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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토레스 딜레마는 현재 진행형

첼시가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에 실패하면서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쳤다. 지난 16일 클럽 월드컵 결승 코린티안스(브라질)전에서 0-1로 패한 것. 슈팅 14-9(개), 점유율 54-46(%)에서 앞섰을 뿐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비효율적인 경기를 펼쳤다. 무엇보다 페르난도 토레스가 세 번이나 골 기회를 놓친 것이 첼시로서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 중에는 골대 가까이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던 장면이 있었으나 볼이 상대 골키퍼 몸을 맞고 굴절되면서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첼시의 토레스 딜레마는 현재 진행형이다.

토레스 완벽 부활, 여전히 멀었다

토레스는 코린티안스전 이전까지 3경기에서 5골 넣으며 승승장구했다. 지난 6일 노르셸란전 2골, 9일 선덜랜드전 2골, 13일 몬테리이전 1골로 베니테즈 감독의 믿음에 보답한 것. 반면 코린티안스전에서는 침묵에 빠졌다. 공격수가 매 경기마다 골을 넣을 수는 없지만 코린티안스전은 클럽 월드컵 결승이었던 중요성이 있었다. 만약 득점에 성공했다면 '완벽 부활'을 알렸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면서 첼시 우승의 실패 원인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물론 첼시의 우승 실패를 '토레스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만약 첼시가 중원 장악에 성공했거나 베니테즈 감독의 로테이션이 합리적이었다면 토레스에게 더 많은 슈팅 기회가 찾아왔을 것이다. 문제는 토레스가 첼시 이적후 2년 동안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했다.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5000만 파운드, 약 867억 원)를 기록한 선수 답지 않은 활약상을 거듭한 것. 그동안의 부진이 쌓이고 또 쌓이면서 자신감이 위축되었고 이는 첼시의 골치 아픈 고민거리로 이어졌다. 안첼로티, 빌라스-보아스, 디 마테오 전 감독도 토레스의 거듭된 부진을 해소하지 못했다.

올 시즌에는 드록바가 런던을 떠나면서 첼시의 토레스 딜레마가 더 깊어졌다. 근본적으로 토레스를 자극시킬 공격수가 없었다. 스터리지는 지난 3월 디 마테오 체제 출범 이후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렸으며 루카쿠는 웨스트 브로미치로 임대된 상황. 첼시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원톱 자원을 영입하지 못하면서 토레스가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됐다. 결국 토레스 활약에 따라 팀의 득점력과 경기 결과가 좌우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데 토레스가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거듭하면서 첼시는 불안정한 행보를 거듭했다. 그로인한 결과는 처참했다. 한때 프리미어리그 1위에서 4위로 추락했으며(현재 3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으며, UEFA 슈퍼컵에 이어 클럽 월드컵 우승 마저 실패했다. 아울러 디 마테오 전 감독까지 경질됐다. 올 시즌 전반기는 최악의 행보를 겪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외에 다른 문제점들도 있었으나 토레스 딜레마를 풀지 못했던 댓가는 혹독했다. 토레스는 첼시의 침체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토레스 스스로 부진을 극복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는 토레스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다른 팀으로 떠나는 시나리오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는다. 첼시가 베니테즈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고용한 것은 토레스 부활을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 베니테즈 감독은 리버풀을 이끌던 시절 토레스를 유용하게 활용했던 경험이 있다. 어쩌면 토레스는 첼시에서 마지막으로 명예회복할 기회를 얻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비록 코린티안스전에서는 부진했지만 그 이전 3경기에서는 5골 넣었으며 이전에 비해 득점 기회를 노리는 의욕이 좋아졌다.

믈론 베니테즈 감독이 토레스를 완벽하게 부활시킬지는 의문이다. 토레스는 리버풀 시절 만큼의 스피드를 되찾지 못했으며, 전형적인 스페인 선수 답지 않게 볼을 다루는 솜씨가 매끄럽지 못하며, 그동안 많은 경기에 뛰면서 향후 체력적인 어려움에 시달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연계 플레이를 통한 득점 창출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나 자신의 경기 성향을 새로운 유형으로 바꾸기에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첼시에서는 그럴 시간이 이미 넉넉하게 주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베니테즈 감독의 대처다.

그 이전에는 토레스가 스스로 부진을 극복해야 한다. 아무리 베니테즈 감독이 좋은 작전을 제시해도 슬럼프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하면 정체를 거듭하고 말 것이다.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을 수는 없지만 팀의 공격력 향상을 위해서라도 매 경기 매 순간마다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되도록이면 중요한 경기에서는 팀의 득점에 관여하는 임펙트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첼시의 내년 1월 이적시장 행보를 논외하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및 유로파리그 최종 성적은 토레스 발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