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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공격수, EPL 성공과 인연 없나?

 

독일 <빌트>지가 손흥민(20, 함부르크) 뉴캐슬 이적설을 제기했습니다. 손흥민 대리인은 함부르크 잔류가 더 중요하다며 이적설을 일축했지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은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얼마전 시즌 5호골을 터뜨렸으나 지난 6개월 동안 교체 출전과 결장이 빈번했다는 점에서 뉴캐슬 영입 관심을 받은 것은 뜻밖입니다. 현지에서 손흥민 재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진=뉴캐슬 이적설로 주목받는 손흥민 (C) 함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hsv.de)]

뉴캐슬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4위를 기록중입니다. 이대로 시즌을 마친 상태에서 첼시가 유럽 챔피언 등극에 실패할 경우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합니다. 지난 몇년간 프리미어리그에서 중위권과 인연이 깊었고 2008/09시즌이 끝난 뒤에는 챔피언십으로 강등되었지만 올 시즌에는 상위권으로 올라섰습니다. 파피스 뎀바 시세, 뎀바 바 같은 수준급 공격수들의 활약이 놀라웠습니다. 두 명의 선수는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다음 시즌에도 주전을 지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손흥민이 두 선수를 제치고 출전 시간을 늘리기에는 어린 나이에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유럽 축구에 식견이 밝은 국내 축구팬이라면 손흥민 뉴캐슬 이적을 바라지 않을 겁니다. 아직 함부르크에서 주력 선수로 자리를 잡지 못했으니까요. 더 높은 리그에 도전하기에는 현재의 무대에서 꾸준히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유망주는 많은 출전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뉴캐슬은 시세, 뎀바 바 입지가 확고한 상황이지만 함부르크라면 다음 시즌 붙박이 주전을 노릴 수 있습니다. 훗날 분데스리가를 호령하면 뉴캐슬보다 더 좋은 클럽에서 영입 제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몸값을 높이면서 말입니다.

손흥민이 현재 상태에서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하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국인 공격수들이 아직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 입니다. 이동국은 2007년 1월 미들즈브러(현 챔피언십리그 소속)에 진출했으나 1시즌 반 만에 국내로 돌아왔고, 박주영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막판 아스널로 이적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서 결장했습니다. 지동원도 지난해 여름에 선덜랜드로 진출했지만 마틴 오닐 감독 부임 이후 출전 기회를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K리그 인천에서 공격수로 활약중인 설기현은 프리미어리그 시절에 측면 미드필더로 뛰었죠.

이동국의 미들즈브러 실패는 문장을 늘여놓기 싫습니다. 전북에서 매우 잘하고 있으니까요. 그때의 좌절을 충분히 극복했습니다. 박주영과 지동원은 비슷한 시기에 프리미어리그로 둥지를 틀었지만 서로의 입장이 다릅니다. 박주영은 안타깝지만 아스널에서 실패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당시 26세 나이를 놓고 보면 즉시 전력감으로 영입됐습니다. 시즌 초반 성적 부진에 빠졌던 아스널 환경을 봐도 말입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1경기 출전에 그쳤으며 시즌 후반기에는 실전에 투입 될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원톱을 쓰는 아스널에서 로빈 판 페르시가 독보적인 활약을 펼친 점도 있지만,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두각을 떨치기에는 경기력에서 아르센 벵거 감독의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지동원은 실패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올해 21세 유망주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올 시즌 투입했던 대부분의 경기에서 교체가 빈번했던 것도 프리미어리그에 적응하는 일환이었죠. 그런데 오닐 감독 부임 이후에는 결장이 잦아졌습니다. 오닐 감독은 공격수 두 명을 빅&스몰로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며, 지동원은 그 틀에서 애매한 위치에 있었습니다. 타겟맨으로 뛰기에는 몸싸움이 약하며 쉐도우로 자리잡기에는 시즌 초반 부진을 이겨낸 세세뇽 분전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박싱데이 기점에 맨체스터 시티전에서 극적인 버저비터골을 넣었음에도 감독 운이 따르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동원이 성장하려면 다음 시즌 임대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올 시즌 하반기에 다른 팀으로 임대되었다면 더 좋았지만요.

언젠가는 한국인 공격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는 날이 올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잉글랜드에 진출하는 한국인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프리미어리그가 어떤 곳인지 잘 알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는 고전했습니다.

범위를 확장하면, 아시아계 중앙 옵션들이 유독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이라는 키워드와 인연이 멀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김두현(전 웨스트 브로미치, 현 경찰청) 조원희(전 위건, 현 광저우 에버그란데)가 대표적입니다. 일본의 이나모토 준이치(전 아스널) 나카타 히데토시(전 볼턴) 중국 공격수 덩팡저우(전 맨유) 리웨이펑(전 에버턴) 등도 마찬가지 입니다. 중국의 중앙 미드필더 정즈(전 찰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기간이 짧았죠. 그나마 리 티에(전 에버턴, 셰필드)는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 출전 기회가 부족하지 않았지만요. 반면 한국은 박지성(맨유) 이영표(전 토트넘, 현 토론토) 이청용(볼턴) 같은 측면 옵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는 빠른 템포와 거친 몸싸움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특히 중앙 압박이 강한 편이죠. 기교와 순발력, 판단력, 볼 키핑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라면 몸싸움이 약한 문제점을 이겨낼 수 있지만 중앙에서 뛰기에는 벅찹니다. 루카 모드리치(토트넘)의 경우도 프리미어리그 진출 초창기에는 왼쪽 윙어로 활약했습니다. 또한 중앙에서는 측면에 비해서 다양한 능력이 요구되는 편이죠. 아시아계 공격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려면 상대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낼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중앙에서 팀 공격을 풀어가는 주도적인 역할도 필요하죠. 손흥민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됩니다. 아마도 다음 시즌 함부르크에 잔류할 것 같은 개인적 느낌이지만요.