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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새로운 고민, 테크니션들의 과부하

최근 프리미어리그 6경기 연속 무승에 빠진 첼시의 또 다른 고민은 테크니션들의 과부하다. 에당 아자르, 오스카, 후안 마타 같은 기술력이 뛰어난 2선 미드필더들이 그동안 많은 경기에 뛰면서 혹사 위험에 노출됐다. 라파엘 베니테즈 신임 감독이 리버풀 시절에 활용했던 로테이션 시스템을 통해 체력을 안배할 필요성이 있으나 팀의 현재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프리미어리그 부진과 앞으로의 빠듯한 일정을 놓고 볼 때 아자르-오스카-마타의 과부하는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아자르-오스카-마타, 왜 과부하에 빠졌나?

첼시는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 1위를 질주했으나 현재 3위로 밀렸다. 한때 4위까지 추락했을 정도로 우승 경쟁력을 의심받게 됐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테크니션들의 시너지 효과가 예전같지 않다. 아자르-오스카-마타는 시즌 초반 무한 스위칭을 통해 상대 수비 조직을 흔들며 득점 창출의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경기를 거듭될 수록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몸이 무거워졌다. 그 결과 세 명 모두 시즌 초반에 비해 폼이 떨어졌다. 경기 분위기를 바꾸어 놓는 임펙트도 부족하다.

이는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성적 부진 및 원톱 토레스의 거듭된 골 침묵으로 이어졌다. 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한 최근 3경기에서는 골이 없었다. 근본적으로 세 명의 잘못은 아니다. 디 마테오 전 감독의 로테이션 활용이 적극적이지 못했다. 2선 미드필더들의 연계 플레이와 스위칭을 강화하는 전술을 시즌 내내 구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살인적인 일정, 박싱데이를 앞두고 일본에서 FIFA 클럽 월드컵을 치른다는 점, 세 명의 테크니션이 자국 대표팀을 병행하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로테이션은 꼭 필요했다.

첼시 구단도 책임이 없지 않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메이렐레스(페네르바체)를 지켰어야 했다. 하지만 메이렐레스가 터키 리그로 떠나면서 하미레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환했고 그 여파는 오른쪽 윙어 자원이 부족한 약점으로 이어졌다. 스터리지의 경우 지난 시즌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토트넘)이 지휘봉을 잡았을 시절에 주전 오른쪽 윙 포워드로 활용했으나 디 마테오 전 감독이 부임하자 후보로 밀렸다. 올 시즌에는 토레스 백업으로 분류된 상황. 위건에서 영입된 모제스 영입만으로는 부족함이 있었다. 모제스는 첼시의 좌우 측면을 번갈아 뛰는 중이다.

아자르-오스카-마타는 최근들어 상대팀 미드필더의 강력한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첼시와 대결했던 팀들은 세 선수의 박스 안쪽 침투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미드필더 라인을 내리면서 협력 수비를 강화했다. 아자르-오스카-마타는 평소보다 더 많이 움직일 필요가 있었으나 그동안 많은 경기를 뛰었던 요인 때문인지 몸놀림이 이전보다 무거워졌다. 첼시 공격이 시즌 초반에 비해 잘 안풀렸던, 디 마테오 전 감독의 전술이 상대팀에게 읽혔던, 베니테즈 감독이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이유다. 베니테즈 감독이 어떻게 위기를 헤쳐 나갈지 알 수 없으나 첼시의 명예회복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아자르-오스카-마타, 살인일정 견뎌낼까?

첼시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12월에 치러야 할 경기가 너무 많다. 1일 웨스트햄전을 시작으로 30일 에버턴전까지 9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13일과 16일에 걸쳐 일본에서 FIFA 클럽 월드컵 2경기에 임하면서(15일 사우스햄프턴전은 연기되었지만) 일정이 빡빡해졌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에는 20일 캐피털 원 컵 8강 리즈 유나이티드전에 이어 내년 1월초까지 박싱데이 일정에 돌입한다. 클럽 월드컵 출전 및 장거리 비행에 따른 피로가 아자르-오스카-마타를 비롯한 주요 선수들을 힘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프리미어리그는 겨울 휴식기가 없다.

아자르-오스카-마타는 이번달에도 많은 경기를 뛰어야 하는 현실이다. 첼시는 오는 6일 챔피언스리그 32강 6차전 노르셸란전을 무조건 이겨야 하며 클럽 월드컵에서는 우승을 목표로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해야 한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성적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입장. 리즈 유나이티드전을 포기할지라도 일정이 결코 여유롭지 않다.

무엇보다 아자르-오스카-마타의 기량 하락이 염려된다. 20대 초중반의 테크니션으로서 살인일정이 결코 반갑지 않다. 적절한 휴식을 통한 선수 보호가 요구된다. 하지만 마타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많은 경기를 뛰었으며 올해 여름에는 스페인의 유로 2012, 런던 올림픽에 출전했다. 유로 2012에서는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휴식 기간이 부족했다. 오스카도 브라질 올림픽 대표팀 일원으로서 런던 올림픽에 참가했다. 아자르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하면서 여러 대회와 벨기에 대표팀 일정을 병행했다. 앞날의 빡센 일정을 견딜지 의문이다.

첼시는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2선 미드필더를 보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영입도 필요하나 아자르-오스카-마타의 체력 안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세 선수 중에 한 명이라도 부상당하면 첼시 전력이 붕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직 이적시장이 개장되지 않은 현재로서는 베니테즈 감독의 적극적인 로테이션 활용 및 백업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