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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피스컵 9년의 역사, 어떤 이슈가 있었나?

 

한국에서 피스컵이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클럽 축구가 대표팀 축구에 비해서 대중적인 인지도가 부족했다. K리그와 A매치를 향한 관심을 봐도 항상 대표팀이 앞섰다. 그 당시의 유럽 클럽 축구도 지금처럼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분위기와 달리 매니아들만의 취향으로만 여겨졌다.

[사진=피스컵 우승 트로피 (C) 효리사랑]

하지만 피스컵 제1회가 개최된 2003년을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피스컵 초대 대회가 성공리에 마감하면서 클럽 축구의 매력에 빠진 축구팬들이 늘어났다. 당시 피스컵을 경험했던 유럽파들의 시즌 맹활약과 맞물려 클럽 축구는 많은 사람들이 일상속에서 접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2012년. 피스컵은 제5회 대회를 맞이하면서 클럽 축구 활성화를 기여하게 됐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9년 동안 이어졌던 피스컵의 주요 이슈를 되돌아봤다.

2003 피스컵 : 박지성-이영표-홍명보 참가, 성남의 선전

당초 피스컵은 대회 명칭에 따른 논란, 중국에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하면서 몇몇 해외 클럽들이 불참을 통보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피스컵 초대 대회는 평균 관중 2만 8,725명 기록하면서 흥행 성공했다. 그 이유는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주역들이 참가했기 때문. 박지성, 이영표(이상 PSV 에인트호벤, 네덜란드) 홍명보(LA 갤럭시, 미국)가 피스컵 무대를 밟았으며 거스 히딩크 감독(현 안지)은 당시 소속팀이었던 에인트호벤을 지휘했다. 또 다른 흥행 요인은 리옹(프랑스) 베식타스(터키) 카이저 치프스(남아공) 1860 뮌헨(독일) 나시오날(우루과이) 같은 명문이거나 긴 역사를 자랑하는 클럽이 참가하면서 사람들에게 '피스컵에서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줬다.

피스컵 제1회 대회는 에인트호벤이 우승했다. 결승 리옹전에서 장대비를 맞는 어려움 속에서 전반 23분 마르크 판 보멀 페널티킥 결승골에 의해 1-0으로 승리했다.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은 박지성에게 돌아갔다. B조 경기였던 1860 뮌헨전, LA 갤럭시전에서 골을 터뜨렸고 결승 리옹전에서도 팀의 우승을 공헌했던 긍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성남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개막전 베식타스전 2-1 승리, 카이저 치프스전 1-0 승리를 통해서 K리그의 우수성을 과시했다. 비록 리옹에게 0-1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지만 유럽 강팀에게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과시하며 많은 축구팬들의 칭찬을 받았다.

2005 피스컵 : 이영표 맹활약, 그리고 토트넘 우승

2005 피스컵 최고의 스타는 이영표였다. 박지성과 함께 에인트호벤의 2004/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공헌한지 얼마 안된 시점이라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년 전 피스컵 참가 당시 에인트호벤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다면, 2005년 피스컵에서는 네덜란드리그를 평정하면서 유럽 무대까지 빛냈던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과시했다. 특히 A조 3차전 리옹전에서는 크로스로 동료 선수의 골을 돕거나, 상대 선수 두 명을 따돌리는 재치, 과감한 공간 침투, 왕성한 활동량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뽐내며 국내 축구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피스컵이 끝난 뒤에는 토트넘(잉글랜드) 이적이 성사되면서 제2호 프리미어리거가 됐다.

피스컵 우승팀은 토트넘에게 돌아갔다. B조에서 1승2무를 기록했으나 2위였던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와의 득점에서 1골 앞서면서 1위를 확정지었다. 결승에서는 공격수 로비 킨이 2골 몰아치는 활약에 힘입어 리옹을 3-1로 누르고 우승했다. 로비 킨은 A조 2차전 마멜로디 선다운즈(남아공)전 2골을 포함, 대회 4골 기록하면서 골든슈(득점왕)와 더불어 골든볼(최우수 선수)까지 휩쓸면서 프리미어리그 정상급 공격수 답게 원맨쇼를 과시했다. 제2회 대회에서는 이천수가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참가했으며, 평균 관중 3만 1,923명 기록하면서 초대 대회보다 흥행했다.

2007 피스컵 : 리옹, 2전 3기 끝에 우승

2007 피스컵 화두는 리옹의 우승 여부였다. 2003년과 2005년 대회 결승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2007년 대회에 참가한 것은 피스컵 우승에 욕심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피스컵에 3연속 참가했던 해외 클럽은 리옹이 유일했다. 당시 프랑스 리게 앙 6연패 위업을 달성했던 저력을 한국땅에서 보여줄지 주목을 끌었다. B조에서는 레딩(잉글랜드) 리버 플레이트(아르헨티나)와 함께 2승1패 동률을 이루었으나 골득실에서 앞서면서 결승에 진출하는 행운을 얻었다. 결승 볼턴(잉글랜드)전에서는 후반 막판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친 끝에 후반 41분 킴 칼스트롬 골에 의해서 1-0으로 승리하여 2전 3기 끝에 피스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리옹 선수 중에는 카림 벤제마(현 레알 마드리드) 아템 벤 아르파(현 뉴캐슬) 시드니 고부(현 에비앙) 같은 축구팬들에게 낯익은 선수들이 두루 포진했다.

당시 대회의 또 다른 이슈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멤버였던 설기현(당시 레딩)의 참가였다. 당시 설기현은 오른쪽 발 뒤꿈치 수술로 재활을 받으면서 피스컵 출전을 확신하기 힘든 단계였으나 B조 3차전 시미즈 S-펄스(일본)전에 교체 멤버로 출전하면서 복귀했다. 그때는 레딩에서의 입지 및 이적 여부를 놓고 국내에서 논란이 컸던 시점이라 피스컵 출전 여부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2007 평균 관중은 2만 3,121명이며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결승전에서는 5만 6,218명이 몰리면서 3회 대회 연속 흥행에 성공했다. 이전 대회에 비해 한일 월드컵 멤버 효과가 적었지만 결승전에 많은 관중이 입장한 것은 국내에서 피스컵이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뜻이다.

2009 피스컵 : 호날두-라울-델 피에로, 슈퍼스타들의 대거 등장

2009 피스컵은 스페인 5개 도시(마드리드, 세비야, 헤레스, 말라가, 우엘바)에서 치러졌다. 유럽과 남미의 빅 클럽이 한국을 찾기에는 긴 이동거리에 따른 시차 적응을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다. 제4회 대회가 스페인에서 개최된 이유는 수많은 명문 클럽들의 참가를 위해서다.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유벤투스(이탈리아) 리옹(프랑스) FC 포르투(포르투갈) 베식타스(터키)가 대표적이다. 애스턴 빌라(잉글랜드) 리가 데 키토(에콰도르) 아틀란테(멕시코) 말라가, 세비야(이상 스페인) 알 이티하드(사우디 아라비아) 같은 또 다른 명문과 인지도 높은 클럽들의 참여가 이루어졌다. 참가 클럽은 8개에서 12개, 2개조에서 4개조로 확대됐다.

제4회 대회는 슈퍼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울 곤잘레스(이상 레알 마드리드)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 다비드 트레제게(이상 유벤투스) 헐크(FC 포르투) 애슐리 영(애스턴 빌라)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피스컵은 역대 세계 최고의 이적료(8000만 파운드, 약 1407억원)를 기록했던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실전에서 첫 선을 보이면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호날두는 4강 유벤투스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었으나 팀은 1-2로 패했다. 대회 결승에서는 애스턴 빌라가 유벤투스와의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승리하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골든볼은 애슐리 영, 골든슈는 헐크에게 돌아갔다.

[사진=지난 2월 피스컵 협약식에서 리즈 콜리 선덜랜드 구단 사무관, 니콜라스 맥고완 함부르크 마케팅 이사, 박규남 성남 단장이 각 팀의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장면. 당시 흐로닝언의 참가는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C) 효리사랑]

2012 피스컵 : 흥행 키워드는 한국인 스타 플레이어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빅버드에서 벌어질 2012 피스컵은 성남, 선덜랜드(잉글랜드), 함부르크(독일), 흐로닝언(네덜란드)이 참가한다. 이전 대회에 비해 참가 클럽이 줄었지만 선덜랜드를 제외하면 한국인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다. 성남은 윤빛가람-홍철, 함부르크는 손흥민, 흐로닝언에는 석현준이 있다. 선덜랜드 지동원은 런던 올림픽 대표팀 합류로 피스컵에 불참했지만, 선덜랜드 경기는 국내에서 활발히 중계되었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결코 낯설지 않다. 이전 대회에서 해외파 존재감에 의해 흥행의 토대를 마련했듯, 2012 피스컵에서도 많은 관중들이 빅버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버드가 속한 수원은 한국 최고의 축구 도시로 유명하다.

*본 포스트는 피스컵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