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다른 스포츠

런던 패럴림픽, 10대 탁구소년을 주목하라

 

"금메달 따면 소녀시대 볼 수 있어요?"

런던 패럴림픽(런던 장애인 올림픽) 탁구 종목에 출전하는 손병준(17) 선수가 저에게 처음으로 건넨 한마디 였습니다. 지난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진행된 런던 패럴림픽 선수단 결단식을 취재하면서 손병준 선수를 알게 되었죠. 어느 탁구 선수가 다른 기자와 인터뷰를 했는데 손병준 선수가 그 옆에서 동료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저 선수도 인터뷰 하고 싶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손 선수의 동의를 얻어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사진=손병준 선수 (C) 효리사랑]

손병준 선수의 첫마디는 뜻밖이었습니다. 금메달 따면 소녀시대 볼 수 있냐고 질문했습니다. 인터뷰 이전에 소녀시대의 제시카, f(x)의 크리스탈이 런던 패럴림픽 홍보대사로 위촉되었는데 연예인을 봐서 무척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나 봅니다. 올림픽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고된 운동을 거듭하면서 많이 힘들었을텐데 TV에서 봤던 연예인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었으니 즐거운 순간을 만끽했죠. 그 마음 만큼은 우리나라의 일반 청소년들과 같았습니다. 다만, 어린 나이에 지적 장애로 고생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손병준 선수에게 어떻게 답변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납니다. 아마도 인터뷰 분위기로 전환했던 것 같아요. 손병준 선수에게 런던 패럴림픽 참가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그는 "여태까지 힘든 훈련을 열심히 했고요. 열심히 했으니까 금메달 꼭 목에 걸고 한국에 오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선수단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는 손병준 선수 (C) 효리사랑]

런던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장애인들은 일반인에 비해서 외부 활동이 제한적이지 않겠냐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특히 손병준 선수라면 10대 청소년이기 때문에 해외 원정에 임하는 마음이 설레일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손병준 선수의 답변은 저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런던하면 빅벤이나 템즈강 같은 유명 관광 명소들이 있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도 볼 수 있을텐데 손병준 선수는 오로지 올림픽 생각으로 가득찼습니다.

손병준 선수는 "우선 탁구 생각부터 하고요. 음..."이라고 고민한 뒤 "여태까지 연습한 것을 머릿속에 잘 기억해 놓고요. 그 다음날 시합장에서 시합하는데요. 그 생각 가지고 열심히 하고요. 계속 해왔던 것을...시합 그렇게 하고 우승하고 오겠습니다"라고 답변했는데 금메달을 향한 마음이 간절했던 것 같았습니다. 저에게 소녀시대 질문을 하면서 금메달을 언급한 것을 보면 손병준 선수가 금메달 획득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자신의 장애를 딛고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금메달까지 바라보고 있다면 날마다 힘든 훈련을 반복했겠죠. 올림픽 외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겠죠. 태극 전사의 비장함이 느껴졌습니다.

런던 패럴림픽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손병준 선수는 "새벽에 일어나서 운동하고요. 유도부랑 같이 뛰면서 힘들었지만 새벽에 일어나는 자체가 많이 힘들었고요. 그리고 '골 박스' 할 때가 힘들었어요. 그것을 잘 참고 이겨냈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 박스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 손병준 선수에게 물어보니까 "한 번에 계속한다"고 표현하더군요. 알고봤더니 공을 계속 치는 훈련입니다. 프로야구 김성근 감독의 '펑고'를 떠올리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손병준 선수는 런던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단 중에서 어린 편에 속합니다. 가장 나이가 적은 선수가 누구인지 잘 모르겠지만 후보 중에 한 명을 꼽으라면 손병준 선수가 있겠지요. 선수단 중에는 30대, 40대에 속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손병준 선수가 앞으로 패럴림픽에 참가할 기회가 많다는 뜻이겠죠. 그의 꿈은 "금메달 따면 큰 선수가 되기 때문에요. 4년 뒤 올림픽 티켓 따고, 그때도 금메달을 따겠습니다"라고 합니다. 금메달에 남다른 각오를 보였습니다.

[사진=김소연 탁구 코치는 손병준 선수 정장 단추를 바느질로 꿰맸습니다. 세심한 선수 관리가 인상 깊었습니다. (C) 효리사랑]

그 외에도 몇가지 질문을 했지만 인터뷰가 도중에 끝났습니다. 손병준 선수가 버스에 탑승할 시간이라 관계자분이 양해를 구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한 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손병준 선수의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끝난 뒤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갑작스럽게 끝나는 바람에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못했던 겁니다. 2005년 부터 많은 스포츠인들을 인터뷰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 이었습니다. 결국 인터뷰를 못올렸습니다. 저로서는 아쉬웠죠.

그랬던 저에게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24일 인천공항에서 런던 패럴림픽 선수단이 출국했는데 손병준 선수를 만났습니다. 다행히 저를 기억하더군요. 저의 단발머리에 대한 농담을 건넸습니다. 제가 인터뷰 못올렸던 사정을 말하면서 사진 촬영을 한 뒤, 이렇게 인터뷰를 올리게 됐습니다. 저의 에피소드를 놓고 보면 손병준 선수가 런던 패럴림픽에서 뜻밖의 행운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병준 선수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손병준 선수는 누구?

-1995년 10월 14일생
-춘천 성수고
-종목 : 탁구
-2011년 9월. 제 3회 INAS(국제지적장애인스포츠연맹) 종합대회 개인복식 금메달, 단체전 은메달
-2011년 12월. 2011 홍콩 지역선수권대회 개인단식 금메달, 단체전 금메달
(입상 경력은 이천장애인체육종합훈련원 홈페이지를 참고했습니다.)

-런던 패럴림픽 선수단 출국 현장 사진들-

출영식을 앞둔 선수들.

탁구 선수들의 기념 촬영 모습

런던 패럴림픽 선수단 출영식 모습

런던 패럴림픽 선수단이 출국하는 모습. 기수 김규대(육상) 선수를 시작으로 휠체어에 탄 선수들이 일렬로 이동했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응원했습니다. 런던 패럴림픽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13개 종목에 149명(선수 88명)이 참가하며 금메달 11개 이상, 종합 13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저는 대한 장애인 체육회 블로그 기자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