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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호날두-고메스 좌절, 메시에게 행운이다

 

과연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선수' 자리를 지킬까요? 올해는 힘들 것 같았습니다.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못했으니까요. 아르헨티나 국적이라서 유로 2012와는 해당 사항 없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포르투갈) 마리오 고메스(바이에른 뮌헨, 독일)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 네덜란드) 같은 2011/12시즌 클럽팀에서 화려한 스탯을 쌓은 선수들에게 세계 최고의 선수로 등극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유로 2012 4강이 끝난 지금. 호날두-고메스-판 페르시는 탈락의 쓴잔을 마셨습니다. 메시에게 행운입니다.

유로 2012 4강에서 포르투갈-독일은 각각 스페인-이탈리아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포르투갈은 스페인과 연장 접전 끝에 0-0으로 비겼으나 승부차기에서 4-2로 패했습니다. 호날두는 몸놀림이 저조할 정도는 아니지만 혼자서 스페인 집중 견제를 뚫기에는 버거웠습니다. 이날 슈팅 7개 날렸으나 유효 슈팅이 없었습니다. 독일은 이탈리아에게 2-1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고메스는 이탈리아 수비에 봉쇄 당하면서 전반 45분만 뛰고 교체됐습니다. 그리고 판 페르시와 네덜란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호날두는 여전히 메시의 아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11/12시즌 클럽 경력을 놓고 보면 메시에게 밀립니다. 프리메라리가(메시 : 50골, 호날두 : 46골) 챔피언스리그(메시 : 14골, 호날두 : 10골) 골 수치에서 열세입니다. 유일하게 앞서는 것은 프리메라리가 우승입니다. 유로 2012 활약상으로 메시를 넘기에는 임펙트가 부족합니다. 아무리 포르투갈의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이 없었음을 참작해도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고 싶다면 무적함대를 침몰시키는 골이 필요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4강 1차전 바이에른 뮌헨전 부진, 4강 2차전 승부차기 실축,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탈락으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현실적으로 호날두의 No.1 등극은 어렵습니다.

고메스는 1인자 혹은 우승과 인연이 없었습니다. 2011/12시즌 분데스리가 득점 2위, 챔피언스리그 득점 2위,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챔피언스리그-DFB 포칼컵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준우승도 대단한 업적이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우승을 지향하는 독일 최고의 명문 클럽입니다. 고메스에게 유로 2012는 메시를 뛰어넘을 또 다른 기회였으나 8강 그리스전 11분 출전, 4강 이탈리아전 부진이 걸립니다. 조별 본선에서 3골 넣었으나 토너먼트에서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특히 고메스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 유로 2012 8강 이탈리아전 활약상이 좋지 못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큰 경기에 강해진 것은 분명합니다. 한때 대표팀에 약했으나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제치고 주전 공격수로 발돋움했고, 챔피언스리그 골 가뭄에 시달렸으나 이제는 득점 2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세계 최고임을 증명해야 할 첼시전, 이탈리아전에서는 무기력했습니다. 메시가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1골 및 우승을 통해서 No.2에서 No.1으로 올라선 것과 상반됩니다.
 
현재 메시에 대항할 선수를 꼽으라면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이상 FC 바르셀로나, 스페인)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 이탈리아) 같은 미드필더들입니다. 유로 2012 우승을 통해서 메시의 4년 연속 세계 최고의 선수 등극을 저지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메시에게 밀리는 것은 골입니다. 미드필더로서 메시의 득점력을 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많은 골을 넣는 선수가 사람들의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입니다. 메시는 2011/12시즌 프리메라리가 50골 및 유럽리그 73골 퍼부으면서 역대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가 올해 유일한 우승 경력이지만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은 39년 만에 깨진 기록입니다.

FIFA 발롱도르는 각국 대표팀 감독과 주장의 투표를 통한 FIFA 올해의 선수상, 기자단 투표로 가리는 발롱도르 운영 방식을 통합해서 수상자를 결정합니다. 메시는 2010년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할 당시, 챔피언스리그-월드컵 우승을 이루지 못했음에도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통합한 수혜를 받았습니다.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밀란, 네덜란드), 사비, 이니에스타 같은 미드필더를 제치고 상을 받았죠. 2010년의 전례라면 유럽리그 73골, 그동안 세계 최고의 선수로서 쌓아왔던 명성, 호날두-고메스 좌절까지 맞물리면서 FIFA 발롱도르를 받을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사비-이니에스타 또는 피를로가 유로 2012 결승에서 조국의 우승을 이끄는 결정적인 임펙트를 과시하면 FIFA 발롱도르 수상 경쟁이 메시 독주에서 백중세로 전환하게 됩니다. 사비-이니에스타는 그동안 메시와 함께 바르셀로나의 영광을 재현했고, 피를로는 2011/12시즌 유벤투스의 세리에A 무패 우승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그럼에도 호날두-고메스는 FIFA 발롱도르 수상 대열에서 밀려난 것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