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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비디치 무릎 부상, 맨유의 중앙 딜레마

 

맨체스터 유나아티드(이하 맨유)의 주장 네마냐 비디치가 오른쪽 무릎 수술로 8주 동안 경기를 뛰지 못하게 됐다. 맨유는 2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비디치는 무릎에 불편함을 호소했고, 퍼거슨 경은 부상 예방 차원에서 주말에 비디치에게 휴식을 주었다. 하지만 검사 결과 비디치는 수술이 필요함이 밝혀졌다"며 비디치의 장기간 결장을 알렸다. 비디치 부상은 맨유의 전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맨유 센터백 줄부상, 퍼디난드-에반스만 남았다

우선, 비디치는 2011/12시즌에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지난해 8월 14일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종아리 부상을 당하면서 2개월 동안 결장했다. 그 해 12월 7일 FC 바젤전에서는 십자인대가 파열되면서 시즌 아웃됐다. 당시 비디치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경기 출전에 그쳤다.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32강 벤피카, FC 바젤과 맞대결 펼쳤던 4경기에서 8실점 허용했으며 이는 16강 진출 실패 원인으로 이어졌다. 기존 수비진이 비디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는 뜻이다.

맨유는 지난 시즌 후반기 한때 프리미어리그 선두에 진입하면서 퍼디난드-에반스 센터백 조합을 완성시켰다. 비디치가 또 부상으로 이탈한 현 시점에서는 퍼디난드-에반스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맨유는 센터백 가용 인원이 부족하다. 스몰링-존스도 부상으로 빠졌다. 퍼디난드-에반스 조합으로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버텨야 한다.

그러나 퍼디난드는 한때 잦은 부상에 시달렸던 인물이다. 올해 나이 34세로서 많은 경기를 뛰기에는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다. 에반스는 2010/11시즌까지 부상 후유증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 시즌에 접어들면서 기량이 좋아졌지만 과거의 부상 이력을 떠올리면 어딘가 불안함을 감출 수 없다. 공교롭게도 맨유의 주요 센터백들이 부상으로 신음했던 공통점이 있다. 어느 선수든 부상을 피할 수 없지만 맨유는 유독 센터백 부상이 잦았다.

비디치 부상, 맨유 중원에 미치는 영향

비디치 부상은 센터백 자원 부족에 국한되지 않는다. 만약 퍼디난드와 에반스 중에 누군가 부상 당하거나 로테이션에 의해 선발에서 빠지면 캐릭이 센터백으로 내려와야 한다. 하지만 캐릭의 포지션 전환은 맨유의 경기력 약화를 불러일으킬지 모른다.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 수비에 힘을 실어줄 선수는 캐릭에 불과하다. 클레버리-안데르손-긱스-스콜스는 수비보다는 공격적인 재능이 발달됐다. 최근에는 플래처가 복귀했지만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황에서 평소 만큼의 기량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퍼디난드-에반스 조합으로는 비디치가 빠지는 8주를 버티기 어렵다. 스몰링-존스가 언제 돌아올지 알 수 없지만 부상에 따른 실전 감각 저하가 우려된다. 캐릭의 센터백 전환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맨유 중원의 퀄리티가 다른 빅 클럽들에 비해 취약한 상황에서 캐릭의 센터백 전환은 결코 반갑지 않다.

퍼디난드-에반스 조합이 제 구실을 못할 경우도 걱정된다. 센터백이 흔들리면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가담이 늘어나며 중앙 공격수와의 간격이 벌어진다. 상대 박스쪽을 파고드는 연계 플레이와 골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판 페르시-카카와 콤비의 불협화음, 루니의 부상 공백을 안고 있는 맨유의 현실을 떠올리면 비디치 공백은 팀의 공격력 약화로 이어질 여지가 있다.

판 페르시-카가와 엇박자, 현재까지 카가와 영입 효과는 미미

맨유는 올 시즌 4-2-3-1로 전환하면서 카가와를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했다. 카카와의 이적료 1400만 파운드(약 253억 원)를 놓고 보면 퍼거슨 감독 플랜에 속한 선수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카가와의 시즌 초반 활약은 기대 이하다. 왜소한 피지컬 때문에 프리미어리그의 거친 몸싸움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마타-실바 같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한 플레이메이커들도 피지컬이 발달된 선수들은 아니지만, 카가와는 이들과 달리 중앙에서 자주 활동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중앙 압박이 강한 편이다.

카가와는 마타-실바처럼 이타적인 기질이 발달된 유형이 아니다. 앞쪽으로 파고드는 습관이 있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에서 13골 넣었던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최전방 공격수와 활동 반경이 겹치는 단점이 있다. 판 페르시는 최전방에서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슈팅 기회를 놓치지 않는 골잡이다.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많은 골을 넣었던 이유는 2선 미드필더들이 자신의 득점을 도와줬기 때문이다. 반면 카가와는 판 페르시를 도와주려는 의지가 뚜렷하지 못했다. 몸싸움 부족으로 상대 미드필더에게 공격을 차단 당하는 장면이 빈번하다.

또한 카가와는 수비력이 약하다. 맨유 중앙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을 가중 시킨다. 그러나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 악착같은 수비력을 과시할 선수가 마땅치 않다. 그나마 수비에 힘을 실어주는 캐릭은 전형적인 홀딩맨이 아니다. 비디치 부상으로 일부 경기에서 센터백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카가와의 수비력 부족은 맨유가 언젠가 실전에서 덜미 잡히는 불안 요소로 이어질지 모른다. 현재까지 맨유의 카가와 영입 효과는 경기력 관점에서 미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