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차세대 공격수 석현준(21, 흐로닝언)이 고국 팬들 앞에서 시원한 골 장면을 연출했다. 2012 피스컵 3~4위전 선덜랜드전에서 전반 36분 오버헤드킥 골을 넣는 '미친 존재감'을 과시한 것. 2010/11시즌 아약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여파 때문인지 홍철-손흥민 같은 피스컵을 빛낼 한국인 3인방 중에서 저평가 받는 분위기였지만 오버헤드킥 한 방으로 훌훌 털었다.

[사진=석현준은 후반 19분 교체되자 관중들 응원에 보답하듯 박수를 쳤다. (C) 효리사랑]

하지만 경기는 선덜랜드의 3-2 승리로 끝났다. 전반 18분 선덜랜드의 코너 위컴이 선제골을 넣었으며 전반 36분에는 흐로닝언의 석현준이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양팀 공격수끼리 골을 기록했다. 선덜랜드는 전반 42분 쉐트에게 실점하면서 한동안 침체된 경기력을 일관했지만, 후반 43분 프레이져 캠벨이 동점골을 넣으며 기사회생했다. 후반 45분에는 교체멤버 라이언 노블이 역전골을 작렬하면서 선덜랜드가 3위로 피스컵을 마쳤다.

[사진=선덜랜드vs흐로닝언 선수 명단 (C) 효리사랑]

두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다.

선덜랜드(4-1-4-1) : 윌슨/리차드슨-브라운-쿠엘라-가드너/캐터몰/린치-콜백-메일러-캠벨/위컴
흐로닝언(4-2-3-1) : 루시아노/카펠호프-이벤스-반다이크-마크나스코/크바크만-키프텐벨트/바쿠나-데 레우프-쉐프/석현준

[사진=양팀 선수들이 입장한 모습 (C) 효리사랑]

[전반전] 석현준 오버헤드킥, 0-1로 졌던 흐로닝언 살렸다

선덜랜드는 A조 예선 성남전에 이어 3~4위전 흐로닝언전에서도 원톱을 활용했다. 벤트너-세세뇽-지동원 같은 공격수들이 각자 다른 사정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위컴만 남게 됐다. 이번 경기에서는 중원을 강화했다. 공격시에는 콜백-메일러가 앞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취하면서 수비시에는 캐터몰과 함께 간격을 좁히면서 상대팀 선수의 중앙 침투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다. 흐로닝언은 2선 미드필더들의 침투를 활용한 공격 패턴을 노렸다. 바쿠나-쉐트 같은 좌우 윙어들이 전방쪽으로 달려드는 움직임을 취했고 데 레우프는 가운데에서 석현준 고립을 막아주는 역할이었다. B조 예선 함부르크전에 비해서 공격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동영상=전반 18분 선덜랜드 코너 위컴의 선제골 장면 (C) 효리사랑 촬영]

전반 18분에는 선덜랜드 공격수 위컴이 선제골을 넣었다. 팀의 오른쪽 프리킥 상황때 문전에서 동료 선수와 상대팀 선수가 볼을 다투면서 혼전을 벌였고, 그 사이에 위컴이 오른발로 살며시 볼을 밀어 넣었다. 탐색전 양상이었던 경기 흐름이 선덜랜드의 리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선덜랜드는 1-0 이후에는 공격적인 움직임을 자제하거나 볼을 돌리면서 체력을 아꼈다. 비시즌이라 몸이 만들어지지 않아 90분을 뛸 수 있는 완급 조절이 필요했다. 골을 빼앗긴 흐로닝언은 조급하지 않았다. 무리하게 앞쪽으로 올라가기 보다는 미드필더 지역에서 볼을 돌리면서 공격 기회를 였봤다.

석현준은 전반 35분 이전까지는 선덜랜드 센터백들에게 봉쇄 당했다. 최전방에서 볼을 잡거나 앞쪽으로 움직일 때마다 상대팀 선수의 밀착 마크를 받거나 발에 걸려 넘어졌다. 그럴 때는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즐기면서 팀의 공격 분위기를 끌어 올려야 한다. 하지만 팀의 경기 템포를 쫓아가지 못했는지 후방에서 패스 받을때의 위치 선정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팀 공격이 끊어지는 장면도 있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데 레우프 부진도 석현준 경기력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다. 데 레우프는 선덜랜드 미드필더들의 견제를 받으면서 아무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석현준이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기에는 조력자들도 도와주지 못했다.

[동영상=석현준 골 장면]

마침내 석현준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멋진 골 장면을 선사했다. 전반 36분 데 레우프가 연결한 헤딩 패스를 골문 중앙에서 오른발 오버헤드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전까지의 힘들었던 경기 내용을 뒤덮으며 자신의 뛰어난 실력을 많은 사람들에게 과시할 강력한 임펙트를 보여줬다. 1994년 A매치 우크라이나전 오버헤드킥 골로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스타로 주목받았던 김도훈을 떠올리게 하는 명장면 이었다.

전반 42분에는 쉐트가 역전골을 넣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몰고 갈 때 상대팀 선수의 느슨한 수비를 틈타 골문쪽으로 돌진하면서 왼발 슈팅을 날렸다. 선덜랜드는 동점골을 내준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또 실점하는 실수를 범했다. 1-0 이후 너무 풀어지면서 2골 헌납하고 말았다.

[후반전] 선덜랜드, 종료 직전 기적을 연출하다

[사진=석현준이 후반 19분 교체되는 모습 (C) 효리사랑]

흐로닝언은 후반 시작전에 3명의 선수를 교체 투입하는 여유를 부렸다. 선발 제외된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끌어 올리겠다는 의도. 하지만 후반 초반에는 두 팀의 경기가 소강 상태에 빠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전반전에 동점골을 넣었던 석현준은 상대팀 선수의 거친 몸싸움에 의해 넘어지는 장면이 두 번이나 있었다. 흐로닝언 11번 한국인 선수를 꽁꽁 묶겠다는 선덜랜드의 하프타임 작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했는지 흐로닝언 벤치에서는 후반 19분 석현준을 교체했다. 이틀 전 함부르크전에서 76분 소화하면서 체력 안배가 필요했다.

2-1로 앞선 흐로닝언은 후반 중반이 되자 왼쪽 측면에서 두 차례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하면서 추가골을 노렸다. 선덜랜드 골키퍼 윌슨의 선방에 막히면서 무산되었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후반 34분에는 쉐트가 오른쪽 측면에서 중거리 슈팅을 시도하는 장면도 있었다. 반면 선덜랜드는 동점골을 넣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면모가 보이지 않았다. 흐로닝언과의 허리 싸움에서 밀리면서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후반 35분에는 후방에서 롱볼을 띄웠고 1분 뒤에는 캠벨이 상대팀 선수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도 있었다. 이때까지는 선덜랜드의 패배가 유력했다.

[동영상=후반 45분 라이언 노블의 역전골 장면 (C) 효리사랑 촬영]

선덜랜드는 후반 43분 캠벨이 동점골을 넣으며 스코어를 2:2로 회복했다. 골문 중앙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오른쪽 측면에 있던 동료 선수의 크로스를 왼발로 밀어 넣었다. 흐로닝언은 수비수들이 중앙쪽으로 쏠리면서 왼쪽에 누구도 없었던 것이 실점의 화근이 됐다. 그리고 후반 45분. 선덜랜드의 조커 노블이 역전골을 넣으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하프라인을 통과한 지점에서 볼을 몰고 들어가면서 흐로닝언 수비수를 제치고 오른발 슈팅을 날린 것이 역전골로 이어졌다. 선덜랜드의 대회 3위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사진=석현준 (C) 효리사랑]

석현준에게 피스컵은 고마운 존재

만약 흐로닝언이 피스컵 참가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석현준은 한국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아약스에서 실패한 유망주'라는 인식이 이어졌을지 모른다. 각급 대표팀 부진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흐로닝언으로 이적했던 지난 시즌에는 20경기 5골 기록했지만 한국 축구팬들에게 '유럽에서 잘하는 선수'라는 칭찬을 듣기에는 좀 더 많은 골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그랬던 석현준이 피스컵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B조 예선 함부르크전에서 어시스트를 기록하더니 3~4위전 선덜랜드전에서는 오버헤드킥 골을 날렸다. 팀이 피스컵을 위해서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면 결코 연출되지 않았을 장면이었다. 공격수의 본분이 골이라는 점에서 석현준은 피스컵에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공교롭게도 2003년에는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서 뛰었던 박지성이 팀 우승을 공헌하면서 골든볼(최우수 선수)을 수상했다. 당시의 활약에 자신감을 얻으며 에인트호벤 이적 초기의 부진에서 벗어나 팀의 주축 선수로 도약할 수 있었다. 2003년 박지성의 성공 사례처럼, 피스컵 오버헤드킥 골에 자신감을 얻은 석현준의 네덜란드리그 성공이 기대된다.

*저는 피스컵 파워블로거로 활동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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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