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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자철 임대 연장, 축구 선수는 뛰어야 한다

 

구자철이 올 시즌 후반기에 이어 다음 시즌에도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약합니다.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와 아우크스부르크가 현지 시간으로 4일 구자철 임대 연장을 발표했습니다. 구자철은 지난 1월 이적시장 마감 당일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되었으며 15경기 동안 5골 터뜨리며 팀의 강등을 막아냈습니다. 팀 내 에이스급 활약을 하면서 아우크스부르크에게 임대 연장 제안을 받은 끝에 2013년 6월 30일까지 임대팀에 1년 더 머무르기로 했습니다.

일부 여론에서는 구자철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연장을 아쉬워합니다. 아우크스부르크, 볼프스부르크보다 더 좋은 클럽으로 이적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죠. 국내 언론에서는 함부르크, 레버쿠젠이 구자철을 원했다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BUT 15위 함부르크는 14위 아우크스부르크보다 순위가 낮다는 사실) 구자철의 시즌 후반기 에이스급 활약이라면 분데스리가 상위권 클럽에 도전해 볼만 합니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15경기 뛴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하위권팀 선수가 상위권팀 영입 관심을 받는 것이 흔할지 몰라도 그런 팀에 선택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강팀에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죠. 구자철은 중위권에 속하는 볼프스부르크 주전 경쟁에서 밀린 상태에서 아우크스부르크에 임대됐습니다. 임대 이후에 분데스리가에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지만 볼프스부르크를 나온지 얼마 안됐습니다. 구자철을 알고 있는 상위권 클럽이라면 그 부분을 인지했을지 모릅니다.

불과 얼마전까지는 구자철의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연장이 비현실적 시나리오로 느껴졌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재정이 취약하니까요. 그럼에도 구자철을 얻으려고 한 것은 다음 시즌 성적을 올리겠다는 의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 시즌 14위를 기록했지만 구자철 임대 전까지는 17위를 기록하면서 강등 위협을 받았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입장에서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 최고의 선수 영입이 아마도 구자철 임대 연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팀 내에서 검증된 임대생을 다음 시즌에 또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구자철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했던 요스 후루카이 감독이 팀을 떠난 것이 변수입니다.

만약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에 머물렀다면 팀 내 입지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미드필더진에 쟁쟁한 선수들이 포진했으며 이적시장 때마다 여러명의 선수를 보강했습니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이바차 올리치(전 바이에른 뮌헨) 바스 도스트(전 헤렌벤) 같은 공격수들을 영입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이적시장 행보라면 추가 영입이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합니다. 문제는 볼프스부르크가 중위권에 머물렀습니다. 지금까지 가열찬 선수 보강을 했으나 성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또한 구자철은 런던 올림픽 출전을 원했습니다. 펠릭스 마가트 볼프스부르크 감독은 구자철의 올림픽 출전을 꺼리는 경향입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가 연장되면서 런던 올림픽 출전 문제가 풀렸을 겁니다. 만약 구자철이 제3의 클럽으로 떠났다면 런던 올림픽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런던 올림픽은 유럽 축구 프리시즌 기간과 겹칩니다. 새로운 클럽에 정착하려면 프리시즌에 동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많아야 합니다. 미드필더에게는 그런 부분이 강하게 요구되는 편이죠. 결과적으로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연장 만큼 더 좋은 시나리오는 없었습니다. 그 팀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면 의외지만요.

구자철 임대 연장은 유럽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축구 선수는 뛰어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불과 5개월전까지의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제주 시절보다 경기력이 위축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때는 자신의 주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좌우 윙어와 공격수까지 오갔습니다. 하지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경기력에 자신감을 되찾은 끝에 5골 터뜨리며 팀의 강등을 막았습니다. 올 시즌 유럽파 중에서 가장 활약상이 좋았던 선수를 꼽으라면 구자철입니다. 한편으로는 벤치를 지킨 유럽파들이 많았습니다. 남태희의 경우는 시즌 중에 프랑스 발랑시엔에서 카타르 레퀴야로 떠났습니다.

특히 박주영과 지동원은 다음 시즌 임대 또는 이적을 생각해봐야 합니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철저히 전력외 선수로 분류되었고 지동원은 마틴 오닐 감독의 전술적 성향(빅&스몰)에 맞는 선수가 아닙니다. 구자철처럼 다른 클럽에서 변신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물론 지동원에게는 여전히 선덜랜드에서 도전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팀 내 유망주치고는 첫 시즌 활약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오닐 감독에게 많은 기회를 얻었다면 실전에서 강렬한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네임벨류가 높은 리그 또는 강팀에서 뛰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자신의 실력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립니다. 전력이 약한 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으며 개인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하위권 클럽에서 지속적으로 잘하면 언젠가 상위권 클럽에 갈 수 있습니다. 만약 구자철이 다음 시즌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시즌 종료 후를 기대해도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