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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테베스-베르바토프, 시즌 막판은 달랐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왕을 달성했던 카를로스 테베스(맨시티)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맨유)의 올 시즌 행보는 좋지 못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시즌 초반부터 팀 내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여기에 테베스는 지난 9월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의 교체 출전 지시를 거부하면서 한동안 팀을 이탈했었죠. 무려 6개월 동안 경기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베르바토프는 프리미어리그에서 12경기 7골을 기록하고도 웰백-에르난데스와의 경쟁에서 뒤처졌죠. 두 골잡이는 올 시즌 종료 후 맨체스터를 떠날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진=카를로스 테베스-디미타르 베르바토프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하지만 두 선수의 현재 상황은 대조적입니다. 테베스는 지난 3월 21일 첼시전에서 복귀전을 치르면서 후반 41분 사미르 나스리 역전골을 돕는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 이후 9경기 연속 출전, 최근 5경기 연속 선발 출전 및 4골 2도움 기록하며 세르히오 아궤로와 더불어 팀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맨시티가 맨유를 제치고 1위를 되찾는데 적잖은 공헌을 세웠습니다. 반면 베르바토프는 여전히 벤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공동 득점왕끼리의 시즌 막판이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테베스와 베르바토프의 행보가 엇갈린 이유는 팀 내 경쟁 구도가 한 몫을 했습니다. 테베스가 첼시전을 기점으로 돌아왔을 당시에는 맨시티가 2위 추락으로 주춤했습니다. 에딘 제코의 기복은 멈출줄 몰랐고 마리오 발로텔리도 믿음감이 부족했죠. 당시에는 다비드 실바가 과부하에 빠졌고 수비쪽에서는 빈센트 콤파니 부상 공백에 시달렸습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이를 뒤집을 반전이 필요했고 그 카드가 바로 테베스 였습니다. 지금은 맨시티가 1위를 질주하며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테베스를 향한 만치니 감독의 믿음은 옳았습니다.

사실, 테베스는 제코-발로텔리보다 못하는 공격수가 아닙니다. 팀 내 공헌도만을 놓고 보면 테베스가 두 선수보다 앞서있습니다. 2009/10시즌부터 맨시티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고, 세 선수가 함께 뛰었던 2010/11시즌에는 테베스가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향수병에 시달리면서 몇차례 "맨시티를 떠나겠다"고 말한 것이 팀에 신뢰를 잃었던 계기가 됐습니다. 다른 팀 이적작업이 풀리지 않으면서 맨시티에 잔류했지만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만치니 감독의 교체 출전을 거부하면서 일이 꼬였죠. 향수병을 잘 극복했다면 주전 경쟁에서 뒤쳐졌을 선수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다음 시즌 맨시티에 남을지는 의문입니다. 또 향수병에 시달리거나 다른 팀으로 떠나고 싶다는 발언을 하면 맨시티로서 곤혹스럽습니다. 맨시티로서는 다른 팀에 넘기고 싶겠죠. 그러나 테베스 몸값은 비쌉니다. 지금까지 맨시티와의 갈등 관계를 봐도 다른 팀이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 테베스는 맨시티에 계속 남아있을지 모릅니다. 구설수가 없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다만, 맨시티가 로빈 판 페르시(아스널) 같은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하면 테베스-제코-발로텔리 중에 한 명은 팀을 떠날 것이 분명합니다.

베르바토프는 시즌 막판 맨유에서 입지를 향상시킬 반전의 기회 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1월 31일 스토크 시티전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약 100일 동안 선발 출전과 인연이 멀었습니다. 4월 15일 애스턴 빌라전 후반 29분, 5월 6일 스완지전 후반 33분에 교체 투입되었을 뿐입니다. 맨유가 유로파리그 16강에서 탈락한 이후부터 프리미어리그에 전념하면서 출전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루니-웰백 투톱과의 경쟁에서 밀린데다 에르난데스와의 No.3 공격수 경쟁까지 뒤쳐지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베르바토프가 올 시즌에 못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에 6골, 1월 31일 스토크 시티전 1골을 포함하여 프리미어리그 12경기에서 7골 넣었습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칼링컵에서는 각각 1골씩 넣었죠. 꾸준한 출전 기회만 잡으면 다득점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강팀에 약한 불운, 심한 기복, 맨유의 리빌딩 의지와 맞물리면서 어쩔 수 없이 벤치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빠른 움직임과 간결한 볼처리가 요구되는 맨유 공격 색깔과 안맞는 부분도 있죠. 한때는 붙박이 주전으로 잘 뛰었지만 너무 볼을 키핑하려는 동작이 아쉬웠습니다. 그런 이유로 끈질긴 수비력을 발휘하는 팀들에게 밀리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시즌 종료 후 맨유를 떠날 것으로 보입니다. 데이비드 길 맨유 단장은 지난달 19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처리해야 할 많은 계약들이 있다. 몇몇 선수들의 영입을 생각하고 있으며 떠나는 선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본래 이번 시즌이 끝나면 맨유와의 계약 기간이 끝나지만, 맨유가 1년 재계약 옵션을 활용하면 다른 팀에게 베르바토프 이적료를 받으려고 할 것입니다. 만약 올드 트래포드와 작별하면 차기 행선지가 어느 팀이 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