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에는 휴가를 못갔다. 축구 블로그를 운영중인 이유 때문인지 런던 올림픽에 많은 신경을 썼다. 한국 대표팀이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기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시간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올림픽 종료 전후로는 바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름이 지나가고 말았다. 지난 몇개월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 그 마음을 치유할 기회를 가지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진=시흥갯골생태공원의 수생식물원 모습]

최근에 '힐링(healing)'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치유 또는 치료를 뜻하는 말로써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간절한 단어가 아닐까 싶다. 일반인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도시 탈출이다. 빽빽한 콘크리트 건물의 연속인 서울을 떠나 맑은 공기와 근사한 풍경을 자랑하는 서울 근교 내지는 지방 여행을 다니며 마음의 여유를 되찾는 것이다. 이미 여행 분야에서는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상품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까지 발달하면서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힐링 효과를 누리고 싶어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코레일은 시흥갯골축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난 8일과 9일 각각 4회씩 임시 전동열차를 운행했다. 노량진역-영등포역-신도림역-구로역에 정차한 뒤 월곶역과 소래포구역에 급행으로 운영되는 열차였다. 신도림역부터 월곶역까지 대략 1시간이 걸렸다.]

지난 9월 8일 오후 '2012 시흥갯골축제'를 즐기기 위해 시흥갯골생태공원을 찾았다. 여름휴가를 놓친 아쉬움을 어떻게 풀까 고민했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시흥갯골생태공원을 알게 됐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여행 장소라서 포털 지도를 통해 시흥갯골생태공원의 위치를 확인했지만, 서울 시민 입장에서 대중교통 만으로는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인터넷을 통해 시흥갯골축제(2012.9.7~2012.9.9) 사이트에 접속하면서 축제 기간에 임시 전동열차가 운행된다는 정보를 알게 됐다. 정차하는 역과 운행 시간을 확인하니까 신도림역부터 월곶역까지 1시간 3~4분이 걸렸다.(오전 9시 8분 출발~10시 8분 도착, 오후 3시 7분 출발~오후 4시 11분 도착) 축제가 진행되는 시흥갯골생태공원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발동했다. 특별 열차가 운행될 정도의 축제라면 사람들이 알아주는 지역 축제라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봤더니 시흥갯골축제는 2012년 경기도 10대 축제로 선정된 곳이었다.

8일 오후 3시 7분 신도림역에서 시흥갯골축제 열차에 탑승했을때의 기분은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까지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임시 열차 혹은 특별 열차를 이용했던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1호선-4호선-수인선을 모두 이동할 수 있는 시흥갯골축제 열차만의 매력은 앞으로 여행하면서 쉽게 누리지 못할 경험이다. 1호선 급행열차보다 더 빠른 지하철을 만나게 된 것이다.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잊혀지지 않는다. 웬만한 사람들이 카메라를 준비했다. 모두가 시흥갯골축제를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을까.

[사진=시흥갯골축제 열차가 1호선 금정역 선로에서 4호선 선로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찍었다. 1호선 선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시흥갯골축제 열차에서 봤던 안산 와 스타디움] 

[사진=시흥갯골생태공원 인포센터의 모습]

월곶역에서 셔틀버스에 탑승한 뒤 시흥갯골생태공원에 도착했다. 시흥갯골축제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곳은 2012년 2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내륙 깊이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는 내만갯골로 칠면조, 나문재, 퉁퉁마디, 모새달, 붉은발농게, 방게류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중이며 여름과 겨울철에 수많은 철새가 날아든다고 언급되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포털 지도에서 봤을때 바다와 맞닿은 곳이 아니다. 그런데 바닷물이 들어온다고 한다. 갯골은 바닷물이 들고 나는 구불구불한 물길을 뜻한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내만갯벌(내륙으로 들어온 갯벌)이며 서해안이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지 갯벌을 볼 수 있다. 이곳은 갯골의 생태적 가치 증진과 우리들의 자연휴식공간 제공을 위해서 생태공원이 조성됐다. 또한 시흥갯골생태공원에는 염전이 마련되면서 축제때마다 소금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인포센터 근처에서 독도 플래시몹이 펼쳐진 모습. 많은 사람들이 율동을 따라했다. 사람들 옆에 있는 핑크 빛깔의 코스모스가 아릅답다.]

시흥갯골생태공원은 코스모스가 많았다. 마치 코스모스 축제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더운 여름이 가시지 않은 9월초에 코스모스를 보는 것 자체가 특별하다. 봄에 벚꽃이 피면서 쌀쌀했던 겨울과 작별하듯,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등장하면서 여름과 헤어져야 한다. 여름 휴가를 즐기지 못했던 나로서는 코스모스를 보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는 오리배 체험을 하는 공간이 있었다. 어렸을적에 한강에서 가족들과 함께 오리배를 이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로는 한강에서 사람들이 오리배와 함께하는 모습을 못봤던 것 같다. 내가 이곳에서 봤던 풍경은 서울에서 자주 접했던 모습이 아니다. 서울에서 벗어났다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마치 시골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바람까지 불면서 나의 마음속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훌훌 풀렸다.

[사진=시흥갯골생태공원의 소금창고]

시흥갯골생태공원 소금창고의 모습이다. 이곳의 소금은 바닷물을 이용하여 만든 천일염이라고 한다. 소금창고는 공원에서 생산되는 소금을 보관하는 곳이며 따로 판매를 하지 않는다. 공원에서 운영중인 학습프로그램 이용시 참여자에 한하여 기념품으로 제공된다.

어린이들이 수차를 돌리는 체험을 하는 모습이다. 수차는 물레방아나 맷돌 등에 쓰인 동력장치이며 염전에서는 물을 퍼올릴 때 쓰인다.

어린이들이 소금 모으기 체험을 하는 모습. 우리들의 음식을 맛있게 하는 소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몸으로 직접 배웠을 것이다. 음식의 소중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체험행사들이 즐비했다. 어린이와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에게 유익한 행사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싶은 행사가 있었지만 어린이들과 어울리기에는 부담스러워서 즐기지 못했다. 그래서 풍경을 기대했다.

[사진=시흥갯골생태공원의 갯골 모습]

시흥갯골생태공원의 갯골을 봤다. 이곳을 중심으로 과거에 염전이 조성되었으며, 주민들의 생활 공간이 되었고, 다양한 식물과 어류 등이 서식하면서 생태공원이 마련되었다. 그리고 시흥갯골축제가 탄생하면서 경기도 10대 축제로 발돋움했다. 개인적으로 처음봤던 갯골의 모습은 한마디로 새로웠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풍경의 바닷가가 아닌 공간에서 갯벌이 펼쳐졌다. 녹색 식물과 바닷물 사이의 어두운색 공간이 바로 갯벌이다. 전형적인 서해안처럼 밀물과 썰물이 존재하는 걸까? 시간 관계상 물이 차오르는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바닷가에서도 접하기 힘든 풍경이다.

[사진=시흥갯골생태공원의 갯벌생태학습장]

갯벌생태학습장에서는 퉁퉁마디와 칠면초를 비롯한 수생식물들과 게를 볼 수 있었다. 망둥어와 갯지렁이를 관찰할 수 있지만 내가 갔을때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사람들이 많아서 갯벌 안으로 숨었는지 모른다. 게를 보는 어린이들의 흥분된 목소리 때문인지 생물들이 놀랐던 것 같다. 게들도 생각보다 보이지 않았다. 게 구멍은 많았지만 내가 봤던 게는 2마리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게를 봤던 것 자체만으로 기뻤다. 갯벌생태학습장에 처음 왔을때는 게가 잘 안보였다가 한참뒤에 보이는 곳을 찾았으니 말이다.

[사진=갯벌생태학습장에서 봤던 게의 모습] 

[사진=시흥갯골생태공원 일몰 풍경]

시흥갯골생태공원의 해가 지는 모습을 카메라로 담았다. 2011년 11월 경기도 안산 구봉도에서 일몰 풍경을 촬영한 이후 2년 만에 서울이 아닌 곳에서 일몰을 보게 됐다. 붉은 노을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여름 휴가를 못갔던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내는 순간이다. 불과 얼마전까지 사람들을 무덥게 했던 햇쌀이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는 아름답게 느껴졌다.

올해 나이는 29세. 30대가 되기까지 앞으로 3~4개월 남았다. 20대 인생을 겪으면서 온갖 우여곡절과 한 번의 영광이 있었지만, 20대 마지막 시기는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다. 되도록이면 여행이나 나들이를 많이 다녀보고 싶다. 20대 시절의 아픔을 치유하면서 30대를 힘차게 달리고 싶다. 일몰을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마음속으로 즐겁게 보냈던 시흥갯골축제는 나에게 힐링이 되었다. 신도림역에서 월곶역까지 이동하는 임시 전동열차를 통해 아름다운 풍경을 접하게 됐다. 지금까지 여행을 일상속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개념으로 다녀왔다면, 이번에는 힐링이라는 단어로 함축하면서 시흥갯골축제를 방문했다. 여행을 즐겼던 나의 시각이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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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