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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포돌스키, 박주영 못풀었던 9번의 저주 풀까?

 

부제 : [2012/13시즌 EPL 4라운드 빛낸 스타] 루카스 포돌스키(아스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아스널에는 두 가지 저주가 얽혀있다. 첫째는 '램지의 저주', 둘째는 '9번의 저주'다.

우선, 램지의 저주는 아스널 미드필더 애런 램지가 골을 넣으면 유명인이 사망하면서 비롯된 말이다. 램지는 2011년 5월 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결승골을 넣었는데 그날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했다. 그 해 10월 2일 토트넘전에서 골을 터뜨린지 3일 뒤에는 스티브 잡스, 10월 19일 마르세유전에서 득점을 올렸던 다음날에는 무아마르 카다피가 사망했다. 올해 2월 11일 선덜랜드전에서 동점골을 넣었을 때는 휘트니 휴스턴이 사망했다. 그런 램지는 지금까지 7개월 동안 골이 없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9번의 저주다. 90년대 중반부터 근래까지 아스널에서 9번을 달았던 선수는 부진과 부상 등을 이유로 팀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1995년부터 아스널 9번 유니폼을 달았던 폴 머슨을 시작으로 니콜라 아넬카(1997~1999년)-다보르 수케르(1999~2000년)-프란시스 제퍼스(2001~2003년)-호세 안토니오 레예스(2004~2006년)-밥티스타(2006~2007년)-에두아르두 다 실바(2007~2010년)-박주영(2011~2012년)이 희생양이 됐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9번의 저주는 꺼림칙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올 시즌 아스널 9번은 독일 대표팀 미드필더 루카스 포돌스키의 몫이 됐다. 포돌스키(27)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이적료 1100만 파운드(약 199억 원)를 기록하며 독일 분데스리가를 떠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커리어를 놓고 보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29경기 18골 7도움 및 리그 득점 공동 4위를 기록했다. 독일 대표팀에서 잔뼈가 굵은 경험도 있다. 허나 포돌스키가 아스널에서 부여받은 등번호는 9번이다. 아스널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낼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포돌스키의 올 시즌 초반 행보는 기대 이상이다. 9월 2일 리버풀전, 15일 사우스햄프턴전에서 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전 2경기에서는 무득점에 그치면서 아스널이 승점 3점을 획득하지 못했는데, 지금까지는 포돌스키가 골을 넣으면 아스널이 승리하는 공식이 성립되었다. 리그 4라운드였던 사우스햄프턴전에서는 전반 31분 왼발 프리킥 골을 넣으며 팀의 6:1 승리를 공헌했다. 왼쪽 윙어로서 카솔라-제르비뉴와 정교한 패스를 주고 받거나 직접 공간을 침투하며 사우스햄프턴 수비를 농락하는 맹활약을 과시했다.

당초 포돌스키는 로빈 판 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체자로 꼽혔다. 지금까지 왼쪽 윙어보다는 공격수로 더 많은 주목을 끌었다.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었던 선덜랜드전에서는 원톱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왼쪽 윙어로서 자신의 비범한 재능을 과시했다. 측면과 중앙을 넓게 오가면서 동료 선수와 적극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쳤다. 아스널 특유의 빠른 템포에 의한 패스 축구에 적응된 모습을 보인 것.

볼에 대한 집념도 놀라웠다. 사우스햄프턴전에서는 전반 11분 상대 진영 중앙에서 빼어난 볼 키핑과 감각적인 발재간을 과시하며 상대 선수 3명을 제치고 박스쪽으로 쇄도했다. 왼쪽 공간에 있는 키어런 깁스에게 찔러준 침투패스는 요스 후이펠트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만약 포돌스키가 사우스햄프턴 선수들에게 볼을 빼앗겼다면 깁스의 슈팅에 의한 후이펠트의 자책골은 없었다. 그 장면으로 아스널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었고 사우스햄프턴 선수들은 점점 의욕을 잃었다.

이러한 포돌스키의 활약상은 아스널의 기존 문제점을 덜게 했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2선 미드필더들의 기복이 심한 경기력과 골 결정력 부족으로 판 페르시 득점력에 의존하게 됐다. 왼쪽 윙어로 뛰었던 제르비뉴도 그 중에 한 명이었다. 공격수 경험이 많은 포돌스키를 영입한 것은 득점 패턴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해서였으며 지금까지는 성공했다. 이제 아스널 공격의 유일한 고민은 판 페르시 공백을 메울 적임자를 발굴하는 것이다.

물론 포돌스키가 아스널 9번의 저주를 풀었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8경기 중에 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지금의 활약이 반짝일지 아니면 앞으로 꾸준할지 여부는 누구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리버풀전과 사우스햄프턴전 활약상만을 놓고 봤을 때 팀의 저주를 풀어낼 이미지를 심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