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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의 피지컬 축구, 일본을 압도했다

 

짜릿한 승리였다. 영원한 라이벌 일본을 제물로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획득해서 감동적이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에 이은 또 하나의 신화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올림픽 대표팀이 일본을 이겼다.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3시 45분 영국 웨일즈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결정전 일본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38분 박주영, 후반 11분 구자철이 골을 넣으며 한국이 올림픽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해 8월 10일 A매치 일본전 0-3 완패를 복수하는데 성공했다.

[전반전] 홍명보호 '피지컬 축구', 조광래호 '만화 축구'와 달랐다...박주영 선제골

두 팀은 경기 초반부터 포어체킹으로 맞섰다. 상대방 공격을 끊으면서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는 기선 제압을 노리겠다는 것. 무엇보다 일본의 공격 전개가 좋지 못했다. 한국의 전방 압박을 받자 후방에서 부정확한 롱볼을 날리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 한국의 지공이 시작됐으며 전반 10분까지 점유율에서 57-43(%)로 앞섰다. 그 이전인 전반 5분에는 구자철이 박스 안에서 사카이 발에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인정하지 않았다. 구자철은 전반 7분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웠고 9분에는 일본 진영 중앙에서 포어체킹을 시도하는 활발한 움직임을 과시하며 일본 선수들을 교란했다.

한국은 전반 11분까지 파울 숫자에서 6-3(개)로 앞섰다. 일본 선수가 볼을 잡을 때 몸으로 밀어 붙이면서 상대팀 공격 리듬을 깨는데 주력했다. 미드필더들은 협력 수비를 취하면서 일본 선수가 패스할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고, 전반 중반에 접어든 이후에도 포어체킹을 멈추지 않았다. 전반 11~20분 점유율에서는 38-62(%) 열세를 나타냈지만 오히려 일본의 공격 전개는 한국 진영보다는 자기 진영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가 한국의 피지컬 축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반 21~30분 패스 성공률에서는 한국이 일본을 66-60(%)로 앞섰다. 다만, 기성용-오재석-구자철이 전반 22분, 25분, 34분에 경고 받은 것이 불안했다.

홍명보호는 이전 국가 대표팀이었던 조광래호의 지난해 8월 10일 A매치 일본전 0-3 완패와 다른 내용의 경기를 펼쳤다. 당시의 조광래호는 스페인처럼 패스 중심의 공격 전개를 추구했지만 일본과 유사한 형태였다. 일본은 오랫동안 패스 축구를 지향한 팀. 경기를 풀어가는 퀄리티에서 한국이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반면 홍명보호는 일본을 상대하면서 조광래호와 달리 한국적인 경기를 펼쳤다. 거친 몸싸움과 강한 압박, 일본 선수들을 괴롭히겠다는 승부근성이 발동했다. 빡빡한 대회 일정으로 체력이 바닥났던 일본이 태극 전사들에게 위축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한국 선수들도 체력이 좋지 않지만 일본과의 전반전에서는 그런 문제점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일본을 제물로 올림픽 동메달을 따겠다는 의지와 선수들의 단합이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오쓰-나가이-히가시-기요타케 같은 일본의 공격 옵션들은 한국 축구의 매운맛에 호되게 당했다.

국민들이 간절히 기다렸던 한국의 첫 골은 전반 38분에 터졌다. 박주영이 일본 진영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트는 과정에서 스즈키-야마구치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일본의 약점을 이용한 골 장면이었다. 상대팀 선수들은 한국의 끈질긴 압박과 거친 파울에 시달리면서 공격에 조급함을 느꼈고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이 벌어지고 말았다. 더욱이 일본 선수들은 4강 멕시코전을 통해서 전반 30분, 후반 30분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그 틈을 한국이 역습에 의한 박주영 골을 연출했다. 일본의 슈팅 3개가 무위로 끝날 때 한국의 첫번째 슈팅은 골로 이어졌다.

[후반전] 구자철 추가골, 올림픽 동메달 획득하다

한국의 강한 압박은 후반전에도 계속됐다. 리드를 빼앗긴 일본이 골을 의식하는 것을 읽었다. 전반전에 비해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줄였으며 공격형-수비형 미드필더 개념도 존재하지 않았다. 원톱 박주영도 수비에 가담하면서 일본 선수들을 견제했다. 겉으로는 '잠그기'였지만 미드필더들의 에너지가 상대팀보다 넘쳐 흘렀다. 후반전 전술은 선 수비-후 역습 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중점을 두는 점유율을 버리고 맞춤형 전술로 맞섰다.

후반 11분에는 구자철이 골을 넣으면서 한국이 2-0으로 앞섰다. 정성룡 골킥이 일본 진영에서 박주영 헤딩 패스에 이어 구자철에게 볼이 공급됐다. 구자철은 박스 안쪽으로 쇄도하면서 스즈키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으로 일본 골망을 흔들었다. 구자철 골은 한국의 승리가 가까워지는 결정타가 됐다. 후반 14분에는 김보경 왼발 슈팅이 일본 골대를 맞추면서 상대팀 선수들의 사기가 뚝 떨어졌다. 일본은 후반 13분 야마무라(out 오기하라), 16분 스기모토(out 히가시), 24분 우사미(out 나가이)를 교체 투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뚜렷한 변화는 없었다.

한국은 2-0이 되자 수비를 강화했다. 점유율에서 일본에 밀렸지만 무리하게 공격을 펼칠 필요 없었다. 경기 내내 맥을 못 췄던 일본 선수들을 강하게 몰아 붙였다. 후반 31분에는 우사미의 찡그린 표정이 TV 화면에 포착됐다. 조커로 투입된 선수도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일본은 경기 종료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패스 템포가 느려졌고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오쓰-기요타케는 한국 수비에게 철저하게 고립됐다. 한국의 우세가 지속됐다.

홍명보호는 교체 카드에서 여유가 있었다. 일본이 후반 24분까지 세 명을 모두 바꿨다면 한국은 후반 23분 지동원을 빼고 남태희를 교체 투입했다. 나머지 교체 카드 두 장은 시간 끌기로 활용할 수 있다. 후반 40분에는 김현성이 박주영을 대신해서 조커로 등장했다. 박주영 교체는 홍명보 감독이 일본전 승리를 자신했다는 뜻이다. 후반 43분에는 구자철이 벤치로 들어가고 김기희가 투입됐다. 그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던 김기희가 출전하면서 홍명보호 선수단 전원이 병역 혜택을 받을 자격 요건을 갖췄다. 한국은 일본을 2-0으로 꺾고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