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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과연 호날두 이적료가 깨지는 날이 올까?

 

2009년 6월 11일.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구단 홈페이지에 쏠렸다. 맨유가 팀의 에이스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당시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3연패, 2007/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 우승을 이끈 호날두 이적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레알 마드리드가 카카 영입에 거액을 쏟아부은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벌어진 이적이라 눈길을 끌었다.

 

호날두 이적료가 세계 최고인 이유

 

맨유 홈페이지에서 발표된 호날두의 이적료는 8000만 파운드(당시 기준 약 9000만 유로, 1600억 원)였다. 2001년 유벤투스에서 레알로 이적했던 지네딘 지단의 7300만 유로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세계 최고의 이적료가 깨지는데 8년의 세월이 흘렀다.

 

호날두 이적료가 지단을 추월한 원인은 3가지다. 첫째는 레알 마드리드의 전력 보강 의지가 강했다. 2008/09시즌 무관에 그친 반면에 라이벌 FC 바르셀로나는 트레블을 달성했다. 시즌 종료 후 호날두-카카 영입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둘째는 맨유가 호날두 이적을 완강하게 반대했다. 호날두는 2008년 여름 레알 마드리드 이적을 원했으나 맨유가 원치 않으면서 한때 불편한 관계가 조성됐다. 레알 마드리드는 1년 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고액의 이적료를 맨유에 제시하며 호날두를 데려왔다.

 

그리고 셋째는 호날두의 상품성이 매우 높았다. 레알 마드리드가 2003년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하면서 엄청난 마케팅 수익을 올린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2000년대 초반과 중반에 걸쳐 베컴을 비롯한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과 계약하여 갈락티코 1기를 형성했다. 선수 마케팅을 통해 막대한 매출액을 달성한 것. 그런데 갈락티코 1기 구성원들이 2000년대 후반에 다른 팀으로 이적하거나, 은퇴하거나, 팀 내 입지가 약화되면서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스타가 필요했다. 2009년 여름 호날두와 카카를 영입하면서 갈락티코 2기가 탄생했다.

 

호날두 이적료가 깨질 수 있는 한 가지 이유

 

당시 세계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호날두 이적료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축구 선수 이적료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2011년 1월 이적시장에서 페르난도 토레스가 첼시로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5000만 파운드)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는 파리 생제르맹으로 둥지를 틀면서 4300만 유로(약 3400만 파운드, 내년 1월 합류)를 찍은 루카스 모우라였다. 제니트로 떠난 헐크의 정확한 이적료는 알려지지 않았지만(제니트측이 비공개) 루카스와 근접하거나 또는 뛰어넘는 금액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누구도 호날두 이적료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호날두 이적료는 지금 추세라면 언젠가 깨질 가능성이 있다. 그 이유는 한 가지다.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부자 클럽들이 늘었다. '유럽 챔피언' 첼시는 불과 10년 전까지 강팀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었고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는 3년 전 리그 10위 클럽이었다.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는 부자 클럽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지난 1~2년 동안에는 파리 생제르맹, 안지 마하치칼라 같은 새로운 부자 클럽들이 등장했다. 올해 여름에 헐크와 악셀 비첼 영입에 거액을 들인 제니트의 재력도 놀라웠다.

 

특히 파리 생제르맹은 지난해 여름부터 카타르 자본이 유입되면서 대형 선수 영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았다. 2011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약 8600만 유로를 투자했으며 시즌 중에는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루카스-티아구 실바-라베찌-즐라탄 영입에만 1억 3500만 유로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강해진 선수 구성을 놓고 보면 1994년 이후 리그1 우승, 챔피언스리그 선전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부자 클럽 영입 패턴을 보면 대형 선수 여러 명 영입에 많은 돈을 쏟았다. 그러나 특정 선수를 영입하고자 호날두 이적료에 근접하는 액수를 지불하지 않았다. 아직 호날두-메시와 동등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자 클럽들이 늘어나는 추세와 여전히 활기를 띠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쟁을 놓고 보면 언젠가 한 명의 선수 영입에 누구도 상상치 못한 금액을 투자할 클럽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파리 생제르맹이 브라질 축구 스타 네이마르 영입에 8500만 파운드를 투자할 것이라는 루머가 등장했다. 호날두 이적료를 능가하는 금액이다.

 

비현실적 이적료, 긍정적 현상 아니다

 

하지만 거액의 선수 영입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가 기대 이하의 활약을 펼치면 소용없다. 축구팬들은 그런 유형의 선수를 '먹튀'라고 부른다. 2011년 1월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을 뜨겁게 했던 토레스(첼시) 앤디 캐롤(리버풀, 현 웨스트햄 임대) 에딘 제코(맨체스터 시티)는 거액 이적료 값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하면서 먹티 논란에 시달렸다. 그나마 제코는 지난 시즌 맨체스터 시티 우승을 기여했지만 토레스와 캐롤은 먹튀의 오명을 떨치지 못했다. 그 외에도 여러 명의 좋지 못한 사례가 존재한다.

 

특히 캐롤의 리버풀 이적은 유럽 축구 이적시장의 문제점을 꼬집는 대표적 사례다. 대형 선수 영입에 지나치게 많은 이적료를 쏟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10년 전에도 먹튀가 존재했음을 감안해도 지금은 유망주 영입에 어마어마한 액수가 지출되는 현실이다. 잉글랜드 수비수 리오 퍼디난드는 캐롤 이적이 확정되었을 당시 트위터를 통해 "캐롤의 엄청난 잠재력을 인정하지만 다비드 비야(FC 바르셀로나)보다 더 많은 이적료를 기록한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캐롤이 뉴캐슬에서 잘했지만 비야를 뛰어넘는 업적을 자랑하는 선수가 아닌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올해 유럽 축구 이적시장 이적료 1위를 기록한(헐크 논외) 루카스 나이는 20세에 불과하다. 아직 유럽리그 경험이 없는 브라질 유망주가 과연 유럽을 호령할지 의문이다. '유망주는 아니지만' 헐크는 그동안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으면서 예상 이적료가 높아졌다. 하지만 그의 몸값을 떠나 행선지가 유럽 빅 리그가 아닌 러시아 리그로 결정된 것은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이제는 유럽 빅 리그에 속하지 않은 클럽도 이적시장에서 상당한 이적료를 지출하는 현실이 됐다.

 

UEFA는 최근 FFP(파이낸셜 페어 플레이)를 도입하면서 구단들의 건전한 재정 관리를 유도했다. FFP는 구단의 이익만큼 지출하는 제도로서 재정적 적자를 극복하는 목적이 있다. 구단 지출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적료와 연봉을 비롯한 인건비다. 얼마전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스포르팅 리스본 같은 23개 유럽 구단이 FFP를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상금과 관련된 불이익이 주어졌다. 특히 부자 클럽들에게 FFP는 반갑지 않다.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지출하기 까다로워졌다. 향후 UEFA의 FFP 압박이 거세지면 호날두 이적료를 뛰어 넘는 선수의 등장이 점점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 세계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하는 선수가 탄생하면 과연 호날두 이적료가 깨지기까지 몇 년의 세월이 흐를지, 아니면 호날두 이적료는 영원히 No.1으로 남을지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