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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위기의 에르난데스, 제2의 솔샤르가 되어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로빈 판 페르시, 카가와 신지를 영입했다. 두 명의 공격수와 계약하는데 투자했던 이적료는 총 3800만 파운드(약 672억 원)다. 적어도 올 시즌만큼은 두 선수의 출전이 활발할 것으로 보인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에 의해 이적생에게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부여하며 빅 클럽 적응을 돕는 편이다.

하지만 멕시코 출신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4)에게 판 페르시-카가와 등장은 반갑지 않다. 지난 시즌 대니 웰백과의 주전 다툼에서 밀렸으며 올 시즌에는 경쟁자가 두 명 더 늘었다. 판 페르시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며 카가와는 골 생산이 뛰어난 처진 공격수다. 물론 카가와의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플레이 성향상 공격수나 다름 없다. 맨유와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을 책임지는 웨인 루니와 웰백까지 포함하면 에르난데스의 올 시즌은 한마디로 위기다.

에르난데스, 팀 내 입지 약화 원인은?

에르난데스 입지가 약해진 원인은 공격 패턴이 단조롭다. 박스쪽에서 골을 포착하는 감각이 뛰어나지만 그것 이외에는 상대 수비를 흔드는 재주가 특출나지 않다. 상대 수비수의 철저한 견제를 받으면 최전방에 고립되면서 맨유의 골 생산이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뛰어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때로는 패스에 의해 경기를 풀어갈 필요가 있지만 최전방에서 골을 노리는 습관이 굳어졌는지 자신의 스타일이 개선되지 못했다. 자신의 플레이가 단기간에 달라질 수 없겠지만 문제는 올 시즌에 벤치를 지킨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현 시점에서 에르난데스가 맨유에서 주전을 되찾기에는 버겁다. 판 페르시-루니-웰백-카가와와 경쟁해야 한다. 2010/11시즌 후반기에는 당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었던 베르바토프(풀럼)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긴 경험이 있다. 허나 베르바토프는 맨유의 빠른 템포 공격에 적합하지 못했으며 이전 시즌 루니와의 호흡에 2% 부족한 아쉬움을 남겼다. 전술적으로 퍼거슨 감독과 맞지 않았다. 반면 루니-웰백은 잉글랜드 국적이며 판 페르시-카가와는 이적생이다. 에르난데스는 한동안 힘든 시기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부터는 아스널 이적설로 관심을 받았다. 맨유가 아스널 간판 공격수 판 페르시를 영입하면서 에르난데스 이적 루머가 등장한 것. 실제로 아스널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공격수 영입을 꿈꾸고 있다. 에르난데스를 비롯하여 요렌테(빌바오) 팔카오, 아드리안(이상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공격수들이 아스널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다. 요렌테-팔카오는 아스널 선수 영입 특성상 계약하기 힘든 존재이며, 에르난데스-아드리안은 현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이적 루머에 시달렸다. 그만큼 에르난데스의 팀 내 입지가 좋지 않다.

에르난데스, '슈퍼 서브' 기질이 강하다

하지만 에르난데스는 여전히 맨유에 어울리는 존재다. 지난 시즌까지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에서 두자릿수 골을 기록했다. 스탯만을 놓고 보면 맨유에서 성공했다. 올 시즌에는 경쟁자들이 많아졌지만 이제는 생존을 위한 돌파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맨유 레전드' 솔샤르(몰데 FK 감독)처럼 '슈퍼 서브'로 명성을 떨치는 것이다.

실제로 에르난데스는 슈퍼 서브 기질이 강하다. 2010/11시즌 맨유에서 기록했던 20골 중에 8골이 조커로 투입했을 때 넣었던 득점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5골, UEFA 챔피언스리그-칼링컵(현 캐피털 원 컵)-커뮤니티 실드에서 각각 1골씩 뽑았다. 2011/12시즌에는 조커로 투입하면서 2골 넣었지만 상대팀은 첼시와 리버풀 같은 프리미어리그 빅6에 포함되는 클럽이었다. 천부적인 위치선정과 뛰어난 골 결정력이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하면서 빛을 발했다.

이러한 에르난데스의 장점은 루니와 판 페르시를 비롯한 경쟁자들과 차별화된 매력으로 꼽힌다. 팀의 주전은 아니지만 실전에서 자신의 매력을 꾸준히 과시할 수 있다. 맨유와 맞대결 펼치는 상대팀이라면 후반 무렵부터 수비에 부담을 느끼면서 공격이 위축되기 쉽다. 에르난데스의 희생이 맨유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에르난데스 본인이 솔샤르의 길이 아닌 지속적인 선발 출전을 원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쩌면 그가 맨유를 떠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이 전도유망한 선수를 쉽게 포기할지는 의문이다. 과거에 로시(비야 레알) 포를란(인테르나시오날) 같은 젊은 공격수를 다른 팀에 보냈던 전례가 있지만 이들은 본래 맨유에서 정착하지 못했다. 반면 에르난데스는 맨유에서 두각을 떨쳤다. 만약 에르난데스가 맨유에 남고 싶다면 제2의 솔샤르로 거듭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참고로 솔샤르는 맨유에서 12년 뛰었던 레전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