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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판 페르시-루니, '환상의 호흡' 과시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루마니아 원정에서 값진 승리를 거두면서 토트넘전 패배 악몽을 이겨냈다. 한국 시각으로 3일 오전 3시 45분 루마니아의 콘스탄틴 라둘레스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H조 2차전 CFR 클루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전반 14분 판텔리스 카페타노스에게 실점했으나 전반 29분과 후반 4분 로빈 판 페르시가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었다. 2골 모두 웨인 루니의 도움에서 비롯됐다. 판 페르시와 루니의 호흡이 빛났던 경기였다.

맨유의 변칙 4-4-2 활용, 루니-클레버리의 윙어 기용

루마니아 원정에 나선 맨유는 변칙적인 4-4-2를 활용했다. 데 헤아가 골키퍼, 에브라-에반스-퍼디난드-하파엘이 수비수, 루니-플래처-안데르손-클레버리가 미드필더, 판 페르시-에르난데스가 공격수로 나섰다. 공격수 루니, 중앙 미드필더 클레버리의 윙어 기용이 눈에 띄었다. 애슐리 영-발렌시아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카가와-웰백-나니는 로테이션에 의해 선발 제외됐다.

루니-클레버리의 윙어 배치는 클루지 밀집수비를 뚫겠다는 복안이었다. 에브라-하파엘이 윙어처럼 활동하고 루니-클레버리가 중원으로 자주 이동하면서 실질적으로 중앙 미드필더가 4명이 됐다. 플래처는 중원에서 공수의 균형을 잡아줬고 안데르손은 중앙쪽을 거치는 패스에 적극 관여하며 서로의 역할이 분업화 됐다. 이렇게 미드필더 4명이 활발히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맨유는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점했다. 하지만 클루지가 3선 간격을 좁히고 수비라인을 내리면서 맨유의 공격 전개가 쉽지 않았다. 에르난데스는 상대 수비수들에게 둘러 쌓이면서 일찌감치 고립됐다.

맨유는 선제골 싸움에서 졌다. 전반 14분 클루지 공격수 카페타노스에게 골을 허용했다. 카페타노스는 수구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를 박스 중앙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받아내면서 맨유 골망을 흔들었다. 맨유로서는 에브라가 수구와의 스피드 싸움에서 패한 것, 에반스가 카페타노스 마크를 놓친 것이 아쉬웠다. 지난 주말 토트넘전 3실점에 이어 또 다시 수비 불안이 연출됐다. 비디치가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에서 에반스의 2경기 연속 부진은 맨유에게 결코 이롭지 않다. 에브라 내림세는 여전했다.

맨유는 0-1 이후 클루지 선수 전원이 수비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경기 주도권을 회복했다. 하지만 전반 17분 공격 과정에서 볼이 차단되면서 역습을 허용당했다. 전반 18분에는 루니, 19분 안데르손, 21분 판 페르시가 슈팅을 날렸으나 골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나마 실점 이전에 비해 슈팅이 늘어나면서 클루지의 공격 의지를 위축 시켰다. 전반 23분에는 수구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클루지의 오른쪽 공격 파괴력이 반감됐다. 에브라는 2분 뒤 클루지 왼쪽 측면에서 상대팀 선수와 헤딩 경합을 펼치면서 움직임이 자유로워졌다.

판 페르시 2골, 루니 2도움...맨유 2골 합작

맨유의 동점골은 전반 29분에 터졌다. 루니가 프리킥을 띄웠던 볼이 골문에서 판 페르시의 오른쪽 어깨 뒷쪽을 맞고 동점골로 이어졌다. 판 페르시는 헤딩슛을 의도하면서 점프했으나 볼은 자신의 머릿쪽을 맞추지 못했음에도 어깨와 닿았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 판 페르시 골은 클루지 밀집수비에 막혔던 맨유에게 힘이 됐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골을 넣기까지 여러차례 공격을 펼치며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을 것이다. 루마니아 원정을 감안하면 선수들이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기 쉽다. 1-1 이후에는 공격 템포를 늦추면서 여유롭게 경기를 풀었다.

슈퍼스타 두 명의 진가는 후반 4분에 빛났다. 판 페르시는 루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웠을 때 문전 쇄도 과정에서 라다를 제치고 왼발로 볼을 밀어 넣었다. 상대 골키퍼가 오른손을 옆으로 내밀었으나 볼은 쏜살같이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1~2위 선수가 합작한 두번째 골 장면이며, 세트피스였던 첫번째 골 장면에 비해서 의미가 깊다. 판 페르시-루니 호흡이 잘 맞다는 것을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과시했던 순간이었다. 맨유의 올 시즌 성적은 두 선수 호흡에 달렸다. 클루지전에서 두 번의 골을 합작하면서 서로의 실력을 믿게 됐다.

판 페르시-루니는 앞으로 최전방에서 투톱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판 페르시 뒷쪽에서 공격을 펼쳤던 카가와는 중앙에서 몸싸움 약한 단점을 드러내면서 팀 공격이 끊어지는 문제점을 초래했다. 그로인해 판 페르시가 2선에서 활발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반면 루니는 쉐도우에 최적화 됐다. 아무리 카가와가 2골 넣었지만 루니에 비하면 개인 기량에서 밀린다. 루니의 복귀는 판 페르시 골 생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판 페르시는 클루지전 2골 포함 최근 7경기에서 7골 넣었다.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과시했던 득점 감각이 여전하다. 별 다른 적응기 없이 맨유에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수비에서는 팀에서 가장 많은 태클(4개)을 날렸다. 최전방 공격수로 뛰면서 수비까지 열성적이었다. 루니는 이번 경기에서 2도움 기록하며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중앙과 오른쪽 측면까지 활발히 움직이면서 수많은 패스와 슈팅을 날렸다. 크로스(9개) 슈팅(5개) 핵심 패스(4개)는 팀 내에서 가장 많았다. 수비에 충실했던 클루지 선수들은 루니의 다재다능한 면모를 꺾을 수 없었다.

플래처 풀타임 출전, 든든해진 맨유 중원

맨유의 또 다른 소득은 플래처의 풀타임 출전이다. 지난달 26일 캐피털 원 컵 뉴캐슬전에 이어 일주일 만에 90분 소화했다. 아직 프리미어리그에 뛰지 못했으나 주중 경기에서 실전 감각을 되찾는 중이다. 클루지전에서는 팀 승리의 숨은 공신으로 활약했다. 팀 내에서 볼 터치(138개) 패스(131개)가 가장 많았으며 패스 성공률은 92%였다. 중원에서 적극적인 수비 가담과 압박을 펼치면서 살림꾼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앞으로 캐릭 또는 스콜스와 함께 중원을 든든히 지킬 것으로 보인다.

흔히 맨유의 약점은 중원으로 일컬어진다. 중앙 미드필더가 즐비하나 팀 공격을 지휘하거나 또는 악착같은 수비력을 과시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마땅치 않다. 전자는 여전히 스콜스에 의존하는 현실이지만 후자는 플래처 복귀로 해결의 기미가 보였다. 포백 불안이 변수지만 적어도 중원 만큼은 이전보다 탄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