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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NO.1' 꿈꾸는 슬픈 호날두, 그의 웃음을 기다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는 세계 최정상급 축구 스타다. 2008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휩쓸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FIFA가 제정하는 'FIFA 올해의 선수상'과 프랑스 축구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시상하는 '발롱도르가 'FIFA 발롱도르'로 2010년 통합됐다.)

2009년 여름에는 레알에 입성하면서 8000만 파운드(약 1440억 원)의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했다. 그의 주급은 20만 파운드(약 3억 6000만 원, 추정)이며 한때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선수였다. 또한 많은 여성이 그의 잘생긴 외모와 '이기적인 몸매'에 열광한다.

그러나 호날두는 레알에서 불행한 것 같다. 지난 3일 그라나다전에서 2골 넣으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으나 골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그는 "나는 슬픈 기분이라 골 세리머니를 안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 것이며 나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현지 언론에서 몇 가지 이유를 제기했지만, 레알 구단 또는 조세 무리뉴 감독의 공식 발표가 나오기까지 사실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

호날두, FIFA 발롱도르에 민감한 걸까

현재까지는 '왕따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스페인 라디오 방송 <카데나 세르>에 따르면 호날두가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에게 동료 선수와의 불편한 관계를 언급하며 팀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한다. 레알의 부주장 마르셀루가 팀의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야말로 FIFA 발롱도르를 받을 적임자라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것이다. 결국 호날두는 마르셀루와 관계가 나빠졌으며 다른 선수와도 사이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호날두가 지금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슬픈 감정을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돈 문제를 부정했다. 그 탓에 왕따설에 무게감이 실린다.

만약 그 내용이 사실이라면 호날두에게 FIFA 발롱도르는 민감한 존재였다. 그는 2009년부터 3년 동안 FIFA 발롱도르 수상에 실패하면서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에게 'NO.1'을 빼앗겼다. 올해는 레알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포르투갈의 유로 2012 우승이 좌절되면서 수상 가능성이 쉽지 않다. 반면 메시는 2011/12시즌 유럽 한 시즌 최다 골(73골) 기록을 경신했으며 카시야스는 스페인 유로 2012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호날두의 성장 과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지금까지 활약을 살펴보면 '최고'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2003년에는 18세의 어린 나이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이적하면서 팀의 상징이었던 등번호 7번을 부여 받았다. 그 이전에 맨유의 7번 선수는 데이비드 베컴(LA 갤럭시)이었다.

당시 호날두 이적료 1240만 파운드(약 223억 원)는 10대 유망주치고는 거액의 돈이었다. 그만큼 맨유의 엄청난 기대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기에는 무리한 드리블 돌파 시도로 '댄서'로 조롱받았지만, 2006/07시즌 프리미어리그 34경기 17골 14도움으로 팀의 우승을 이끌며 축구 천재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호날두는 2007/08시즌에 맨유의 프리미어리그-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면서 두 대회 동시 득점왕에 올랐다. 그때의 활약을 계기로 2008년 발롱도르와 FIFA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었다. 그해 12월에는 팀의 FIFA 클럽 월드컵 우승 멤버로 활약하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입증했다.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에서는 메시와의 맞대결에서 패했지만 시즌 종료 후 레알로 팀을 옮기면서 역대 최고 이적료를 경신했다. 지금까지 레알에서 통산 150골을 터뜨리며 득점 기계의 명성을 떨쳤다.

호날두가 맨유에서 윙어로서 많은 골을 넣은 배경에는 팀의 공격 전술이 자신에게 맞춰진 것도 있다. 맨유에서는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스(맨체스터 시티) 같은 공격수들이 최전방에서 스위칭을 하면서 상대 수비를 교란하고 호날두의 문전 침투를 도왔다. 박지성(퀸즈 파크 레인저스)은 호날두의 단점이었던 소극적인 수비 부담을 덜기 위해, 호날두보다 수비에 비중을 두는 역할을 맡았다.

메시와 펼치는 '세기의 대결', 계속 보고 싶다

레알도 다르지 않다. 호날두를 통한 공격 전개가 레알의 주 전술이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호날두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호날두는 소속팀에서 항상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지금까지 세계 축구에서는 '2인자' 수식어에 더 익숙하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메시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지난 시즌에는 프리메라리가에서 본인의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골(46골)을 넣고도 메시(50골)를 넘는데 실패했다. 얼마 전 FC 바르셀로나와의 스페인 슈퍼컵 맞대결에서는 레알의 우승을 견인했지만 다수의 축구팬들은 '호날두가 메시보다 잘한다'는 명제에 공감하지 않을 것이다. 메시는 올 시즌 프리메라리가 득점 1위(4골)를 기록하며 자신의 전성시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호날두는 유로 2012 기간이었던 지난 6월 14일 덴마크전에서 상대팀 팬들이 메시의 이름을 외치자 경기 종료 후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메시와 경쟁하면서 스트레스에 시달렸음을 짐작케 하는 행동이었다. 최근에 불거진 논란도 비슷해 보인다. 마르셀루와의 마찰이 사실이라면 메시와의 경쟁 심리에 따른 스트레스가 누적된 게 '호날두의 슬픔'의 핵심이 아닐까 싶다.

호날두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다. 메시와 '세기의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호날두를 진정한 'NO.1'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걸출한 두 선수는 경쟁을 하며 종종 피가 마를 거다. 하지만 팬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것도 사실이다.

최고 선수로서 호날두는 '넘버투'를 원치 않을 것이다. 그는 분명 FIFA 발롱도르에 민감해 보인다. 스포츠 선수로서 'NO.1'을 꿈꾸는 건 당연한 일이다. 호날두가 레알에 머물든, 다른 이적을 하든, 계속 그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고 싶다.

호날두가 웃으면서 메시와 세기의 대결을 계속 이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두 선수에게 이롭고, 세계 축구팬의 큰 기쁨이 아닐까? '호날두의 슬픔'이 끝나기를 바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