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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박지성 명암이 가른 결정적 차이

 

유럽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축구 선수 중에서 2012/13시즌 초반을 빛낸 존재를 꼽으라면 단연 손흥민(20, 함부르크)이다. 지난 6일 그로이터 퓌르트전에서 전반 17분 자신의 시즌 4호골이자 팀의 1-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넣으며 함부르크의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이 기세라면 시즌 10호골 달성은 무난하다.

하지만 박지성(31, 퀸즈 파크 레인저스. 이하 QPR)이 처한 어려움은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지성이 주장을 맡는 QPR은 6일 웨스트 브로미치전 2-3 패배로 프리미어리그 꼴찌(2무5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 리그에서는 1승도 거두지 못한 상황. 최근에는 해외 언론이 박지성이 QPR 주장인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 '캡틴 박'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러한 손흥민과 박지성의 결정적 차이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만, 두 선수를 비교하는 취지에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손흥민과 박지성의 차이점은 도우미였다

손흥민과 박지성의 시즌 출발은 비슷했다. 팀에서 선발을 꿰찼으나 소속팀 성적이 좋지 못했다. 함부르크는 초반 3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1~2라운드에서는 득점이 없었고 손흥민 경기력도 매끄럽지 못했다. QPR은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홈 경기에서 스완지 시티에게 0-5 대패를 당했다. 2라운드 노리치 시티전에서 1-1로 비겼으나 경기 내용이 미흡했다. 4라운드 첼시전은 0-0으로 비기면서 성적 부진을 극복하는 듯 싶었지만 이후 3연패에 빠졌다.

두 한국인 선수의 행보가 달라진 것은 함부르크의 판 데르 파르트 영입이었다. 여름 이적시장 마감 직전에 계약을 성사한 것. 판 데르 파르트는 2010/11, 2011/12시즌 토트넘 공격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동안 분데스리가에서 침체를 겪었던 함부르크가 그를 데려온 것은 뜻밖이었다. 이러한 투자의 결실은 성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판 데르 파르트가 출전했던 5경기에서 3승1무1패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 3승1무를 올리며 리그 8위로 도약했으며 시즌 초반과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판 데르 파르트는 5경기에서 1골 3도움 기록중이다.

이러한 판 데르 파르트의 등장은 손흥민에게 엄청난 행운이 찾아오게 됐다. 벌써 4골 넣으며 분데스리가 득점 공동 2위로 도약했다. 그 중에 1호골과 2호골은 판 데르 파르트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신의 골 생산을 높여줄 '도우미'가 생긴 것. 손흥민은 판 데르 파르트와 더불어 앞으로 부상이 없다면 더 많은 골을 터뜨릴 것이다. '판 데르 파르트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함부르크는 판 데르 파르트 영입 이후 미드필더진에서 질 좋은 패스가 끊임없이 연결됐다. 끝없는 성적 부진을 딛고 명문 클럽의 기질을 되찾게 됐다.

QPR도 함부르크처럼 여름 이적시장 마감 무렵에 외부 선수를 수혈했다. 하지만 팀의 답답한 경기력은 지금까지 풀리지 못했다. 이적시장 12명 영입에 따른 조직력 부재, 일부 선수의 부상과 부진, 짜임새가 부족한 공격 전술, 휴즈 감독의 부족한 위기 대처 능력에 이르기까지 여러 악재가 터지면서 아직까지 리그에서 1승을 올리지 못했다. 박지성의 주장 능력을 떠나, 현지 언론에서 박지성을 혹평하는 것은 팀의 새로운 주장이라는 점이 반영된 듯 하다.

박지성 혼자의 힘으로는 QPR을 바꿀 수 없다. 박지성을 도와줄 선수가 있어야 한다. 캡틴 박의 전 소속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는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선수들이 즐비했으며, 퍼거슨 감독의 로테이션 시스템에 의해 끊임없이 경쟁했다. 그리고 팀을 위해 희생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있으며 지난 시즌까지 박지성이 그 역할을 맡았다. 또한 박지성이 왼쪽 윙어로서 맹활약 펼쳤던 것도 자신의 절친이자 왼쪽 풀백을 맡는 파트리스 에브라의 능수능란한 활약이 뒷받침 됐다.

하지만 QPR은 맨유가 아니다. 무엇보다 QPR에는 팀을 위해 헌신하려는 또는 동료의 능력을 도와주면서 팀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려는 선수들의 마음이 올 시즌 상대했던 팀들보다 부족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일하게 첼시전에서 상대팀보다 더 좋은 경기를 펼쳤던 것도 팀을 위한 열정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그때의 기세가 계속 이어졌다면 지금쯤 1승을 얻었을지 모른다. 아무리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열심히 질주하면서 팀 플레이에 주력했지만 동료 선수들이 분발하지 못하면 팀의 목표 달성은 어려워진다.

박지성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 손흥민은 4골 넣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축구는 1명의 능력보다는 11명이 하나로 뭉쳐야 하는 단체 종목이다. 어느 팀이든 에이스가 존재하지만, 그 선수를 더욱 특출나게 하는 도우미의 존재감과 팀원들의 단합이 에이스를 빛나게 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지난 시즌 유럽 최다 골 기록(73골)을 수립한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루어낸 성과가 아니었다. 사비, 이니에스타 같은 훌륭한 도우미들이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도우미를 잘 만났다면 박지성에게는 새로운 도우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