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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안데르손의 뒤늦은 성장이 반갑다

 

많은 축구팬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취약한 포지션을 중원으로 꼽는다. 양질의 패스로 팀 공격의 다양화를 키워줄 중앙 미드필더가 마땅치 않은 것. 이러한 문제점이 지난 시즌 상반기에 두드러지면서 폴 스콜스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 요청에 의해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하지만 스콜스의 현재 나이 38세를 감안하면 단기 대책에 불과하다. 톰 클레버리마저 잔부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면서 중원 약점을 해소하지 못했다. 이적시장에서 걸출한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안데르손, 예전의 그가 아니다

반면 올 시즌 상반기에는 이전과 비교할 때 스콜스 공백이 느껴지지 않았다. 스콜스가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요인도 있지만, 이제는 스콜스에 의존하지 않아도 중앙을 통해 경기 흐름을 지배하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지난 주말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전 3-1 역전승이 대표적 사례다. 맨유는 후반 7분 매키에게 선제골을 내주자 후반 14분 스콜스-영을 빼고 안데르손-에르난데스를 교체 투입했다. 퍼거슨 감독의 승부수는 맨유가 3골을 넣는 발판으로 작용했다. 스콜스 위치를 맡은 안데르손 맹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안데르손은 후반 26분 에르난데스의 골을 도우며 맨유의 세번째 골을 연출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상대 선수 두 명을 뿌리치고 QPR 진영 안으로 빠르게 질주했다. QPR 미드필더 수비 뒷 공간이 벌어진 것을 발견하자 문전으로 쇄도했던 에르난데스에게 킬러 패스를 찔러주면서 골로 연결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인저리 타임을 포함한 35분 동안 패스 36개를 날렸으며 패스 성공률 94%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이날 뛰었던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높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안데르손이 경기를 바꿨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물론 안데르손이 QPR전 한 경기만으로 스콜스를 완벽하게 대체했다고 볼 수는 없다. 맨유 입단 2년차였던 2008/09시즌을 기점으로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때를 떠올리면 꾸준한 활약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안데르손이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과거에 비해 공격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순발력까지 빨라졌다. 패스를 통해 경기 템포를 조절하는 기질도 되찾았다.

안데르손은 2007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1800만 파운드(약 312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맨유의 일원이 됐다. 시즌 초반에는 출전 횟수 부족으로 먹튀 논란에 시달렸으나 그해 10월 이후부터 출전 횟수가 늘어나면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과시하며 맨유의 프리미어리그-챔피언스리그 동시 우승을 공헌했다. 비록 그 이후부터 4년 동안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렸지만 최근에 폼이 살아났다. 맨유의 오랜 고민이었던 스콜스 대체자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안데르손의 변화는 포메이션 변화가 한 몫을 했다. 기존의 4-4-2는 중앙 미드필더 두 명이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하는 특징이 있다. 체력과 기동력, 경기별 상황 대처가 골고루 뛰어나야 한다. 반면 4-2-3-1은 수비형 미드필더 두 명과 공격형 미드필더 한 명이 존재한다. 4-4-2보다 활동 범위가 좁으면서 분업화가 가능하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격에 가세할 때는 다른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수비에서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안데르손의 폼이 좋아진 이유. 과거 4-4-2에서는 수비 부담을 느끼면서 자신의 공격력을 마음껏 과시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면 안데르손은 맨유에서 살아남겠다는 마음이 충만했을지 모른다. 끝없는 부진으로 이적설에 시달리며 올드 트래포드와의 작별이 얼마 안남은 것 처럼 보였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벤피카 이적설에 직면했다. 만약 맨유에 수준급 중앙 미드필더가 즐비했다면 지금쯤 다른 팀 유니폼을 착용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퍼거슨 감독의 신뢰를 잃지 않으며 슬럼프 탈출을 위해 노력했으며 그 성과가 최근에 나타났다. 슬럼프는 무언가 이루겠다는 본인의 의지가 없으면 극복하기 힘든 대상이다.

지금의 활약이 끊임없이 거듭되면 브라질 대표팀에 다시 합류하여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질지 모른다. 조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 우승에 도전할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 그의 뒤늦은 성장이 맨유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면 그 다음은 브라질 대표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