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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디 마테오의 첼시, 지난 시즌과 달라졌다

 

첼시가 레딩을 꺾고 시즌 2승째를 올렸다. 23일 새벽 3시 45분(이하 한국시각)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진행된 2012/1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레딩전에서 4-2로 승리했다. 전반 18분 프랭크 램파드의 페널티킥 선제골로 앞섰으나 전반 25분 파벨 포그레브냑, 전반 29분 대니 거스리에게 실점했다. 반격에 나선 첼시는 후반 24분 게리 케이힐, 후반 36분 페르난도 토레스, 후반 45분 브리니슬라프 이바노비치가 골을 터뜨리며 역전승에 성공했다.

홈에서 승리한 첼시는 슈팅 27-7(유효 슈팅 7-4, 개) 점유율 72-28(%)의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다. 만약 레딩을 이기지 못했다면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의 공격 전술에 의문을 제기하는 외부의 목소리가 높았을 것이다. 디 마테오 감독은 지난 시즌 첼시의 UEFA 챔피언스리그, FA컵 우승을 이끈 업적에 힘입어 감독 대행 꼬리표를 뗐지만 그의 공격 전술에 의구심을 느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당시의 첼시는 선 수비-후 역습에 특화되어 토너먼트에 강한 기질을 보였으나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공격 패턴의 다양함을 추구하지 못했다.

디 마테오 감독 입장에서는 선 수비-후 역습에 치중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프리미어리그 4위 진입보다는 챔피언스리그 첫번째 우승에 전념할 필요가 있었다. 우승 달성시 프리미어리그 순위에 관계없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기 때문. 모든 대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기에는 공격 옵션들의 폼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았다. 당시의 토레스는 기복이 심했고 디디에 드록바(현 상하이 선화)는 챔피언스리그와 달리 프리미어리그에서 지속적으로 골을 넣지 못했다. 후안 마타는 시즌 후반에 접어들자 지쳤으며 말루다-칼루는 믿음직스런 인물이 아니었다. 다니엘 스터리지는 디 마테오 감독 대행 체제 이후 하미레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지금의 첼시는 그때와 달라졌다. 레딩전 승리는 1-2에서 4-2로 뒤집는 불굴의 공격력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후반 중반과 경기 막판에 걸쳐 3골을 몰아넣은 것. 그 중에 2골은 수비수들의 몫이었지만 세트 피스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게리 케이힐은 중거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터뜨렸고 이바노비치는 지난 19일 위건전에 이어 역습 상황에서 득점을 올렸다. 수비에 치중하는 팀이었다면 세트 피스가 아닌 상황에서 수비수 골 장면이 연출되었을 확률이 적었다.

특히 후반 23분 스터리지 교체 투입은 디 마테오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스터리지는 후반 27분과 33분에 걸쳐 오른쪽 측면에서 빠른 가속력으로 레딩 수비진을 파고들면서, 경기 내내 분주한 움직임을 과시하며 레딩 선수들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도했다. 그러자 레딩의 중앙 수비가 엷어지면서 첼시 공격 전개가 편안해졌다. 후반 36분 팀의 세번째 골 상황에서는 마타-애슐리 콜-토레스와 상대 하는 레딩 선수들의 수비가 느슨했다.

첼시 공격력이 강해진 결정적 이유는 에당 아자르 영입이다. 아자르는 위건전에서 2도움, 레딩전에서 3도움 기록하며 벌써 5도움 올렸다. 두 경기 모두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램파드 골에 의해 도움을 추가했던 공통점이 있었다. 활발한 움직임과 빼어난 패싱력, 날카로운 돌파까지 더해지면서 팀의 득점력을 끌어 올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스카이스포츠> 평점에서는 위건전 9점, 레딩전 8점을 기록하며 두 경기 연속 양팀 선수 평점 1위를 질주했다. 현재까지는 팀 내 역대 최고 이적료 2위(3200만 파운드, 약 575억 원)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

지금까지의 아자르는 팀 플레이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직접 골을 터뜨리는 장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프랑스 리게 앙에서 20골 퍼부을 정도로 득점력이 뛰어나다. 아자르와 더불어 이적시장에서 영입했던 오스카는 유럽 축구 적응에 자신감을 찾을수록 다재다능함을 뽐낼 것이다. 또 다른 이적생 마르코 마린은 아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독일의 메시'로 주목받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 또한 이적시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추가 선수 영입 가능성이 존재한다. 첼시 공격력은 지금보다 앞날이 더 무서울지 모른다.

토레스의 레딩전 역전골도 첼시에게 반갑다. 위건전에 이어 이번에도 경기 내용상 부진했지만 원톱으로서 골을 터뜨린 것 자체가 의미있다. 지난 12일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시티전까지 포함하면 최근 3경기에서 2골 넣었다. 그동안 지독한 골 가뭄에 시달렸으나 디 마테오 감독 대행 부임 이후부터 골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고, 유로 2012 득점왕에 이어 올 시즌 초반에도 골 맛을 봤다. 앞으로 움직임이 가벼워지면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레딩전에서 드러난 디 마테오 감독의 전술은 선 수비-후 역습이 아니었다. 강팀으로서 약팀을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친 것. 앞으로도 중위권과 하위권 클럽과의 경기에서 선수들의 공격력을 끌어올리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승점 관리를 할 것이다. 또한 아자르가 가세하면서 첼시 공격력이 부쩍 좋아졌다. 디 마테오 감독의 첼시는 단순히 수비 축구를 하는 팀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