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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1위' 첼시의 3가지 딜레마

 

첼시가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위(4승1무)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주말 스토크 시티전에서 왼쪽 수비수 애슐리 콜이 후반 39분 결승골을 넣으면서 오름세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첼시가 시즌 중반과 후반에도 계속 1위를 지킨다는 보장은 없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1위 팀이 시즌 중에 바뀌는 경우가 항상 존재했다. 첼시가 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던 2009/10시즌에도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선두를 허용했다. 과연 첼시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가능할까. '3가지 딜레마'를 풀어야 한다.

1. 다시 찾아온 토레스 부진, 예견된 현상이다

토레스는 최근 4경기째 골이 없다. 4경기에서 슈팅 4개에 그쳤으며, 친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는 90분 동안 슈팅 1개도 날리지 못했다. 지난달 맨체스터 시티전(커뮤니티 실드), 레딩전, 뉴캐슬전에서 골을 넣으며 부활 성공을 알리는 듯 싶었으나 결과적으로 반짝에 그쳤다.

지금의 부진은 예견된 현상이다. 첼시는 지난 몇년 동안 드록바(상하이 선화)가 중심이 되는 공격을 즐겨 활용했으며, 올 시즌 첼시의 주전 공격수를 맡은 토레스는 드록바와 다른 유형의 선수다. 토레스가 박스 안쪽으로 투입되는 볼을 슈팅으로 연결짓는 성향이라면 드록바는 포스트 플레이와 연계 플레이 과정에서 스스로 골 기회를 얻어내면서 강력한 마무리를 자랑한다. 그래서 토레스는 볼이 없을 때 상대 수비에 막혀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시즌에는 움직임을 늘리면서 부진의 돌파구를 찾으려했으나 올 시즌 초반에는 몸놀림이 다소 무거워졌다. 드록바 대체가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는 토레스와 동료 미드필더와의 호흡 불안이 부진의 원인으로 꼽혔다. 올해 여름에는 첼시에 2선 미드필더들이 늘어나면서 토레스의 골 생산을 도와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소용 없었다. 최근 첼시와 상대했던 팀들의 특징은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좁히면서 짜임새 있는 수비를 펼치려 했다. 첼시 2선 미드필더들의 침투와 킬러 패스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들을 막으면 토레스 봉쇄는 결코 어렵지 않다. 첼시로서는 드록바를 그리워하지 않을까.

2. 첼시의 포지션 불균형, 토레스-램파드가 부상 당하면?

첼시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자르-마린-오스카-모제스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을 영입했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에시엔(임대)-메이렐레스, 공격수 드록바-루카쿠(임대)를 떠나 보냈다. 2선 미드필더는 포화되었으나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수 자원이 부족해지면서 포지션 불균형이 나타났다. 토레스, 램파드-미켈 조합의 공백을 메울 선수가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만약 이들이 부상당하면 첼시는 평소 만큼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토레스의 백업은 스터리지다. 그는 첼시의 오른쪽 윙어지만 2010/11시즌 하반기 볼턴 임대 시절에는 케빈 데이비스와 투톱 공격수로 활약했으며, 런던 올림픽에서는 영국 단일 대표팀의 원톱으로 뛰었던 경험이 있다. 지난 15일 퀸즈 파크 레인저스전에서는 후반 36분 원톱으로 교체 투입했다. 하지만 디 마테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부터(감독 대행 시절 포함)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실전 감각 부족을 이겨낼지 의문이다.

첼시는 수비형 미드필더 부족 현상을 하미레스로 극복중이다. 지난 19일(현지시각 기준) 유벤투스전에서는 4-3-3으로 전환했다. 4-2-3-1의 오른쪽 윙어였던 하미레스를 오른쪽 인사이드 미드필더로 배치한 것. 당시 하미레스는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술 변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2일 스토크 시티전에서는 하미레스가 4-2-3-1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오면서 왕성한 움직임과 강력한 수비력을 과시하며 팀의 중원을 책임졌다. 하지만 첼시의 포지션 불균형은 기존 선수의 포지션 전환으로 해결하려는 한계가 있었다.

3. 아직 세대교체는 완성되지 않았다

첼시 라이벌 맨유는 몇시즌째 스콜스 대체자를 발굴하지 못했다. 2007년 당시 '제2의 호나우지뉴'로 불렸던 안데르손을 1800만 파운드(약 326억 원)에 영입하면서 스콜스 대체자로 키웠다. 하지만 안데르손은 정체를 거듭하면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톰 클레버리는 지난 시즌 잦은 부상을 당하면서 임펙트가 약해졌다. 그 결과 맨유는 중원의 취약함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지난해 은퇴했던 스콜스를 복귀시켰고, 지금도 스콜스 패스에 의해 경기 흐름이 좌우되고 있다. 스콜스의 올해 나이는 38세.

스콜스 딜레마에 빠진 맨유의 어려움은 첼시가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황금세대' 주역이었던 램파드, 테리가 여전히 주전으로 뛰고 있다. 테리의 대체자는 케이힐이지만 문제는 램파드 대체자가 마땅치 않다. 지난해 여름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 영입을 시도했으나 당시 소속팀이었던 토트넘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모드리치를 대신해서 영입된 메이렐레스는 얼마전 페네르바체로 둥지를 틀었다. 올해 여름에는 이적시장을 통해 2선 미드필더들을 등용했으나 이들은 램파드와 동일한 포지션이 아니다.

램파드를 벤치로 내리기도 쉽지 않다. 첼시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부족한 지금의 현실에서는 램파드가 여전히 필요하나, 만약 램파드가 체력적인 어려움이나 노쇠화에 빠지면 벤치를 지킬 시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램파드 본인이 주전 탈락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감독 입장에서 난처해진다. 실제로 램파드는 지난 시즌 로테이션 멤버로 밀리면서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토트넘)과 마찰을 빚었다. 이는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의 선수 장악 어려움이 불거졌던 결정타가 되었고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경질됐다.(한편으로는 빌라스-보아스 전 감독의 소통 방식에서 의구심이 든다.)

테리는 노쇠화 조짐이 있다. 최근 경기에서 잘못된 판단력으로 상대 공격 옵션을 놓치는 장면이 있었고 과거에 비해 순발력이 느려졌다. 수비 통솔력과 경험을 고려하면 여전히 주전에 어울리지만 첼시로서는 그의 기량이 본격적인 내리막에 접어들었을 때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의 잠재적 불안 요소는 언젠가 테리가 주전 탈락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첼시에서 오랫동안 주장으로 뛰었던 선수로서 원치 않을 시나리오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