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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아스널에 달려있는 EPL 자존심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몇시즌 동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떨치면서 '유럽 최고 리그'의 위상을 높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맨체스터 두 팀의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 및 유로파리그 부진에 의해 2011/12시즌 UEFA 국가 랭킹에서 2위로 밀렸다.(1위 스페인 : 20.857점, 2위 잉글랜드 : 15.250점) 그나마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자존심을 지킨 것이 위안이었다.

문제는 올 시즌이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가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 심지어 맨체스터 시티는 32강에서 단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면서(3무3패)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단단히 구겼다.

결국 잉글랜드는 올 시즌 UEFA 국가 랭킹에서 스페인, 독일에 밀려 3위(11.142점)로 추락했다. 최근 5시즌 성적이 누적된 2013년 UEFA 국가 랭킹에서도 2위(77.677점)로 추락한 상황. 1위 스페인(84.168점)과의 격차가 벌어졌으며 3위 독일(75.043점)에게 추월당할 위기에 몰렸다. 앞으로 남은 챔피언스리그, 유로파리그 토너먼트에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부진하고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선전할 경우, 잉글랜드와 독일의 순위가 뒤바뀔지 모른다. 무엇보다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가 심상치 않다.

맨유와 아스널, 챔스 우승해야 EPL 자존심 지킨다

프리미어리그와 분데스리가는 한국 시간으로 20일에 진행된 챔피언스리그 16강 조추첨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레알 마드리드, 아스널은 바이에른 뮌헨과 격돌하면서 16강 전망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클럽들. 맨유는 지난 시즌 32강 탈락이 과소 평가의 대표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아스널은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없는데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에 만족했다.

반면 분데스리가의 16강 전망은 나쁘지 않다. 바이에른 뮌헨과 샬케04는 각각 아스널, 갈라타사라이 같은 챔피언스리그 경쟁력이 강하지 않은 팀들과 겨룬다. 도르트문트가 '다크호스'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격돌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프리미어리그 두 클럽에 비해 쉬은 편성을 만나게 됐다. 프리미어리그보다 16강 진출팀이 한 팀 더 많은 것도 강점. 결국 잉글랜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자존심을 바로 세우려면 맨유 또는 아스널이 우승하는 수 밖에 없다.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은 막상막하. 레드 데블스가 백곰 군단보다 나은 것은 올 시즌 성적이다. 챔피언스리그 H조 1위 및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질주하며 지난 시즌 무관의 설움을 풀겠다는 의지를 결과로 말해줬다. 레알 마드리드는 챔피언스리그 D조 2위, 프리메라리가 3위를 기록중인 상황.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퍼거슨 킬러'로 유명하다. 역대 전적에서 6승6무2패의 우세를 나타냈다. FC 포르투, 첼시를 이끌던 시절 맨유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허나 2008/09시즌 인터 밀란을 지휘했을 때  퍼거슨 감독과의 전적에서 1무1패로 밀렸으며 팀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탈락했다.

아스널 입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까다로운 상대다. 2000/01시즌 챔피언스리그 2차 조별리그, 20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토너먼트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더욱이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3시즌 동안 두 번이나 준우승에 머물렀던 한을 풀어야 하는 입장이라 16강 탈락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스널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벵거 감독이 아스널에서 이루지 못했던 성과인 만큼 유럽 챔피언이 되고 싶은 열망이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16강에서 바이에른 뮌헨이라는 분데스리가의 거인을 이기는 것이 먼저다.

특히 아스널에게는 1월 이적시장이 중요하다. 선수 영입을 통해 취약한 전력을 보강하거나 팀의 강점을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스쿼드 면면을 놓고 보면 바이에른 뮌헨에게 밀리는 것이 사실. 월컷-사냐마저 팀을 떠날 경우 대형 선수 영입으로 그들의 빈 자리를 채워야 한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얼마전 1월 이적시장 선수 영입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으나 나니의 거취가 변수다. 만약 나니가 떠날 경우 발렌시아 공격력 저하와 맞물려 대체자 보강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1월 이적시장 행보를 놓고 보면 적극적인 선수 보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맨유와 아스널이 16강을 통과하려면 풀백의 맹활약이 전제되어야 한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은 각각 호날두-디 마리아(또는 외질), 리베리-로번 같은 유럽 최정상급 윙어들이 포진했다. 이들의 발을 묶기 위해 에브라-하파엘, 깁스(또는 산투스)-사냐(또는 젠킨슨)의 분전이 필요하다.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쟁팀을 꺾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은 풀백 조합으로 평가되나 축구는 예상과 결과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과연 맨유와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의 자존심을 지킬지 챔피언스리그 16강이 진행되는 내년 2월과 3월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