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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 올림픽 동메달 기쁜 5가지 이유

 

홍명보호가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달성하면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1948년 런던 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64년 만에 축구에서 메달을 따냈다. 동메달 결정전 일본전에서는 90분 동안 압도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2-0으로 이겼다. 상대팀이 일본이라 승리의 기쁨이 배로 크다. 한국 축구의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 기쁜 5가지 이유를 풀이했다.

1. 한국 축구, 드디어 올림픽에서 통했다

한국 축구는 그동안 올림픽 선전과 인연 없었다. 1948년 런던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8강 진출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88년 서울-1992년 바르셀로나-1996년 애틀란타-2000년 시드니-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이 같은 잔혹사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기분 좋게 깨졌다.

한국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기점으로 세계 무대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원정 첫 승,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원정 첫 16강 진출을 이루었으며 2009년과 2011년 U-20 월드컵에서는 각각 8강, 16강에 올랐다. 이제는 올림픽을 통해서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과시하게 됐다.

2. 한국의 경기력, 일본에 우세

과거에는 한국이 일본보다 축구를 잘했지만 이제는 역전됐다. 일본은 지난 네 번의 아시안컵 중에 세 번이나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1년 A매치 한국전에서는 1승1무를 기록했다.(아시안컵 4강 승부차기는 무승부 기록) 유럽파도 한국보다 더 많이 배출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한국의 K리그가 일본의 J리그를 압도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J리그-J2리그 진출은 여전히 활발했다.

하지만 홍명보호의 런던 올림픽 일본전 승리는 '한국 축구의 경기력이 일본을 앞선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피지컬, 기술, 선수들의 경기 운영, 팀워크, 벤치 전략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일본을 압도했다. 아무리 일본이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한국과 더불어' 남아공 월드컵 16강에 진출했지만, 한국이 철저히 한국적인 경기를 펼칠 때 기가 죽은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국가 대표팀이 피지컬 축구로 일본을 누르는 장면을 보고 싶다. 본래의 경기력은 한국이 일본보다 우세다.

3. 홍명보호 18인 병역 혜택 반갑다

스포츠 선수 병역 혜택 찬반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축구 중심의 관점에서는 병역 혜택이 필요하다. 그동안 축구 인재들이 유럽 진출 및 롱런을 하는데 있어서 병역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국이 일본보다 유럽파가 부족한 이유 중에 하나는 병역 문제와 연관이 있다. 유럽에서 맹활약 펼치는 선수가 늘어날 수록 한국 축구의 인지도가 향상된다. 박지성의 경우를 봐도 축구를 통해서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일종의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다.

홍명보호 선수단 18명은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병역 혜택을 받았다.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김보경(카디프 시티) 같은 유럽파들은 병역 혜택을 계기로 유럽에서 오랫동안 축구 선수로 활약할 동력을 얻었다. 또 다른 선수들의 유럽 진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보다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 도전하고 현지 축구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면서 노하우를 쌓을 것이며, 더 나아가 한국 국가 대표팀 경기력이 향상 될 것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 당시에는 박지성-이영표 존재감이 동료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4. 기성용, 과연 어느 팀으로 이적할까?...나머지 선수들의 진로는?

병역 혜택을 받은 기성용의 차기 행선지는 어느 팀일까? 8강 영국전 이전까지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리버풀-풀럼의 영입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맨체스터 시티-아스널-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수준 높은 팀들의 주목을 끌게 됐다. 만약 일본에게 패했다면 프리미어리그 진출 혹은 빅 클럽 이적이 어려워졌거나 계약 과정이 복잡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제는 새로운 팀과 좋은 대우에 계약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다. 지난 몇년간 박지성 경기를 즐겨봤던 사람들이 많았듯, 이제는 기성용 경기를 챙겨보는 축구팬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영국 언론 <토크스포트>는 현지 시간으로 10일 기사에서 윤석영의 맨체스터 시티 이적설을 제기했다. 8강 영국전에서 크레이그 벨라미 봉쇄에 성공한 것을 기사에 언급했다. K리그 여름 이적시장이 끝나면서 올림픽 종료 후 곧바로 팀을 옮기지 않겠지만, 2012시즌 종료 후 유럽 진출 여부가 주목된다. 또 다른 선수들의 유럽 진출도 기대된다.

반면 박주영은 아스널에서의 입지가 불투명하면서 꾸준한 선발 출전을 보장받기 위해 다른 팀으로 떠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전 결승골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을 유럽 스카우터들에게 알렸을 것이다.

5. 스타 출신 감독은 실패한다? 홍명보는 성공했다!

흔히 "스타 출신 감독은 실패한다"는 말이 있다. 현역 선수 시절에는 화려한 명성을 과시했으나 감독으로서 불운했던 축구인들이 여럿 있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성공했다. 현역 선수 시절에는 한국 최고의 중앙 수비수로 군림하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었고, 감독이 된 이후에는 2009년 이집트 U-20 월드컵 8강 진출과 2012년 런던 올림픽 3위 입상을 지휘했다. 야구에서 이승엽이 '합법적 병역 브로커'로 불리듯, 축구에는 홍명보 감독이 있다.

한국 축구는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 2002년 한일 월드컵 이전까지는 철저한 축구 변방국 이었다. 당시 사령탑은 한국인이 아닌 네덜란드의 거스 히딩크 감독이었다. 국내에 훌륭한 지도자들이 많지만 아시아팀이 세계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홍명보 감독이 2009년과 2012년에 거둔 성과라면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런던 올림픽 이전까지의 약점으로 꼽혔던 감독 경험 부족까지 해소했다. 지금까지는 한국 국가 대표팀 사령탑이 바뀔 때마다 외국인 감독 영입을 주장하면서 한국인 감독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홍명보 감독을 통해서 한국인 지도자가 대표팀에서 안된다는 편견을 극복하게 됐다. 홍명보 감독의 런던 올림픽 성공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