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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셀타 비고 임대, 기회이자 모험

 

'한일전 영웅' 박주영(27)이 아스널을 떠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셀타 비고로 임대됐다. 2012년 유럽 축구 여름 이적시장 마지막 날이었던 8월 31일(현지 시각)에 1년 임대 계약이 성사된 것. 임대료는 100만 유로(약 14억 원)이며 등번호는 18번이다.

박주영은 지난 시즌 AS모나코에서 아스널로 이적했으나 6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경기 교체 출전이 전부였다. 올해 여름에는 등번호 9번에서 30번으로 밀리면서 사실상 전력외 선수로 분류됐다. 꾸준한 경기 출전을 위해 이적 또는 임대가 필요했으며 마침내 셀타 비고에서 기회를 얻게 됐다. 과연 박주영은 셀타 비고에서 성공할까?

박주영, 셀타 비고에서 성공해야 하는 이유

박주영에게 셀타 비고 임대는 '기회'다. 아스널 시절의 실패를 만회할 찬스를 잡은 것. 만약 셀타 비고에서 맹활약 펼치면 자신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셀타 비고 임대 기간을 마친 뒤 완전 이적하거나, 아스널에 복귀하면서 이전과 다른 대우를 기대할 수 있고, 셀타 비고보다 전력이 강한 제3의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새로운 팀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면 유럽 리그 롱런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런던 올림픽 3위 입상으로 병역 혜택을 받으면서 앞으로 몇년 동안 유럽에서 활동할 기회를 잡았다. 셀타 비고 임대는 자신의 축구 인생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터닝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

아스널을 떠난 박주영은 셀타 비고 주전으로 뛰기에 적합하다. 셀타 비고는 올 시즌 2패로 18위를 기록했으며 2경기에서 1골에 그쳤다. 이아고 아스파스 이외에는 셀타 비고 공격진을 빛낼 선수가 없다. 문제는 아스파스도 프리메라리가 경험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세군다리그(스페인 2부리그)에서 할동했지만 1부리그에서 통할 재능인지 알 수 없다. 올 시즌 2경기에서는 1도움 기록했다. 더욱이 셀타 비고는 올 시즌 승격팀이다. 시즌 초반 부진에 빠지면서 2부리그 강등을 조금 걱정하게 됐다. 아직 2경기 치렀을 뿐이지만 모두 패했다. 위기에 빠진 셀타 비고는 박주영 득점력에 기대를 걸게 됐다.

박주영은 AS모나코 시절을 통해서 하위권 팀의 수준을 경험했다. 모나코는 2009/10시즌 프랑스 리게 앙 8위를 기록했으나 2010/11시즌 18위로 추락하면서 끝내 강등됐다. 당시 박주영은 12골 넣었으나 몇몇 경기에서 동료 미드필더들의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최전방에 고립되기 일쑤였다. 시즌 초반에는 팀 전력 사정상 왼쪽 윙어로 뛰어야 했다. 셀타 비고도 2010/11시즌의 모나코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팀 전력이 좋지 않은 일종의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박주영이 올 시즌 많은 골을 터뜨리면 셀타 비고의 경기력이 향상된다. 어느 팀이든 지속적으로 골을 넣어줄 선수가 존재해야 승점 관리의 탄력을 받는다. 박주영의 올림픽대표팀 동료였던 구자철의 경우, 지난 시즌 하반기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면서 팀 공격의 구심점으로 자리잡으며 강등 위기였던 팀의 잔류를 이끌어냈다. 그 효과를 박주영에게 기대할 수 있다.

박주영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이유

그러나 박주영의 셀타 비고 임대는 '모험'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했던 아시아 선수 중에서 두각을 떨친 선수는 이란 미드필더 자바드 네쿠남(전 오사수나, 현 에스테그랄) 이란 공격수 마수드 쇼자에이(오사수나) 뿐이다. 1910~20년대에는 필리핀 출신의 파울리노 알칸타라가 FC 바르셀로나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지만 스페인 대표팀 출전 경력이 있는 이중 국적자였다. 반면 한국과 일본 선수 중에서 성공한 케이스는 없었다.

한국에서는 이천수(2003~2005년, 전 레알 소시에다드/누만시아) 이호진(2006년, 전 라싱 산탄데르)이 실패의 맛을 봤다. 일본에서는 조 쇼지(전 바야돌리드) 니시자와 아키노리, 나카무라 슌스케(이상, 전 에스파뇰) 오쿠보 요시토, 이에나가 아키히로(이상, 전 마요르카)가 프리메라리가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인 유망주 이부스키 히로시는 지난 시즌 세비야에서 1경기 교체 출전했으나 거의 대부분 2군에서 활동했다. 얼마전에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벨기에 2부리그 웨펜으로 임대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는 선수 개인의 기술을 강조한다. 스페인 대표팀이 패스 중심의 공격 축구를 펼치는, 스페인 축구에서 볼 컨트롤과 패싱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즐비한 이유는 프리메라리가의 특성과 밀접하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선수라도 다른 선수 만큼의 레벨이 아니라면 실패하기 쉽다. 한때 일본 축구 대표팀 에이스로 활약했던 나카무라는 에스파뇰에서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전례를 놓고 보면 박주영의 성공을 낙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선수들이 프리메라리가에서 실패했다는 이유로 박주영이 안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징크스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기 때문. 스페인의 역대 월드컵은 좌절의 연속이었으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했고 첼시는 2011/12시즌에 사상 첫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그리고 박주영은 역대 한국인 선수중에서 처음으로 프랑스 리그에서 성공했다. 그 이전까지 프랑스 리그에 도전했던 한국인 선수들이 있었지만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거나 화려한 나날을 보냈던 기간이 짧았다. 반면 박주영은 모나코에서 3시즌 동안 에이스로 활약했다.

박주영, 스페인에서 건투를 빈다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실패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실전 감각이 부족한 상태에서 새로운 팀에 진출했다. 모나코가 2011/12시즌 이후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팀 내 이적 대상자로 분류 되었으나 프리시즌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 여파가 지난해 8월 10일 A매치 일본전 부진으로 이어졌으며 아스널에서도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때와 달라졌다. 런던 올림픽을 통해서 실전 감각을 충분히 쌓았다. 동메달 결정전 일본전에서는 결승골을 넣으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것이 올림픽에서 성취한 큰 소득이다. 셀타 비고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 이제 남은 것은 새로운 소속팀과 프리메라리가 스타일에 적응하는 것, 스페인에서 자신의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것이다. 스페인에서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