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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하미레스, 스터리지보다 더 나은 이유

 

첼시가 2011/12시즌 잉글리시 FA컵에서 우승했습니다. 결승 리버풀전에서 전반 11분 하미레스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후반 7분에는 디디에 드록바가 추가골을 터뜨렸습니다. 후반 19분에는 앤디 캐롤에게 만회골을 내줬으나 끝까지 리드를 지킨 끝에 2:1로 승리했습니다. 이로써 첼시는 통산 7번째 FA컵 우승을 달성했으며 최근 6시즌 동안 4번이나 FA컵을 거머쥐면서 '진정한 FA컵 강자'로 떠올랐습니다.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 대행 체제 이후에는 토너먼트 8경기에서 7승1무의 높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사진=하미레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helseafc.com)]

당초 첼시의 FA컵 우승 전망은 좋지 않았습니다. 시즌 후반기에 3개 대회 일정을 소화하느라 주력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3일 뉴캐슬전 0-2 패배의 근본적 원인은 선수들 몸놀림이 전체적으로 안좋았습니다. 2일 풀럼전을 치렀던 리버풀보다 체력적으로 불리했죠. 리버풀과의 결승전에서도 캐롤에게 실점한 이후부터 경기가 매끄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2:1 스코어를 잘 지켰습니다.

첼시의 우승 원동력은 리버풀을 상대로 2-0으로 앞서기까지 선 수비-후 역습이 효과적으로 통했습니다. 미드필더 5명이 강력한 압박을 펼치면서 리버풀 패스 전개를 어렵게 했습니다. 리버풀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스티븐 제라드는 자주 밑으로 내려오면서 팀 공격을 풀어가려고 했으나 벨라미-스피어링-헨더슨이 제 몫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루이스 수아레스가 첼시 수비에게 고립되었죠. 리버풀 공격이 우왕좌왕할 때는 첼시의 역습이 터졌고 그 과정에서 전반 11분 하미레스 선제골이 나왔습니다.

하미레스의 골은 첼시가 선 수비-후 역습을 굳히는데 한 몫을 했습니다. 전반 이른 시간에 선제골이 터지면서 리버풀 선수들이 공격에 조급함을 느꼈고 첼시 선수들은 수비에 전념할 여유를 느꼈습니다. 첼시로서는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것이 리버풀 기세를 꺾기에 충분했습니다. 만약 하미레스 골이 없었다면 오히려 첼시가 공격에 부담을 느껴야 했습니다.

특히 하미레스는 리버풀전 맹활약을 통해서 첼시의 오른쪽 윙어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시즌 중반까지 첼시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주도했던 다니엘 스터리지를 벤치로 밀어냈습니다. 단순한 공격력을 놓고 보면 하미레스보다는 스터리지가 더 좋은 선수입니다. 하미레스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8경기 4골 1도움, 시즌 전체 45경기 11골 5도움 기록했습니다. 스터리지는 프리미어리그 28경기 11골 3도움, 시즌 전체 41경기 13골 5도움 올렸습니다. 시즌 기록에서는 스터리지가 근소하게 앞서며, 프리미어리그 공격 포인트에서는 스터리지가 압도적으로 우세를 나타냈습니다.

하미레스보다는 스터리지가 공격 성향이 짙습니다. 스터리지는 빌라스-보아스 체제에서 4-3-3 오른쪽 윙 포워드로 뛰었다면 하미레스는 오른쪽 인사이드 미드필더 였습니다. 스터리지가 공격수로서 이기적인 경향이 뚜렷했다면 하미레스는 중앙과 오른쪽 측면을 오가며 이타적인 플레이에 공을 들였습니다. 전자가 개인 플레이에 욕심이 컸다면 후자는 팀 플레이에 중점을 두면서 필요에 따라 골을 터뜨렸습니다. 그런 스터리지가 자신의 골에 집착하는 성향은 그의 최대 약점이었죠.

두 선수의 입지 변화가 찾아온 것은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이후부터 입니다.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은 첼시의 포메이션을 4-2-3-1로 바꾸면서 수비를 강화하는 전술로 재미를 봤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토너먼트 전적을 봐도 말입니다. 미드필더쪽에서 팀 플레이에 충실한 선수를 원했고 오른쪽 측면에 선택된 선수가 바로 하미레스입니다. 그 특징이 두 선수의 희비를 엇갈리게 했습니다.

하미레스는 FA컵 결승 리버풀전에서 시즌 11호골을 터뜨렸습니다. 2010/11시즌 첼시 입단 초기에 공격력이 약했던 우려를 뒤덮었습니다. 이적료 1700만 파운드(약 311억원)를 기록하고 첼시 유니폼을 입었지만 기대 이하의 활약으로 먹튀 논란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디 마테오 체제에서 팀의 주축 선수로 거듭났습니다. 첼시의 오른쪽 공격을 짊어지면서 FA컵 우승까지 이끌었습니다. FC 바르셀로나와의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는 도움, 2차전에서는 골을 기록하며 첼시 결승 진출을 공헌했습니다.

그러나 하미레스는 경고 누적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합니다. 스터리지 또는 페르난도 토레스의 오른쪽 윙어 출전이 예상되지만 하미레스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첼시의 오른쪽 측면 수비가 불안하다는 점에서 하미레스 같은 이타적인 성향의 오른쪽 윙어 공백이 제법 큽니다. 하미레스로서는 남은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 첼시의 4위 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아무튼 하미레스는 팀에서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