비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토레스는 혼자의 힘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하는 약점을 스완지전에서도 노출했다. 몇몇 장면에서는 스완지 수비수의 견제를 받지 않고도 볼을 못잡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스완지에서 토레스를 별도로 마크했던 수비수는 없었다. 포백은 지역 방어를 펼쳤다. 기성용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포백과 거리를 좁히고 협력 수비를 강화하면서 첼시 2선 미드필더들의 종방향 움직임과 패스를 막는데 집중했으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첼시의 원톱이 뎀바 바처럼 상대 수비를 흔드는 타입이었다면 스완지가 힘든 경기를 펼쳤을지 모를 일이다.

 

스완지전에서는 토레스가 뎀바 바보다 출전 시간이 월등하게 많았으나 실속에서는 뎀바 바가 더 좋았다. 그렇다고 뎀바 바의 주전 등극을 짐작하기에는 아직 토레스에게 기회가 더 남아있다. 하지만 2년 전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5000만 파운드, 약 849억 원)를 기록했던 선수가 자신의 이적료 중 15%(750만 파운드, 약 127억 원)에 불과한 선수에게 경기력에서 밀리는 것은 석연치 않다.(뎀바 바 무릎 상태를 감안할 때 고액 이적료는 부담스럽지만) 만약 토레스가 첼시에서 롱런하고 싶다면 올 시즌 잔여 경기까지 모든 것을 걸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